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락장에 손실 났는데 세금까지…”, 증권거래세 폐지 목소리 커져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1월 7일 03시 00분


김모 씨(57)는 지난달 증시가 급락하자 황급히 손절매에 나섰지만 1200만 원 넘게 손실을 봤다. 김 씨를 더 화나게 한 것은 주식을 팔 때마다 꼬박꼬박 내는 증권거래세였다. 주식으로 돈을 번 것도 아닌데 약 100만 원의 세금을 냈다. 그는 “이런 불합리한 세금을 언제까지 내야 하느냐”고 하소연했다.

주식을 팔 때 손익과 관계없이 무조건 매도대금의 0.3%를 떼어가는 증권거래세를 인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개인투자자와 금융투자업계는 물론이고 여당 의원들도 증권거래세 인하 법안을 발의하며 동참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주식 시세 차익 대부분에 대해 여전히 비과세하고 있는 데다 연 6조 원이 넘는 세수가 줄어들 수 있다며 인하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 증권거래세 6조 원 넘어

6일 국세청과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해 증권거래세로 거둬들인 세수는 6조2828억 원에 이른다. 올해는 그 규모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투자자들의 불만은 증권거래세가 ‘소득 있는 곳에 과세한다’는 조세 기본원칙에 어긋난다는 점이다. 손실을 보더라도 투자자들은 코스피, 코스닥 주식을 팔 때 0.3%를 내야 한다. 투자자들은 “정부가 길목을 지키고 앉아 통행세를 받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한다.

이중과세 문제도 제기된다. 주식 거래 차익에 대한 양도소득세 부과 대상이 현재는 ‘주식 보유액 15억 원 이상’이지만 2020년엔 10억 원, 2021년엔 3억 원으로 확대된다. 양도세를 내야 하는 대주주가 기존 1만 명에서 약 8만 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양도세를 내면서 거래세까지 내야 한다.

아시아 주요국의 거래세율은 한국보다 훨씬 낮다. 중국 홍콩은 0.1%, 싱가포르는 0.2%의 거래세를 매긴다. 대만은 지난해 0.3%에서 0.15%로 낮췄다. 미국 독일 일본 등은 아예 거래세가 없다.

이처럼 상대적으로 높은 한국의 증권거래세가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요인이 된다는 지적이 많다. 김영진 금융투자협회 세제지원부장은 “증권거래세는 투기 수요 억제를 위해 도입됐지만 현재는 투자 활성화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며 “주식 양도세 대상자가 늘어난 만큼 증권거래세 인하나 폐지를 검토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 “양도세 대상 늘리고 인센티브 제공해야”

하지만 정부는 증권거래세 인하에 부정적이다. 양도세 대상이 확대되지만 여전히 대다수 투자자는 차익을 남겨도 세금을 내지 않는다. 이 같은 구조에서 거래세만 섣불리 인하하기는 시기상조라는 것이다.

여기에다 한 해 6조 원이 넘는 세수 감소도 정부엔 부담이다.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증권거래세를 0.1%로 인하했을 때 세입 감소분은 내년부터 5년 동안 연평균 3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문가들은 증권거래세를 낮추고 양도세 부과 대상을 확대하는 대신에 투자자를 위한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투자 이익에서 손실을 뺀 실제 순익에만 과세하는 ‘손익 통산’을 도입하고, 소액이나 장기 투자엔 세금을 깎아주는 분리과세 도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도 이날 국회 정무위원회에 출석해 “세무 당국은 세수 감소 우려 때문에 소극적이지만 (거래세 폐지가) 증시 활성화를 위한 대안이 될 수 있다. 진지하게 생각해 봐야 할 때”라고 말했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폭락장에 손실#증권거래세 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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