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이 이르면 다음 달 일제히 선보일 ‘금리 상한 주택담보대출’은 본격적인 금리 상승기를 맞아 대출자의 이자 부담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안전판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금융 당국은 특히 금리가 조금만 올라도 대출 연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취약계층들이 새 대출 상품을 받을 수 있도록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대출 금리 상승 속도가 예상보다 빠르지 않을 경우 금리 상한 주택담보대출 상품이 대출자의 외면을 받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 연간 1%포인트, 5년간 2%포인트 금리 상승 제한
3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KB국민, 신한, KEB하나, 우리, NH농협 등 5대 은행은 금리 상한 주택담보대출 상품을 우선 총 2조 원 규모로 판매할 계획이다. 다른 은행들은 은행별 대출 규모에 따라 유동적으로 이 상품을 판매하기로 했다.
금리 상한 주택담보대출은 대출 시점부터 5년 동안 금리 인상 폭이 2%포인트 이내로 제한되는 구조다. 동시에 이 기간에 연간 상승하는 금리도 1%포인트 이내로 제한된다.
예를 들어 대출 금리가 1년 만에 연 4%에서 6%로 뛰어도 대출자에게 적용되는 금리는 연 5%로 묶이고, 3년 후 금리가 연 7%까지 치솟아도 대출자가 부담하는 금리는 연 6%로 제한되는 식이다.
은행들은 시장금리가 급격히 올라 금리 상한선을 넘어서는 부분에 대해서는 손실 처리하거나 파생상품으로 만들어 시중에 유통시킬 계획이다.
이 때문에 금리 상한 주택담보대출의 금리는 이달 현재 4%대 중후반인 혼합형 대출 상품이나 일반 변동금리 상품에 비해서는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반 주택담보대출의 기준금리가 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 대신에 금리 상한 주택담보대출은 상대적으로 금리 변동 속도가 빠른 시중조달금리(MOR)를 기준으로 삼을 예정이다.
○ “대출 소비자 선택권 넓혀”
금융 당국이 금리 상한 주택담보대출을 새롭게 선보이는 이유는 향후 금리 인상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현재 금리 상승분이 고스란히 반영되는 변동금리형 대출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3분기(7∼9월) 은행권 신규 가계대출 중 변동금리 비중은 72.8%로 2년 전(45.7%)보다 크게 늘었다.
다만 금리 상한 주택담보대출 상품도 5년이 지나면 일반 변동금리를 적용받는다. 5년간 대출 금리가 많이 올랐다면 대출자가 한꺼번에 충격을 받을 수도 있다. 이에 대해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 상품도 대출 3년 후부터는 중도상환 수수료가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5년이 된 시점에 금리 상황을 보고 다른 대출 상품으로 갈아타면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관건은 시장 경쟁력이다. 대출 금리 인상 속도가 5년 동안 2%포인트를 넘지 않으면 굳이 일반 변동금리 상품보다 금리가 높은 금리 상한 주택담보대출을 선택할 이유가 없다. 2000년 이후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5년 이내에 2%포인트 넘게 오른 건 2005∼2008년 기간이 유일하다.
하지만 미국의 금리 인상에 따라 벌써 국내 시중금리가 꿈틀대고 있고 한국은행도 기준금리 인상을 시사하고 있어 금리 인상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새로운 대출 상품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송완영 한국주택금융공사 연구원은 “미국, 유럽 등 주요 선진국에서는 금리 상한 주택담보대출이 오래전부터 활성화됐다”며 “소비자들의 선택 폭을 넓히기 위해서라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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