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동진 삼성전자 IT모바일(IM)부문장(사장)이 8일(현지 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내년 상반기(1∼6월)에 무조건 폴더블폰을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폴더블폰의 초도 물량은 100만 대 이상이 될 것”이라며 “시장 반응이 좋으면 100만 대 이상을 생산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7일 샌프란시스코에서 ‘삼성 개발자 콘퍼런스 (SDC·Samsung Developer Conference) 2018’을 열고 첫 폴더블폰의 디스플레이를 공개했다.
고 사장은 “이번 SDC에서 디스플레이를 보여준 건 삼성전자가 폴더블폰을 상용화할 수 있는 수준까지 만들었다는 의미”라며 “(폰을) 접었다 폈을 때 선이 안 보이도록 하는 등 여러 허들(장애물)이 극복됐고, 이제 사용자 인터페이스(UI)를 구체적으로 구현하는 것만 남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소비자들로부터 잘 만들었다는 얘기를 들으려면 삼성 혼자만의 노력으로는 안 되고 구글 등과 협력해야 한다”며 “두 달 전 구글의 순다르 피차이 최고경영자(CEO)와 만났고 함께 태스크포스(TF)를 가동 중이다”라고 했다. 폴더블폰이 단순히 디스플레이와 배터리 등 하드웨어적인 부분뿐 아니라 소프트웨어에서도 대대적인 혁신이 이뤄져야 성공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중국 스타트업 ‘로욜’에 이어 삼성전자의 폴더블폰까지 연이어 베일을 벗으면서 전자업계는 폴더블폰이 침체된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을 되살릴 수 있을지에 주목하고 있다. 이달 초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가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스마트폰 시장 성장률은 ―1.3%를 기록하며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보일 것으로 예측됐다.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16%의 연평균 성장률을 기록해온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이 마침내 멈춰서는 것이다.
특히 삼성전자가 로욜의 ‘플렉스파이(FlexPai)’보다 업그레이드된 버전으로, 중국 화웨이 등 메이저 업체보다 먼저 실물을 공개함에 따라 폴더블폰이 중국 업체들과의 경쟁에서 새로운 승부수가 될 수 있을 것이란 희망적인 반응도 나온다.
삼성디스플레이 부사장을 지낸 김학선 울산과학기술원(UNIST) 전기전자컴퓨터공학부 교수는 “디스플레이를 안으로 접는 ‘인폴더’ 방식은 삼성이 7년 전부터 개발해온 기술”이라며 “기술적으로는 2년 전에 완성됐지만 좀 더 완벽하게 만들려고 지금까지 계속 진화시켜 온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금 추세인 대화면 휴대전화는 너무 커서 주머니에 넣고 다니기엔 휴대성이 떨어지지만 소비자들은 더 큰 디스플레이를 원하기 때문에 그런 면에서 폴더블폰은 분명한 혁신이다”라고 평가했다. 로욜이 삼성전자보다 일주일 앞서 화면이 밖으로 접히는 아웃폴딩 형태로 제품을 내놓은 것이 오히려 삼성전자의 압도적인 기술력을 돋보이게 해줬다는 평가도 나왔다. 김 교수는 “삼성이 인폴딩 특허를 워낙 많이 갖고 있어서 아웃폴딩 방식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정옥현 서강대 전자공학과 교수는 “로욜은 폰을 만들어본 경험이 없는 회사라 사용자 경험(UX)이나 UI 기술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폴더블폰은) 중국 업체들의 추격을 따돌릴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 관계자는 “폴더블폰을 통해 혁신적인 기업과 제품이라는 이미지를 동시에 얻어 현재의 수요 포화 상태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다만 실제 초창기엔 넘어야 할 산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 전자업계 관계자는 “과거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내놨던 ‘커브드(휘어진) 스마트폰’이 사실상 대실패했듯, 왜 스마트폰을 접어야 하는가에 대한 소비자 니즈를 명확하게 살리지 못하면 또 한 번의 실험에 그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가격도 변수다. 로욜은 플렉스파이 128GB 용량을 1588달러(약 179만 원), 256GB 용량을 1759달러(약 198만 원)에 팔고 있다. 국내 통신업계 관계자는 “소수의 얼리어답터를 제외하고는 아직 시장에서 검증되지 않은 제품에 큰돈을 쓰려는 소비자가 많지 않다”며 “폴더블폰이 기존 노트북이나 태블릿PC의 기능까지 충족하는 제품이 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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