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중앙시장은 인천 강화군 강화읍 한복판에 위치한 빌딩형 상가. 미용실, 수선집, 슈퍼마켓 등이 빼곡한 A동과 마주 보는 B동의 한쪽 벽에 산뜻한 곰 캐릭터 그림과 ‘개벽 2333’이라는 커다란 글자가 쓰여 있었다. “청년몰입니다. 지난해 조성됐어요.” 26일 만난 이경화 씨(31)는 B동 2층으로 안내했다. 그는 타르트 가게인 ‘강화까까’의 대표 겸 청년몰 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다. ‘개벽 2333’의 의미를 묻자 “고조선 건국 시기로 알려진 기원전 2333년을 뜻한다. 단군이 강화 마니산 참성단에서 하늘에 제사를 지냈다는 데 착안했다”는 답이 돌아왔다. 그때서야 곰 캐릭터(웅녀)가 이해됐다.
강화는 이 대표가 중고교 시절을 보낸 곳이다. 그는 10대 때 부모님을 따라 강화로 이주했다. 집안이 어려워 방학 때면 인근 동막해수욕장으로 나가 음식점 서빙, 민박집 청소 같은 아르바이트를 했다. 가난해서 대학엔 보낼 수 없다는 부모님께 입학만 시켜달라고 간청했고, 어릴 적부터 꿈이었던 경찰이 되기 위해 법경찰학부에 들어갔다. “대학 등록금이 걱정이었는데 장교 후보생이 돼 해결했어요. 군 생활도 적성에 잘 맞아 지휘관은 전역을 만류할 정도였고요.”
하지만 미래가 보장되고 일상이 안정될수록 그는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었다. 의무 복무 기간을 채운 다음 날 여권을 만들고 해외여행을 떠났다. “일본에서 눈길 가는 장면이 있었어요. 관광객들이 도쿄바나나, 로이스초콜릿 같은 간식을 선물로 사더라고요.” 이후 얼마 뒤 명절에 부모님을 뵈러 찾은 강화에선 줄지어 선 관광 차량들이 보였다. 일본 여행 체험과 겹쳐지자 “관광객들을 위한 선물용 간식을 만들어 봐야겠다”는 생각이 가슴을 파고들었다.
창업 아이템을 찾기 위해 인터넷을 뒤적이다 만난 게 강화군 홈페이지의 청년몰 공고였다. 이후 모든 일이 정신없이 진행됐다. “지원 사업에 합격하고 4개월 뒤 청년몰에 가게를 여는 빠듯한 일정인 걸 알게 됐어요. 간식을 만들기 위해 우선 제과제빵학원에 등록했어요. 낮에는 가게 오픈을 준비하고, 밤에는 학원에서 과자 만들기를 배우는 숨 가쁜 일정이 이어졌지요.”
처음에는 무모하다며 혀를 차던 학원 강사는 그의 열정에 감동해 요리기능장 지인과 함께 경기 부천에 있는 공방에서 간식 레시피를 개발해 보자고 권유했다. 그 성과물이 강화의 특산물인 쑥과 인삼, 고구마 등을 이용한 타르트들이다. 매장을 연 지 1년 6개월, ‘강화까까’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인생 타르트’, ‘마약 타르트’로 불리며 현재 월 500만∼600만 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성장통도 있었다. 기획전을 해보자는 한 백화점의 연락을 받고 대출을 받아 냉장고와 오븐 등 자재들을 구비해서 나갔지만, 결과는 참패였다. “간식보다는 생필품 구매 고객이 많은 백화점이었어요. 고객 조사를 제대로 못한 거지요.” 이후 이 대표는 지역의 식품박람회, 농식품창업콘테스트(농림축산식품부 주관), 1인창조기업기획전(창업진흥원 주관) 등 다양한 행사에 참가하며 상품 인지도를 높여 나갔다. 당일 판매하고 남은 타르트는 관광객이 묵을 만한 숙소에 두고 오기도 했다. 이런 노력의 결과 ‘강화까까’는 입소문을 탔고, 지난해 말에는 이마트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실시한 ‘청년상인 스타상품 개발 프로젝트’에서 ‘스타상품’으로 선정됐다.
장래 계획을 묻자 이 대표는 “‘강화까까’가 ‘블루 보틀’ 같은 브랜드로 인정받았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커피계의 애플’로 불리는 블루 보틀은 고품질 커피로 유명한 미국 업체다. 고객이 마시는 커피가 무엇이고 어떻게 만들어지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도록 바리스타를 교육하는 것으로 잘 알려졌다.
그는 이어 “‘까까’는 ‘과자를 이르는 어린아이의 말’을 뜻하는 단어로 표준국어대사전에 올라 있는 말”이라고 소개한 뒤 “‘강화까까’가 장차 한국을 대표하는 디저트 브랜드가 될 수 있도록 해외 진출도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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