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접는(폴더블)’ 스마트폰으로 성장정체된 시장에 다시한번 물꼬를 틔우고 있다. 아직 시제품만 공개됐지만 삼성전자는 이미 양산 채비를 했다는 점에서 폴더블 스마트폰 ‘개척자’다. 그러나 폴더블 시장은 홀로 개척할 수 없기에, 삼성전자는 전세계 개발자들을 아우르는 ‘생태계’ 조성에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 7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모스콘센터에서 열린 제5회 ‘삼성개발자콘퍼런스 2018’(SDC 2018)에서 공개된 삼성전자의 폴더블폰은 좌우 접이식이다. 펼치면 화면 크기가 18.54cm(7.3인치)에 달한다. 화면비율도 4.2대3이다. 지금까지 스마트폰 화면비율과 다르다. 삼성전자는 폴더블폰의 사용자환경(UI)인 ‘원UI’도 공개했다.
이 때문에 폴더블 화면에 최적화된 모바일앱 개발이 시급한 실정이다. 무엇보다 왼쪽은 큰 화면이 1개 배치되고, 오른쪽은 화면을 위아래로 2개 배치할 수 있다. 즉 3개의 모바일앱이 동시에 구동할 수 있는 ‘멀티태스킹’이 가능하다. 모든 안드로이드앱이 이 각각의 화면크기에 최적화돼야 한다는 얘기다.
삼성전자는 폴더블폰 시제품을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개발자들에게 나눠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아무리 완성도가 뛰어난 폴더블폰을 개발했더라도 이 스마트폰으로 사용할 수 있는 앱이 없다면 무용지물이기 때문이다. ‘폴더블 생태계’는 결코 삼성전자 혼자 이룰 수 없는 환경인 것이다.
고동진 삼성전자 IM(IT&Mobile)부문장(사장)이 삼성개발자회의에 대해 “새로운 폼팩터로 최적의 경험을 만드는 자리의 시작”이라고 말한 것도 이 때문이다. 또 삼성전자가 게임개발자들에게 그래픽 성능을 확인할 수 있는 ‘GUI 와치’ 등을 제공하는 것도 이들을 폴더블 생태계로 끌어들이기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 삼성은 내년에 게임에 특화된 앱마켓 ‘갤럭시스토어’도 오픈한다.
삼성전자는 “개발자들을 위한 행사인만큼 폴더블 스마트폰에서 실현할 수 있는 새로운 사용자환경(UI)을 함께 고민하고 만들자는 취지에서 ‘인피니티 플렉스 디스플레이’를 공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동진 사장도 “지금까지 삼성전자가 이런 식으로 일을 한 적은 많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실제로 삼성전자가 스마트폰을 출시하기전 시제품을 공개한 적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종의 ‘先 가치 後 판매’ 전략이다.
현재 스마트폰 시장은 성장포화 상태다. 올해 스마트폰 출하량은 지난해보다 1.3%가량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스마트폰 시장이 태동한 이래 역성장은 처음이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삼성전자는 ‘폼팩터’ 전략으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폴더블 스마트폰이 왜 필요한가’라는 질문에 고민하던 삼성전자는 소비자들이 ‘이래서 폴더블 스마트폰이 필요했구나’라고 고개를 끄덕이도록 하겠다는 전략이다. 그 시작점은 ‘SDC 2018’에서 출발했다. 고동진 사장은 “양산 준비가 됐다는 차원에서 SDC 2018에서 공개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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