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서울집값’ 후유증…전월세거래량 4년來 최대

  • 뉴시스
  • 입력 2018년 11월 2일 05시 50분


올해 서울 아파트값이 급등하자 가을 이사철에 전월세 시장으로 실수요가 몰리는 후유증이 나타나고 있다.

2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1~10월 신고일 기준(계약일로부터 60일 이내) 서울 아파트 전월세거래량은 14만9798건으로 집계돼 지난 2014년 전세대란 이후 4년내 최고치를 기록했다.

서울 전월세 거래량은 2014년 1~10월 15만1398건으로 정점을 찍고 같은 기간 ▲2015년 14만9341건 ▲2016년 14만4025건으로 감소세를 보이다가 ▲지난해 14만6574건으로 다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올해는 전세 거래량이 크게 늘었다. 올해 1~10월 전세 거래량은 10만8581건으로 전년 9만9730건 대비 8.9% 증가했다. 전세 거래도 지난 2014년(11만4910건) 대비 최대다.

이 같은 배경에는 전세값이 아파트값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흐름을 나타내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한국감정원 자료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는 1월1일~10월29일 누적 7.21% 상승한 반면, 전세값은 0.05% 하락했다. 치솟는 아파트값에 비해 전세값은 안정세를 지속하면서, 매맷가 대비 전세값을 의미하는 아파트 ‘전세가율’은 KB국민은행 기준 10월 60.3%까지 떨어져 지난 2013년 10월(60.1%)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여름·겨울방학이나 봄·가을 이사철에 국지적으로 발생한 등락을 제외하면, 장기간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 올해 서울의 입주물량이 많아 전세값이 저렴한 새 아파트가 공급되고 있다는 점도 원인 중 하나다. 국토교통부 주택준공실적 등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서울 주택공급량은 2015년 6만4762호, 2016년 8만6937호, 지난해 7만784호 등 증가 추세이며, 올해도 1~8월에만 4만3088호가 준공된 데다 연말로 갈수록 공급량이 늘어나 전세 물량이 풍부한 편이다.

세입자들의 전세 선호도는 점차 높아지고 있다.전월세 거래량에서 전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올해 1월 70.0%에서 지난 10월 75.0%로 상승했다. 전세 거래비중이 75.0%를 넘어선 것은 지난 2014년 11월(76.3%) 이후 3년9개월만이다.

자치구별로는 서대문이 지난 10월 82.9%로 가장 높아, 서울에서 전세선호 현상이 가장 심했던 2014년 10월(80.8%) 수준을 추월했다.양천(81.9%), 강서(81.3%), 강동(80.4%), 강북(80.3%), 성북(80.1%) 등 지역도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앞으로 이 같은 전세선호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우선 서울 집값이 지나치게 급하게 오르면서 실수요자들에게는 부담이 커졌다. 정부가 대출규제를 통해 유주택자에 대한 주택구입을 차단하고 무주택자의 주택 구매기회를 확대했지만, 서울의 경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를 비롯한 각종 대출 규제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주택 구매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집값 하락을 기다리며 전셋집에 대기하려는 수요가 나타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또 청약제도 개편을 통해 무주택자들이 청약시장에서 유리해진 탓에 기존 주택보다 새로운 주택을 분양받기 위해 중장기적으로 전셋집 거주를 택하는 수요도 꾸준할 전망이다.

공급측면에서는 올해 대출규제를 회피하기 위해, 전세를 끼고 집을 산 ‘갭투자’ 수요가 많아 전세매물은 시중에 꾸준히 나올 전망이다. 또 올 연말 입주를 시작하는 9510세대 대단지 서울 송파구 헬리오시티를 포함해 10~12월 신규 아파트 공급이 2만526가구로, 전년 대비 많은 상황이다. 대단지 아파트가 입주를 시작하면, 아파트 잔금을 치르기 위해 전셋집 급매물이 쏟아지면서 일대 집값을 안정시키는 기능을 한다.

다만 전세선호 현상이 장기간 지속될 경우 전세값 불안이 다시 나타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있다.

일단 서울의 올해 10월 기준 전세수급지수는 94.4로 기준치(100)을 밑돌고 있어 공급이 수요보다 많은 상황이다. 가격이 급격하게 오르기는 쉽지 않은 상황으로 보인다.

변수는 정부가 9·13대책을 통해 1주택자가 장기보유특별공제를 받기 위해 2년이상 실거주 조건을 단 점이다. 이 때문에 집주인이 전셋집을 내놓기보다는 직접 입주를 선택해 공급량이 줄어들 수도 있다는 분석도 있다.

전셋집을 주로 2년 단위로 계약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전세선호 현상이 지속될 경우 중장기적으로는 전세 공급난이 나타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있다. 기존 전세대란 사태 당시 전세 선호 현상은 2014년(거래비중 연 75.8%)이 2015년(67.1%)보다 높았지만, 가격 상승폭은 2015년이 더 컸다.

함영직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그동안 전세가격이 많이 오르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전세가격은 상승할 여력이 높다”면서 “전세 수요가 늘면 국지적인 전세값 상승이 나타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박 위원도 “정책 변수 등으로 시장에 나올 수 있는 매물이 제한되고, 무주택자들의 청약 기대감이 높아 전세 선호 현상이 지속될 수 있다”면서 “그렇게 되면 전세시장이 강보합세를 나타낼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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