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만∼30만 원 전용 랜카드 필요
즐길 만한 킬러 콘텐츠도 없어… 속도만으로 소비자 잡긴 힘들듯
내년 5G 무선통신 상용화되면 유선은 설 땅 좁아져 ‘산 넘어 산’
‘VR-AI 산업 촉매제’ 역할 막대… 정부 “2022년엔 커버리지 50%”
KT와 SK브로드밴드가 이달부터 10기가(10Gbps) 유선 인터넷 서비스를 시작한다. 기존 최고 속도는 SK브로드밴드가 5월 내놓은 2.5기가 서비스로, 이보다 4배 빠른 속도다. 내년 3월 무선통신 시장의 5세대(5G) 이동통신 상용화 계획에 앞서 유선통신 시장이 먼저 초고속인터넷을 통해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등 혁신기술 산업 활성화 기반을 갖췄다는 의미가 있다.
현재 초고속인터넷 시장 성장은 멈춘 상태다. 이동통신사들이 올 초부터 경쟁적으로 데이터 기본 제공량과 속도 제한을 없앤 ‘완전 무제한 요금제’를 내놓으면서 기존 유선 인터넷 이용자가 서비스를 해지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스마트폰이 집 전화를 대체하며 유선통신을 해지하는 이른바 ‘코드커팅’ 현상이다.
무선통신 속도는 2010년 스마트폰이 본격적으로 보급되고, 2013년 이후 여러 개의 4G 롱텀에볼루션(LTE) 주파수를 묶어 쓰는 LTE-A 기술이 고도화되면서 지속적으로 향상돼왔다. 하지만 유선통신도 2014년 500Mbps∼1Gbps 속도의 기가인터넷을 출시하면서 무선통신과의 속도 격차를 유지하며 가입자 수를 계속 늘려왔다.
2012년 6월 1800만 회선을 돌파한 이후 한 번도 떨어지지 않았던 초고속통신 가입자는 올해 2월 5년여 만에 처음으로 뒷걸음쳤고 두 달에 걸쳐 5만3000여 명이 감소했다. 4월부터 다시 회복세를 보이며 올해 1∼8월 총 12만여 명이 늘었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 44만여 명이 증가한 것에 비하면 성장이 현격히 둔화됐다. 스마트폰 데이터로 PC 등 인터넷 연결을 할 수 있는 ‘테더링’으로 가정 내 초고속인터넷 대체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내년 5G가 상용화되면 지금보다 최소 3, 4배 빠른 기가급 속도를 지원하기 때문에 유선인터넷의 필요성이 더 줄어들 수 있다는 점이다. 이통사들이 10기가 인터넷 상용화를 서두른 이유도 코드커팅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으로 풀이된다. KT에 따르면 33GB(기가바이트) 용량의 초고화질(UHD) 영화 한 편을 내려받는 데 기존 가정집에 보편화된 기가인터넷(1Gbps)으로는 4분 30초 걸리지만 10기가 인터넷으로는 30초도 안 걸린다.
하지만 이 같은 속도 차가 일반 소비자들에게 얼마나 와 닿을지는 미지수다. 현재 기가급 속도로도 DVD 고화질 영화(4.7GB) 한 편을 1분도 안 돼 내려받을 수 있기 때문에 불편함을 느끼지 못한다. 수십 GB가 넘는 대용량 파일 전송이 아닌 이상 비싼 돈을 들여 10기가 인터넷으로 바꿀 유인이 떨어지는 셈이다. 당장 고객들이 10기가 인터넷으로 즐길 만한 킬러 콘텐츠도 없다.
10기가 인터넷을 이용하려면 건물 내에 광케이블이 깔려 있어야 하는데 기존 랜케이블을 교체하는 비용도 상당하다. 또 기존 PC에 탑재된 랜카드(인터넷 연결장치)로는 10Gbps 속도를 뒷받침할 수 없기 때문에 전용 외국산 랜카드를 별도로 구입해 장착해야 하는데 가격이 20만∼30만 원에 이른다.
다만, 대중화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지만 10기가 인터넷은 다가올 VR·AR,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 대용량 트래픽이 요구되는 융합 서비스의 안정적인 이용과 생태계 조성의 촉매제가 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22년까지 10기가 인터넷 커버리지를 50%까지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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