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후 6시 서울 성동구의 한 복합쇼핑몰에 있는 키즈카페. 식당과 옷가게들이 한산한 가운데 카페 앞에 유모차들이 줄지어 서있었다. 안에는 아이들과 대화를 하는 부모들로 시끌벅적했다. 키즈카페 ‘릴리펏’의 이종우 서울숲더샵점장은 “경기 불황으로 매출이 30% 이상 줄었다. 그나마 카드사가 홍보를 도와줘 최근 찾는 이들이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요즘 골목상권에서 카드사들의 ‘빅데이터 모객 서비스’가 주목을 받고 있다. 카드사가 고객들의 빅데이터 정보를 분석해 가게에 올 만한 손님을 콕 찍어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홍보를 해주고 할인 쿠폰까지 전달해주는 것이다. 중소가맹점들은 이 같은 서비스가 매출 증대에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잠재 고객만 골라내 전단지 돌려요”
이 점장이 지난해 말 가입한 서비스는 삼성카드의 ‘링크비즈파트너’다. 삼성카드가 지난해 9월 선보인 이 서비스는 1100만 명 고객이 210만 개의 가맹점에서 사용한 연 15억 건의 소비 정보와 이동 패턴, 방문주기 등 빅데이터를 분석해 방문할 가능성이 높은 가맹점과 연결해주는 서비스다.
가맹점주가 서비스를 신청하면 매장을 찾을 만한 고객을 선별해 앱을 통해 홍보해준다. 각종 이벤트나 할인 소식도 전달할 수 있다. 이 점장은 지난달 14일 5% 할인 쿠폰을 등록했다. 그랬더니 2846명에게 홍보가 됐으며 793명이 쿠폰을 받았다는 결과를 삼성카드로부터 받았다. 이중 한 달여 동안 43명이 실제로 매장을 다녀갔다.
이 점장은 “중소가맹점들한테는 홍보가 가장 큰 과제다. 사람들이 잘 보지도 않는 전단지를 인건비 들여 돌린다고 해도 얼마나 효과가 있지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무료로 홍보도 해주고 예상 방문 숫자, 결과 등의 분석 자료도 주니 가맹점 입장에선 큰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24일 삼성카드에 따르면 지난달 말까지 1년여 간 6800여 개의 중소가맹점이 고객 4690만 명(누적)에게 매장을 홍보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중 직접 쿠폰을 받은 고객도 1450만 명에 달했다. 실제로 삼성카드가 가맹점 1000곳을 무작위로 조사한 결과 73%가 매출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카드 관계자는 “4690만 명에게 전단지 홍보를 한다고 가정하면 33억 원 가량의 비용이 든다”며 “그만큼 가맹점의 마케팅비를 절약한 셈”이라고 설명했다.
●카드사들, 잇따라 빅데이터로 가맹점 지원
다른 카드사들도 이와 비슷한 서비스를 잇달아 선보이며 소상공인들과 ‘상생’을 꾀하고 있다. 신한카드는 지난달 ‘마이샵 파트너’ 서비스를 시작했다. 업계에서 가장 많은 고객 수(2200만 명)를 보유한 신한카드는 이를 기반으로 중소가맹점들과의 ‘매칭 효과’를 높인다는 전략이다.
롯데카드도 고객의 소비성향과 패턴, 선호도 등을 200여 개로 분류해 고객들에게 이용할만한 가맹점을 추천해주는 ‘터치 투게더’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롯데카드의 모바일 앱에 접속해 터치 서비스를 신청하면 자신의 소비 패턴에 맞는 점포 추천과 혜택 등을 받을 수 있다. KB국민카드도 빅데이터 분석을 기반으로 한 소상공인 상생 서비스를 검토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개인정보와 관련된 각종 규제가 완화되면 고객과 소상공인들도 더 많은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원부 동국대 경영대학 교수는 “현재 개인정보와 관련한 규제가 지나치게 많고 복잡해서 정교한 빅데이터 분석이 어려운 상황이다”며 “규제가 해소되면 고객이나 소상공인에게 맞춤형 정보가 제공돼 그만큼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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