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대기업들은 직무와 관련 없는 출신지역과 학교, 가족관계 등의 요소를 가리는 ‘블라인드 채용’을 다양하게 활용하고 있다. 2017년 하반기(7∼12월)부터 공공부문은 블라인드 채용이 전면 도입됐지만, 민간부문에선 일부 기업들이 ‘블라인드’의 의미를 살려 기업 상황에 맞게 적용하고 있다. 주요 대기업 인사담당자들은 “스펙이 아닌 지원자의 ‘진짜 역량’을 드러내는 게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롯데그룹이 2015년부터 도입한 블라인드 채용 ‘SPEC태클’ 전형에서 가장 주의해야 할 점은 지원자의 신상을 절대 드러내선 안 된다는 점이다. 롯데그룹은 신상을 드러내는 지원자에게 불이익을 주고 있다. 인턴 경험을 쓸 때도 기업 이름을 써서는 안 된다. 무분별한 스펙에 태클을 건다는 뜻의 전형 취지를 최대한 살리려는 의도다. 서류전형에서 최종합격자 대비 5배 정도의 지원자가 선발된다.
롯데그룹의 인사담당자들은 “스펙을 보지 않는 대신 기획안을 눈여겨본다”고 말했다. 백화점이나 마트에 지원한 사람의 기획안은 논리력과 창의력이 주로 평가된다. 정보기술(IT) 분야 지원자의 기획안에선 그동안 했던 프로젝트 내용과 지원자의 역할 등에 집중된다.
이 같은 기획안은 채용 뒤에 실제로 활용되는 경우도 있다. 올해 1월 입사한 강산 롯데마트 상품기획자(MD)의 기획안이 대표적이다. 강 MD는 롯데그룹 채용 전 국내 가방 제조업체에서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가격은 낮추고, 품질은 높인 에코백을 제안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고객들의 반응이 좋았다”고 말했다.
CJ그룹의 블라인드 채용인 ‘리스펙트 전형’엔 서류전형 통과에 정해진 인원이 없다. CJ그룹 인사담당자들은 “자기소개서를 쓸 때 자신이 지원한 직무와 관련해서 본인의 역량이 무엇인지 표현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종면접에서도 블라인드 채용이 유지되기 때문에 자기소개서의 역할이 두드러진다. CJ그룹 관계자는 “최종합격을 하기 전까지는 입사지원서에 쓴 항목 외엔 신상 관련 정보를 수집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바이킹 챌린지’를 비롯한 다양한 블라인드 방식 전형을 실시하는 SK그룹 인사담당자는 “자신이 지원한 회사와 직무에 얼마나 적합한 역량과 재능을 갖추고 있는지에 초점을 맞춘다”고 말했다. SK그룹은 △자발적으로 최고 수준의 목표를 세우고 끈질기게 성취한 경험 △새로운 것을 접목하거나 남다른 아이디어를 통해 문제를 개선했던 경험 △지원 분야와 관련해 특정 영역의 전문성을 키우기 위해 꾸준히 노력한 경험 등을 중시한다고 설명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