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새 ‘유니콘’ 된 中 공유자전거… 세금으로 굴러가는 한국 ‘따릉이’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0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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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공화국엔 미래가 없다]<11>격차 벌어진 한-중 공유자전거

2015년 가을 한국과 중국에선 거의 동시에 공유자전거 서비스가 첫선을 보였다. 하지만 3년이 지난 지금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서비스 규모의 차이가 벌어졌다. 중국 1, 2위를 다투는 공유자전거 서비스 ‘오포’와 ‘모바이크’ 두 회사는 세계 20여 개 나라, 250개가 넘는 도시에서 약 1800만 대의 공유자전거를 운영한다. 젊은 창업가들이 만든 두 회사는 모두 기업가치 10억 달러(약 1조1300억 원) 이상의 스타트업을 일컫는 ‘유니콘’이 됐다.

반면 서울시가 운영하는 한국 대표 공유자전거 서비스 ‘따릉이’는 여전히 서울 시내에서만 이용이 가능하다. 규모는 2만 대 수준이다. 스타트업 업계에선 “중국은 관련 규제를 혁신해 기업을 키웠다”며 “한국에선 공공이 직접 서비스에 나서면서 민간 시장의 싹을 잘라버렸다”는 탄식이 나온다.

○ 공유자전거 스타트업, 3년 만에 유니콘 등극

2015년 9월 중국 베이징(北京) 대학가에 노란색 몸체의 ‘오포’라는 이름의 공유자전거 서비스가 등장했다. 자전거 모양의 영어 소문자(ofo)를 그대로 사명으로 쓴 이 회사는 베이징대를 다니던 다이웨이(戴維·27) 현 최고경영자(CEO) 등 3명의 학생이 만든 스타트업이다. 걸어 다니기엔 너무 넓은 캠퍼스, 수시로 버려지거나 도난당하는 자전거들을 보고 사업 모델을 만들었다. 1년 만에 20개 도시, 150만 명이 넘는 사용자를 확보했고 지금은 21개 나라 250여 개 도시로 뻗어나가 회원 수가 2억 명에 이른다.

2016년 4월 상하이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모바이크도 젊은 창업가의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한 발상에서 시작됐다. 산업 분야 기자였던 후웨이웨이(胡瑋위·36) CEO는 중국의 심각한 대기오염과 교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창업을 결심했다. 취재하면서 알고 지낸 교통전문가 샤이핑(夏一平) 현 모바이크 최고기술책임자를 설득해 함께 회사를 세웠다. 지금은 15개국 200여 개 도시에서 800만 대의 자전거를 운영하고 있다.

거대한 서비스 수출 기업으로 빠르게 성장한 배경에는 현지 정보기술(IT) 거인들의 천문학적인 투자가 있다. 오포는 알리바바그룹과 공유자동차 기업 디디추싱(滴滴出行) 등에서 총 22억 달러에 이르는 투자를 받았다. 모바이크도 텐센트 등에서 9억2800만 달러의 투자를 유치했다. 두 회사의 기업가치는 각각 30억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적자를 면치 못하는 두 회사에 대기업이 앞다퉈 투자한 이유는 ‘IT기업’으로서의 가능성 때문이다. 사용 방식부터 IT가 접목됐다. 스마트폰 앱으로 근처의 자전거를 찾아 QR코드를 스캔, 잠금장치를 푼다. 모든 자전거에는 GPS와 블루투스가 내장돼 있다. 후 CEO는 한 인터뷰에서 “모바이크를 운영하며 하루에 수집하는 이동 데이터만 30테라바이트(TB)에 이른다”며 “자동차 이동 데이터가 보여줄 수 없는 이런 ‘라스트 1마일’에 대한 빅데이터는 향후 모빌리티 산업의 중요한 자산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매년 혈세 투입하는 ‘따릉이’

오포가 서비스를 시작한 한 달 뒤인 2015년 10월 한국에서도 따릉이가 등장했다. 중국과 다른 점은 기업이 아닌 서울시가 예산을 투입한 재정사업이라는 점이다. 지난해까지 약 320억 원의 시 재정이 투입됐는데, 같은 시기 운영수입이 42억 원에 불과해 나머지는 모두 세금으로 충당했다. 김미정 서울시 자전거정책과장은 “수익을 내기 위한 사업이 아니라 시민의 편의와 건강, 도시 환경을 위한 정책 사업이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서울시가 ‘독점적 권한’으로 서비스를 내면서 관련 민간 기업 시장 창출을 막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독점적 권한이란 서울 시내 1290곳의 대여소를 말한다. 대부분 시 도로나 구 도로에 별다른 부동산 비용 계상 없이 설치돼 있다. 구태언 테크앤로 변호사는 “기업이 이런 식으로 사업을 했으면 도로 무단점거로 형사입건 됐거나, 높은 부지 임대비용 때문에 사업 자체가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따릉이가 나오면서 한국에선 공유자전거에 대한 수요가 높아졌지만 기업은 생겨나지 못하고 있다. 경기 수원시, 부산시 등 서울시처럼 공유자전거 서비스를 스스로 제공할 여력이 안 되는 지방자치단체는 모바이크, 오포의 서비스를 수입해 사용한다.

중국은 정반대 행보를 취했다. 공유자전거 서비스 도입 초기 업체들이 난립해 도로 곳곳에 공유자전거가 산더미처럼 방치되면서 민원이 쏟아지는 상황이 벌어졌다. 하지만 정부는 내버려뒀다. 2014년 리커창(李克强) 총리가 제시한 ‘대중창업 만인혁신’의 기조에 따라 발전 가능성이 큰 신산업은 일부 부작용이 있더라도 ‘전략적으로 방치하는’ 입장을 취했기 때문이다.

스타트업 관계자는 “중국 기업의 성장은 단순히 거대한 내수시장 덕분이 아니라, 신산업에 대한 정부의 ‘무규제 원칙’이 큰 몫을 했다”며 “서울시가 직접 사업에 나서는 게 아니라 부지를 제공하고 규제를 혁신했다면 지금은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
#유니콘 된 중국 공유자전거#혈세 한국 따릉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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