아이가 열이 나면 부모들은 당황한다. 오랜 시간 고열이 지속되면 뇌에 손상이 가는 등 치명상을 입을 수 있기 때문에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 이런 긴급 상황에서 아기의 체온과 상태, 먹인 해열제의 종류, 증상 등을 입력하면 현재의 몸 상태를 알려주며 맞춤 대처법을 제시해주는 애플리케이션(앱)이 있다. 이 앱은 어떤 종류의 해열제를 얼마나 먹여야 하는지, 주의사항은 무엇인지 정확히 알려준다. 병원에 가야 하는 시점과 체온측정 방법 등에 대해서도 자세히 조언해 준다. 해열제를 먹여야 할 시간에 알람까지 울려주기 때문에 ‘밤샘 간호’에 큰 도움이 된다.
육아하는 엄마들로부터 ‘코골고 자는 남편보다 100배 낫다’는 평가를 받는 앱, 써본 사람들이 ‘앱이 없어지면 안 된다’, ‘빨리 수익모델 찾아라’, ‘광고라도 붙여라. 기꺼이 보겠다. 또 도울 건 없느냐’고 앱 개발 회사에 건의하는 앱. 바로 ‘열나요’다. 50만 명이 내려받은 이 앱은 출산 육아 분야의 카테고리에서 항상 5위권 안에 들어간다. 임신 출산 관련 앱이나 아이들 놀이 앱, 일반 육아 등으로 구성된 이 카테고리의 다운로드 상위 20개 앱 중 유일한 ‘의료’ 앱이기도 하다.
경영저널 DBR(동아비즈니스리뷰)는 259호(10월 2호) 케이스 스터디 코너를 통해 고객들의 절대적 지지 속에 미래 비즈니스를 준비하고 있는 헬스케어 스타트업 모바일닥터의 열나요 앱을 집중 분석했다.
○ 고객의 치명적 불편을 해결하다
열나요 앱을 만든 모바일닥터의 창업자는 가정의학과 전문의 신재원 대표다. 그는 평범한 의사에서 방송사의 의학전문기자로 일하다 모바일닥터를 창업했다. 스마트폰 열풍에 ‘빅데이터’ 얘기가 막 나오기 시작할 무렵, 새로운 방식으로 세상에 기여하고 싶었던 그는 육아하는 부모들, 특히 ‘육아맘’의 고충과 미충족 욕구를 하나 발견했다. 아이가 당장 열이 나고 아파해 발을 동동 구르는 상황에서는 부모들은 ‘복잡하고 전문적인 의학 지식과 처방’이 아니라 ‘간단한 지침과 안내, 그리고 믿을 만한 정보가 빠르게 제공되는 것’을 원했다. 하지만 열나요 앱이 개발되기 전까지 간단하면서 믿을 만한 지침과 정보는 찾기 어려웠다. 인터넷을 뒤져보는 부모들이 많지만 신뢰성을 확인하기 힘든 정보가 난무하기 때문에 정작 아이의 상황에 부합하는 최적의 정보를 찾기가 매우 힘들다. 특히 인터넷에는 아이를 위험에 빠뜨릴 수도 있는 잘못된 민간요법도 등장하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막상 해열제를 먹이려고 해도, 아이의 체중과 연령에 적합한 용량을 정확히 알려주는 곳이 많지 않아 부모들은 고민에 빠지기 일쑤다.
이 문제를 개월 수와 체중을 입력하는 앱 하나로 간단히 해결할 수 있으니 부모들은 열광했다. 이 앱은 병원에 가야 할 시점도 조언해준다. 따라서 해열제로 집안에서 충분히 치료가 가능한데도 적절한 대처 방안을 찾지 못해 한밤중에 병원 응급실로 달려가 여러 종류의 검사를 받으며 시간과 비용을 낭비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을 막아준다. 또 이 앱은 아기의 열이 떨어지지 않을 때 시행하는 ‘해열제 교차복용’, 즉 서로 다른 성분 계열의 약을 2시간 혹은 1시간 단위로 섞어 먹이는 과정에서의 혼란을 막아주고 정확한 시점에 복용할 수 있도록 알람도 울려준다. 이런 모든 알고리즘은 신 대표가 과거 응급실에서 근무할 때의 임상경험과 오랜 기간 ‘맘카페’에서 상담을 해주며 쌓은 데이터 및 직관을 통해 설계한 것으로 쉽게 흉내 내기 어렵다는 평가를 받는다.
○ 빅데이터 비즈니스 기업으로 가는 길
현재 모바일닥터는 열나요 앱을 통해 확보한 자료를 바탕으로 ‘빅데이터 비즈니스 기업’으로 진화하고 있다. 열나요 앱을 통해 데이터가 자연스럽게 쌓이기 시작했지만, ‘병원 데이터도 아닌데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비웃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신재원 모바일닥터 대표는 데이터가 모이면 뭔가가 될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있다. 데이터를 제대로 한번 모아 보지도 못하고 없어지는 앱이 90%가 넘는다. 하지만 10만 다운로드를 넘기면 이때부터 모이는 데이터는 의미가 크다는 게 빅데이터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개인 신상 정보를 모으면 안 되기 때문에 열나요는 ‘생후 개월수’로만 데이터를 입력하도록 한다. 이런 방식으로 현재 아이 78만 명의 데이터, 발열과 해열의 패턴, 예방접종 조합에 따른 발열 지속시간 등의 자료를 확보했다. 이를 통해 의학적으로 새로운 발견을 할 수도 있고, 부모가 원하면 스스로 입력한 데이터를 소아과 의사에게 전해주고 더 효율적인 치료가 이뤄지도록 도와줄 수도 있다. 현재는 ‘열나요 체온계’를 만들어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이 체온계는 아이의 몸에 부착해 근거리무선통신(NFC) 방식으로 데이터를 전송해주기 때문에 급한 상황에서 수기로 데이터를 입력할 때 발생하는 오류를 없애준다. 따라서 향후 양질의 데이터를 모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런 데이터를 바탕으로 ‘독감예보시스템’도 만들고, 현재의 알고리즘에 ‘지역적 특성’을 고려한 변수를 추가해 해외 시장에도 진출할 수 있다. 실제 열나요 앱은 중국과 미국 시장 진출을 목전에 두고 있다. 빅데이터 전문가인 김진호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교수는 “모바일닥터는 열나요 앱을 통해 얻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육아와 육아 용품 관련 종합 데이터 거래 플랫폼으로 발전할 수 있다”며 “데이터를 잘만 모아도 비즈니스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대한민국 데이터 기업의 첫 성공 사례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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