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함안군에 사무실을 두고 있는 승운무역은 농산물 수출업체다. 직원은 아버지와 아들, 단 2명. 처음부터 부자가 함께 사업할 생각은 아니었다. 아들 지승훈 이사(32)는 대학을 졸업한 후 어학연수를 위해 일본으로 건너갔다. 비자 문제로 귀국했을 때 일손이 부족한 아버지를 잠시 도왔다. 그게 시작이었다. 부자는 같이 일을 하게 됐고, 2014년 지금의 승운무역을 설립했다.
승운무역은 설립 첫해에 228만 달러, 우리 돈으로 약 25억7640만 원어치의 농산물을 수출했다. 수출 품목은 토마토, 밤, 아스파라거스, 송이버섯 등 10여 종류에 달했다. 이 가운데에서 주력 제품은 단연 토마토이다. 지난해만 하더라도 전체 수출 실적 374만 달러의 79%(297만 달러)를 토마토에서 일궈냈다.
현재 승운무역을 비롯해 5, 6개 업체가 토마토를 외국에 수출하고 있다. 지난해 이 업체들이 수출한 토마토는 1395만 달러어치에 달한다. 신선토마토가 1131만 달러로 81%를 차지했고, 나머지는 케첩과 같은 토마토 가공식품이다.
신선토마토의 97%는 일본으로 수출된다. 일본은 한국 외에 캐나다, 뉴질랜드, 미국, 멕시코로부터 토마토를 수입한다. 한국산 토마토의 일본 시장 점유율은 53%. 비교적 시장점유율이 높은 캐나다도 12%에 불과하다. 한국산 토마토가 압도적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한국산 토마토의 시장점유율은 2014년 40%에서 매년 가파른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인기 비결이 뭘까. 지 이사는 “한국산 토마토가 단단해서 오래 보관할 수 있는 데다 당도까지 높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국과 일본의 거리가 가까운 것도 장점 중 하나다. 지 이사는 “다른 나라와 달리 한국은 12시간 이내에 일본 바이어가 원하는 곳까지 배송할 수 있다”고 말했다.
토마토는 첨단온실 스마트팜의 대표 품목으로 육성되고 있다. 스마트팜은 농약과 급수 관리, 온도와 습도 조절 등을 자동으로 할 수 있는 설비와 관리 시스템을 갖춘 농장을 말한다. 이곳에선 관리일지도 모두 컴퓨터로 작성한다. 인터넷이 연결되면 언제 어디서든 원하는 관련 데이터를 보며 관리가 가능하다. 현재 국내에서 토마토를 생산하는 단지는 11곳, 550여 농가에 이른다. 스마트팜이 확대되면서 농약의 안전성 관리가 효율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그 결과 최근 3년 연속으로 수출 과정에서 농약 위반 사례는 한 건도 나오지 않았다.
지 이사는 “현재 거래하고 있는 85개 농가의 절반 정도가 스마트팜으로 바꾸었고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덕분에 바이어들이 원하는 정보도 곧바로 제공할 수 있어 신뢰도를 높일 수 있게 됐다”며 뿌듯해했다.
토마토 수출의 미래는 어떤 색일까. 사실 농산물 수출업체 사이에 “토마토 수출은 2000년대 초반 큰 인기를 끌다가 내리막길을 탔다”는 말이 심심찮게 나온다. 하지만 최근의 상황은 이런 평가를 무색하게 한다.
특히 일본에서 한국산 토마토의 시장점유율이 계속 늘어나는 데다 다양한 품종이 개발되면서 시장 자체가 커지고 있다. 지 이사도 토마토 수출의 미래는 밝다고 내다봤다. 지 이사는 “2020년까지 토마토 수출 400만 달러를 포함해 총 500만 달러를 달성하는 게 목표다.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앞만 보고 달려가고 있다”며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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