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준비생 유정무 씨(29)는 31일 오전 10시부터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2018 리스타트 잡페어’ 박람회장을 찾았다. 정장을 갖춰 입은 그는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등 각 기관과 기업의 부스를 돌아다니며 채용 상담을 받았다. 유 씨는 “세무사 시험을 준비하느라 대학 졸업을 미뤘던 터라 이제 와서 취직하려니 나이가 걱정”이라고 말했다. 상담을 받을 때도 유 씨는 나이와 관련한 제약이 있는지를 자주 물어봤다. 그는 “요즘은 블라인드 채용으로 스펙을 잘 보지 않아 직무 관련 활동이 중요하다고 들었다”며 “이것과 관련해 어떤 걸 준비해야 하는지도 상세히 들었다”고 했다.
○ 규모 늘어난 청년 일자리 부스… 취준생 발길 북적
동아일보와 채널A, 대한상공회의소가 11월 1일까지 주최하는 ‘2018 리스타트 잡페어’ 현장에는 구직자들의 발길이 아침부터 이어졌다. 올해는 청년 일자리 정보관에 참여하는 기관 및 기업 수가 35곳으로 지난해의 배로 늘어났다. 이 때문인지 유 씨처럼 정장을 입거나 친구들과 함께 온 청년 구직자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청년들의 해외 취업 상담 부스와 공공기관의 블라인드 채용 안내 부스를 운영하는 한국산업인력공단에는 새로운 채용 경향에 대한 정보를 얻고자 하는 청년 구직자들로 북적였다. 이광민 한국산업인력공단 대리는 “제대 후 일자리 걱정이 많은 군인들이 많이 참여했다”며 “취업을 어떻게 준비해야할지 막막해하는 청년들이 많아 인턴을 해보면서 적합도가 높은 직무를 찾아보는 게 좋겠다는 조언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일자리를 통해 제2의 인생을 설계하려는 신(新)중년 구직자들도 많았다. 이날 오전 서울시50플러스재단이 마련한 부스에서 상담을 받고 있던 이모 씨(57)는 답답한 표정이었다. 금융권에서 30년 동안 일한 그는 10개월 전 퇴직한 후 재취업에 번번이 실패했다. 50대 후반의 나이로 대학원까지 졸업했지만 기업들은 고학력자를 부담스러워했다. 이 씨는 이런 고민을 하던 중 신문을 보고 리스타트 잡페어 현장을 찾았다. 그는 “50대 중후반의 경험과 연륜을 살린 일자리를 사회가 많이 만들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중장년층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던 한국노인인력개발원 부스에서는 행사 내내 쉬지 않고 취업상담이 이뤄졌다. 문대영 한국노인인력개발원 부장은 “어르신들의 일자리에 대한 관심이 이렇게 뜨거울 줄 몰랐다”며 “하루 종일 일자리 상담이 이뤄졌고 내년 1, 2월 지방자치단체나 노인복지관에서도 인력 채용이 있다고 안내했다”고 말했다.
○ 실제 채용으로 이어지기도… 실속 있는 박람회
이날 박람회는 구직자들이 상담을 받는 것을 넘어 실제 채용으로 연결되는 경우도 있었다. 조금순 한국야쿠르트 중앙영업소장은 “주로 40대 중반에서 50대 후반 여성분들이 많이 찾아와 채용 상담을 하고 갔다”며 “야쿠르트 아줌마는 일주일간 교육을 받으면 누구나 할 수 있다는 점을 충분히 홍보했고 이를 통해 상담 받고 간 7명에 대해 채용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자동차 신한은행 하나금융그룹 우리은행 GS리테일 매일유업 신세계푸드 등 대기업 인사 담당자들이 구직자를 대상으로 1 대 1 채용 상담을 진행하기도 했다.
한편 개막식 행사의 하나로 이목희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 최종구 금융위원회 위원장,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 등 주요 참가자들이 박람회 부스를 찾아 기업과 기관들의 일자리 창출 노력이 이뤄지는 현장을 둘러봤다.
이들은 올해 신설된 정부 일자리정책 종합홍보관에 이어 스타벅스커피코리아, 우리은행, 전역장병관 부스 등을 둘러봤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개막식에서 “리스타트 잡페어는 구직자와 기업 모두에 소중한 기회의 장으로 자리잡았다”며 “이번 행사의 슬로건처럼 모든 사람들이 ‘일하니 행복해요’라고 말하는 날이 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리턴맘 채용을 활발히 하고 있는 스타벅스 부스에서 서영교 원내수석부대표는 “나도 리턴맘이었다. 아이 낳고 사회에 나와 보니 얼마나 두려웠겠냐. 대한민국 모든 엄마들이 당당히 일할 수 있는 리턴맘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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