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百면세점 ‘K-뷰티 페스타’ 행사, 中 왕훙 초청… 국내 中企화장품 소개
방송제품 온라인서 12억원어치 팔려
면세점업계 ‘유커 마케팅’ 기지개… 뷰티클래스 열고 中결제서비스 도입
“저만 알고 싶었던 한국의 마스크 팩을 오늘 살짝 소개할게요.”
4m² 남짓한 부스에서 휴대용 조명을 밝게 켠 한 사람이 거치대에 올려진 휴대전화를 통해 중국어로 이렇게 말했다. 확대경을 활용해 마스크 팩을 이리저리 비춰 보이며 제품의 특징과 장점을 상세히 소개했다.
그는 중국인 탄유 씨(25)로 다양한 화장품을 써보고 소개하는 방송 콘텐츠를 만드는 1인 미디어 왕훙(網紅·파워 블로거)이다. 그의 웨이보(중국판 트위터) 팔로어는 300만 명에 달한다.
탄유 씨와 같은 왕훙 66명이 23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한 호텔 연회장에 모였다. 현대백화점면세점이 다음 달 서울 강남구에 문을 여는 무역센터점 개장을 홍보하기 위해 연 ‘K뷰티 페스타’ 행사장이었다. 이날 왕훙들이 소개한 제품은 이 면세점이 판매할 100여 개 국내 중소 뷰티 브랜드의 화장품들이었다.
○ 中 2030 세대 겨냥 ‘왕훙’ 마케팅
탄유 씨의 방송이 시작되자 그의 스마트폰 화면에는 중국 현지에서 실시간으로 방송을 보고 있는 팔로어들의 댓글이 빠른 속도로 떴다.
“나도 저 제품을 사러 한국에 가고 싶다.”
“왕훙이 소개해주는 화장품은 믿고 사겠다.”
“한국 화장품 품질은 나날이 발전한다.”
초청된 왕훙들의 1인당 평균 팔로어 수는 300만 명이었다. 왕훙들은 마련된 부스에서 화장품을 직접 얼굴에 발라보며 개인 생방송을 진행했다. 4시간 동안 진행한 이들의 방송은 중국 현지에서 2400만 명이 시청했다. 이날 방송에 소개된 한국 화장품은 중국의 대형 온라인몰인 타오바오몰에서 12억 원어치가 팔렸다.
웨이보에서 팔로어 400만 명을 거느린 왕훙 바오린후이 씨(22)는 “품질이 좋은 한국 화장품은 중국 젊은층에는 필수품”이라며 “K뷰티 등 문화를 꾸준히 교류하다 보면 양국 관계를 회복하는 데 분명 도움이 될 거라는 게 중국 2030세대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현대백화점면세점 관계자는 “중국 2030세대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그들에게 친숙한 왕훙을 초청했다”며 “한한령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시기에 한국 면세점 브랜드와 화장품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낸 데 의미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 돌아오는 유커 맞이 나선 면세점들
면세점 업계가 중국인 고객을 노리는 마케팅을 본격적으로 재개했다. 중국 정부가 한국 단체관광 금지를 일부 지역에서나마 해제하는 등 긍정적인 신호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19일에는 한한령 조치 이후 최대 규모의 단체관광객인 중국 화장품 기업 ‘한야(ANYA·韓雅) 화장품’ 임직원 600여 명이 한국을 방문해 면세점 쇼핑을 하기도 했다.
면세점 매출도 회복되고 있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국내 면세점 총 매출은 7월 이후 꾸준히 오르고 있다. 1∼9월 총 매출액은 14조871억 원으로 지난 한 해 동안의 매출액에 근접했다.
마케팅 노력도 치열하다. 신라면세점은 중국인 고객 등을 대상으로 뷰티 클래스를 개최했다. 롯데면세점은 사드(THAAD) 여파 이후 중단됐던 중국의 알리페이와 마케팅 제휴를 재개했다. 신세계면세점은 8월 업계 최초로 QR코드를 통해 결제하는 유니온페이 서비스를 도입하고 중국 최대 메신저 위챗, 인터넷 여행사이트 씨트립 등과 제휴를 맺었다.
면세점 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국인들에게 인기 있는 한국 화장품 등을 앞세우고 중국인들에게 친숙한 결제시스템을 도입해 중국 고객의 귀환을 앞당기려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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