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고 수위 높인 KDI “내수 부진에 경기 둔화”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1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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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책기관 올해 첫 ‘둔화’ 표현, “설비투자 감소 특히 빠르게 진행”

우리 경제가 둔화하고 있다고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분석했다. 국책연구기관이 현 경제 상황을 ‘둔화’라고 진단한 것은 올 들어 처음이다. 경제 상황을 우려하는 목소리를 잇달아 내온 KDI가 경고의 강도를 한 단계 높인 셈이다.

8일 KDI는 ‘경제동향’을 통해 “우리 경제는 내수가 부진한 모습을 보이면서 전반적인 경기는 다소 둔화된 상황에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9월에는 투자가 부진했고, 계절적인 요인까지 더해져 내수 증가세가 크게 나빠졌다고 덧붙였다.

KDI는 8월만 해도 경기가 완만하나마 개선 추세에 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9월 들어 ‘경기 개선 추세’라는 문구를 삭제한 데 이어 이번에는 둔화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경기가 하강 국면으로 가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

실제 경기를 판단해볼 수 있는 각종 지표는 악화 일로에 있다. 9월 전 산업 생산은 광공업 생산이 크게 감소하면서 지난해 같은 달보다 4.8% 줄었다. 또 도소매업(―4.7%)이 감소로 전환하고 숙박·음식점업(―3.9%)도 부진에 빠지면서 서비스업 생산은 작년 9월보다 1.4% 줄었다. 9월 설비투자는 19.3%나 줄었고 소비 역시 0.5% 증가하는 데 그치며 개선세가 약화됐다. 생산, 소비, 투자가 동반 하락세를 보인 것이다. 특히 설비투자 감소는 성장률을 0.5%포인트 낮출 정도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게 KDI의 분석이다.

KDI는 최근 정부의 경기 판단과 다른 진단을 내놓고 있다. KDI는 6일 내놓은 ‘하반기 경제 전망’에서 내년도 경제성장률을 5월 전망치보다 0.1%포인트 낮은 2.6%로 전망했다. 김현욱 KDI 경제전망실장은 “경기가 거의 정점을 지나가면서 하강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KDI는 또 지난달 22일에는 고용 문제를 거론하며 정부에 노동개혁을 해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이례적으로 정부 정책에 반하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며 최근의 노동시장에 강한 우려를 표명한 것이다.

세종=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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