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스마트 에너지 매출 1조 원”…에너지판 ‘황의 법칙 ’ 먹힐까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0월 28일 15시 03분


26일(현지시간) 미국 보스턴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강의실에서 황창규 KT 회장이 70여 명의 학생들을 상대로 KT의 ‘스마트 
에너지 사업’진출 경험을 소개하고 있다. 이날 특강은 KT의 스마트 에너지 사업이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재로 쓰이는 사례 연구 
논문으로 발간된 것을 기념해 마련됐다. 보스턴=박용특파원 parky@donga.com
26일(현지시간) 미국 보스턴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강의실에서 황창규 KT 회장이 70여 명의 학생들을 상대로 KT의 ‘스마트 에너지 사업’진출 경험을 소개하고 있다. 이날 특강은 KT의 스마트 에너지 사업이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재로 쓰이는 사례 연구 논문으로 발간된 것을 기념해 마련됐다. 보스턴=박용특파원 parky@donga.com
26일(현지시간) 미국 보스턴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강의실. 마서 크로퍼드 교수가 80분간 진행한 ‘21세기 에너지’ 과목의 사례 연구 주제는 한국 기업 KT의 ‘스마트 에너지 사업’이었다. 교재는 에너지, 환경 등 지속가능 경영 분야의 석학인 포레스트 라인하트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가 집필한 사례 연구(Case study) 논문인 ‘새로운 에너지 시장의 KT’. 이날 황창규 KT 회장(65)은 70여 명의 학생들 앞에서 특강 연사로 나섰다. KT 회장으로서는 3년 연속으로, 다른 강연들까지 합치면 총 9차례 하버드 강단에 선 것이다.

● “2022년 스마트 에너지 매출 1조 원”

황 회장은 이날 30분간 영어로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등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해 추진하고 있는 KT의 스마트 에너지 사업을 설명했다. 학생들은 통신회사 KT가 왜 에너지 사업에 진출했는지에 대해 질문을 쏟아냈다. 그는 “에너지 사업을 가장 잘할 수 있는 기업이 KT”라며 “AI, 빅데이터 등의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에너지 플랫폼’이 비결”이라고 대답했다.

KT는 세계 최초로 지능형 통합에너지 관리 플랫폼인 ‘KT-Meg(Micro Energy Grid)’과 AI기술을 이용한 에너지 빅데이터 분석 엔진인 ‘e-브레인’을 선보이며 에너지 사업에 진출했다. 에너지를 소비하거나 생산할 때 발생하는 고유패턴을 ICT 기술로 분석하고 에너지의 생산, 소비, 거래를 최적화하는 통합관리 솔루션을 들고 나온 것이다.

황 회장은 “이 플랫폼을 이용해 올 여름 두 달 간 KT 연구개발(R&D) 센터의 에너지 비용을 약 12% 줄였다”며 “관리 플랫폼과 빅데이터 분석, 설비 교체, 에너지저장시스템(ESS), 최적 자동제어 등을 모두 활용하면 75%까지 에너지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향후 블록체인과 5G 기술을 에너지 사업을 접목하고 2022년 스마트 에너지 시장에서 매출 1조 원을 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매출액 2000억 원인 스마트 에너지 사업을 2020년 5000억 원으로 키우고 2년 뒤엔 1조 원대 사업으로 만들겠다는 ‘에너지판 황의 법칙’을 예고한 것이다.

● 에너지판 황의 법칙 먹힐까

미 매사추세츠주립대 전자공학과 박사 출신의 황 회장은 삼성전자 반도체 총괄사장으로 재직하며 ‘반도체 메모리 용량이 1년에 두 배씩 증가한다’는 ‘황의 법칙’을 주장하며 반도체 산업 혁신을 이끌었다.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생들은 “통신회사가 에너지 등 다양한 영역으로 공격적 전략을 펼치고 있는 것이 놀랍다”고 말했다. 문제는 규제가 많고 전력회사 등 기존 경쟁자들이 버티고 있는 에너지 시장에서 통신회사의 혁신이 얼마나 승산이 있느냐다. 황 회장은 “글로벌 시장에 에너지 사업으로 진출하는 건 규제, 기술, 국가별 표준 때문에 당연히 어렵지만 KT는 플랫폼 역량으로 이를 극복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KT 스마트 에너지 사업을 분석한 라인하트 교수는 “앞으로 10년 내에 에너지 생산과 판매 등의 모든 분야가 바뀔 것”이라며 “KT가 하고자 하는 서비스가 표준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햄버거와 스테이크를 같은 가격에 판매한다면 다들 미쳤다고 생각하지만, 에너지 분야에서는 목요일 오후나 토요일 새벽 시간대나 모두 똑같은 전기요금이 적용된다”며 “천연자원보다 정보와 인적 자원을 더 소비하는 변화가 일어날 것이며 천연자원은 적지만 인재와 교육 인프라가 뛰어난 한국이 앞서 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 “5G 킬러서비스는 보안 분야”

황 회장은 이날 강연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내년 상용화를 준비하고 있는 5G 사업과 관련해 “자율주행, B2B(기업간거래), B2G(정부거래) 대용량 트래픽이 발생하는 분야에서 연말과 내년 초 하나하나씩 5G 킬러서비스를 발표할 것”이라며 “보안 분야의 킬러 서비스가 제일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아프리카 케냐에서 5G 컨설팅과 네트워크 디자인을 해달라는 요청도 들어왔다고 소개했다.

미국이 보안 문제를 제기한 중국 화웨이 장비 채택 여부 등으로 관심을 5G 통신장비 선정과 관련해서는 “관련 발표는 1주일 내에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화웨이 장비도) 다른 회사 장비와 함께 선정 여부를 검토했으며 KT는 물론 정부가 제시하는 기준 등을 엄격히 적용해 최종 결정이 내려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KT는 지난해 ‘기가네트워크’에 이어 2년 연속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의 사례 연구 소재로 채택됐다.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이 발간하는 사례 연구는 전 세계의 다른 경영대학원에도 판매될 정도로 인기 있는 경영학 강의 교재로 꼽힌다. 황 회장은 “하버드대가 배우면 세계의 학교가 배우고 기업들도 배우게 되는 것”이라며 “하버드를 통해 혁신 사례로 알려지면 사업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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