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572개 벤처 1000억 매출 달성
매출합계 130조… SK 다음 규모
신규진입 69곳중 22곳 ‘반도체’
홍종학 장관 벤처 시찰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앞줄 왼쪽에서 두 번째)이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개발사 ‘모트렉스’의 경기 성남시 분당구 본사를 방문해 이형환 대표로부터 제품 설명을 듣고 있다. 2001년 설립된 이 회사는
2012년 처음 매출 1000억 원을 달성한 뒤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벤처천억기업’이다. 중소벤처기업부 제공
복강경 수술로봇과 3차원(3D)센서 카메라, 디스플레이 공정장비 등을 만드는 ‘미래컴퍼니’는 1992년 경기 화성시에서 설립됐다. 지난해 매출 1000억 원을 훌쩍 넘겨 다시 ‘벤처천억기업’이 됐다. 2014년만 해도 이 기업의 매출은 373억 원 정도였다. 1년 후에는 558억 원, 2016년에는 743억 원을 기록하더니 지난해에 1000억 원을 넘어섰다. 미래컴퍼니는 매출 1000억 원이 넘는 벤처기업 중 3년 연속 20% 이상 매출 성장률을 보이는 이른바 ‘가젤형 벤처천억기업’의 대표적 사례다. 가젤은 점프력이 좋은 영양류의 일종이다.
처음엔 어려움도 많았다. 정보기술(IT) 경기 하락으로 2014년 70억 원의 적자를 보기도 했다. 2세 경영인인 김준홍 대표가 승계하면서 연구개발(R&D) 투자에 승부수를 던진 게 주효했다. ‘직원들과 함께 간다’는 원칙 아래 구조조정도 하지 않았다.
이처럼 벤처로 시작해 매출 1000억 원이 넘은 벤처천억기업이 지난해 총 572개로, 2016년에 비해 59개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기술보증기금 중소기업진흥공단 한국벤처캐피탈협회는 기술성, 성장성이 높아 정부에서 지원할 필요가 있는 기업을 매년 선정해 벤처기업으로 인증한다.
중소벤처기업부와 벤처기업협회가 1일 발표한 ‘2017 벤처천억기업’ 조사에 따르면 새로 벤처천억기업이 된 곳은 69곳이고 기존 기업 중 10곳이 탈락했다. 새로 진입한 69개 기업 중 22개사가 반도체 관련 기업이다. 2005년 조사가 시작될 때 68개였던 벤처천억기업은 2016년 처음 500개를 돌파했다.
벤처천억기업의 지난해 총매출은 130조 원으로 전년도의 112조 원에 비해 16.4% 늘었다. 매출 130조 원은 삼성, 현대자동차, SK에 이어 재계 매출 4위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매출이 1조 원이 넘는 기업도 4개에서 11개로 증가했다. 평균 매출도 1991억 원에서 2305억 원으로 15.8% 성장했다. 창업 후 매출 1000억 원을 달성하는 데 걸린 기간은 평균 17년 6개월이었다.
기존 천억기업보다 새로 천억기업에 진입한 69개사의 매출 성장세나 고용 증가세가 훨씬 좋았다. 신규 천억기업의 지난해 평균 매출은 1289억 원으로 2016년보다 82.3% 늘었다. 대표적인 곳이 게임회사인 ‘그라비티’다. 2016년 매출이 350억 원에서 지난해 1194억 원으로 1년 만에 3배 이상으로 늘었다.
신규 천억기업은 종사자 증가율도 1만1519명에서 1만4561명으로 26.4%가 늘어 전체 천억기업 평균인 4.1%보다 훨씬 높았다. 커넥터 제조·비철금속 분쇄업을 하는 ‘트래닛’, 게임사 ‘펍지’, TV·모니터 제조사 ‘디엘티’ 등은 종사자 수가 1년 만에 2배 넘게 뛰기도 했다.
벤처천억기업은 R&D에 평균 58억 원을 투자해 매출액 대비 2.5%를 쓰고 있다. 이는 대기업의 1.5%나 중소기업의 0.7%에 비해 월등히 높은 수치다. 또 매출액 대비 수출비율도 21.0%로 해외시장 진출도 적극 추진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이날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제조사인 벤처천억기업 ‘모트렉스’를 방문했다. 홍 장관은 “4차 산업혁명 시대 대응 능력에서 우위를 가진 벤처기업이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혁신성장을 선도할 주역”이라며 “갖은 어려움을 이겨내고 이 자리까지 온 천억기업인들에게 박수를 보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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