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소형 AR렌즈 우리가 만들자”… 취업 대신 창업 나선 고교 동창생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1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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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스타트업 창업기] <1> 대학생, 창업첫발 내딛다

최근 서울 성동구 한양대 융합교육관에서 만난 김재혁 레티널 대표(왼쪽)와 하정훈 최고기술책임자가 광학용 측정 도구를 들어 보이고 있다. 두 사람은 고교 1학년 때부터 과학 이야기를 하며 지낸 ‘절친’이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최근 서울 성동구 한양대 융합교육관에서 만난 김재혁 레티널 대표(왼쪽)와 하정훈 최고기술책임자가 광학용 측정 도구를 들어 보이고 있다. 두 사람은 고교 1학년 때부터 과학 이야기를 하며 지낸 ‘절친’이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스타트업 창업. 가슴을 뛰게 하는 말이지만, 막상 직접 도전하는 청년들이 부딪히는 현실적인 어려움은 많다. 우리나라 청년 스타트업은 어떻게 만들어져 어떤 어려움을 겪으며 커나가고 있을까. 공대생 2명이 스타트업을 만들어 가는 과정을 연재해 청년 창업의 구체적인 어려움을 살펴본다.

“정훈님은…”, “재혁님이…”.

11년 지기인 나(김재혁·28)와 정훈이(하정훈·28)가 서로를 이렇게 부르게 될 줄은 몰랐다. 그래도 이게 룰이다. 이젠 그냥 친구가 아니라 스타트업을 창업하고 키워 나가는 동업자니까.

우리는 고교 동창이다. 과학을 좋아한다는 공통점으로 친해졌다. 졸업 후 나는 한양대 산업공학과에, 정훈이는 홍익대 신소재공학과에 진학했는데 그 후에도 계속 연락하고 지냈다. 만날 때마다 늘 과학 얘기만 했다. 정훈이가 아이디어들을 이야기하면 나는 브레인스토밍을 해주곤 했다.

2015년 1월 어느 날, 정훈이는 “HMD(Head Mounted Display·안경처럼 착용하는 형태의 영상장비)에 활용할 수 있는 초소형 렌즈를 만들고 있다”고 했다. 겉으로 보기엔 작은 렌즈지만 이를 통해 옆에 있는 컴퓨터 모니터 화면을 마치 눈앞에 있는 것처럼 반사시켜 볼 수 있는 제품이다. 막힌 벽에 뚫린 작은 구멍을 통해 한편의 모습이 반대편에 선명한 상으로 맺히는 ‘핀홀 효과’를 이용한 것이라고 했다.

당시 나는 대학 연구실 학부 연구원으로 일하면서 증강현실(AR)을 자주 접해왔던 터라 이 렌즈에 관심이 갔다. 2012년 구글이 ‘구글 글라스’를 선보인 뒤 시장에 HMD가 쏟아져 나왔지만 대부분 두껍고 무거웠다. 초점이 제대로 맞지 않는 것도 있었다. 정훈이가 가져온 렌즈를 보면서 나는 ‘기술을 제대로 구현한다면 가벼우면서도 초점이 또렷한 초소형 AR용 렌즈를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팀을 이뤄 제대로 된 제품을 만들어 보기로 했다. 일단 학교 다니는 틈틈이 제품을 준비하며 창업 가능성을 타진해 보기로 했다. 당장 해결해야 할 문제는 자금이었다. 정훈이가 구상한 렌즈는 그때까지만 해도 아이디어 수준의 ‘공작품’에 가까웠다. 제대로 된 시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했지만 학생인 우리 수중에는 수십만 원뿐이었다.

우리는 공모전이나 창업 관련 경진대회에 지원해 상금으로 종잣돈을 마련하기로 했다. 일단 역할을 나눴다. 정훈이는 개발에 전념하고, 내가 대회를 알아보고 자금 조달을 맡기로 했다. 막상 대회를 준비하려다 보니 정보를 구하는 일부터 쉽지 않았다. 언제 어떤 대회가 열리는지, 어떤 성격인지 체계적으로 정보를 제공해주는 곳을 찾기 쉽지 않았다. 결국 무작정 검색을 하고 공공기관 홈페이지를 일일이 뒤지거나 대학 캠퍼스에 붙어 있는 포스터를 찾아다녔다.

10개월 동안 수차례 공모전과 대회에 도전하고 떨어지기를 반복하다 2015년 말, 당시 미래창조과학부가 진행한 대국민 연구과제 공모 ‘X 프로젝트’에 연구팀 중 하나로 선정됐다. 이때 받은 3700만 원으로 우리는 광학제조업체에 의뢰해 마침내 제대로 된 렌즈 시제품을 만들 수 있었다. 정밀한 시제품이 나오자 이후 참가한 대회에서는 제법 큰 상을 타기도 했고 이런 경력은 몇 년 뒤 투자를 받는 데도 도움이 됐다.

진짜 고민은 진로 문제였다. 막상 시제품까지 나오자 계속 이 일에 매달려 창업까지 갈 것인지 결정을 해야 했다. 당시 나는 3학년, 정훈이는 4학년이었다. 1학년 때부터 학부 연구원 일을 했던 나는 원래 대학원에 진학하거나 대기업에 취업할 생각이었다. 정훈이도 교직 이수를 해둬서 교사의 길을 갈 수도 있었다. 무엇보다 창업이라는 불확실성에 대한 불안함이 있었다.

그러나 우리는 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보장된 것은 아무것도 없었지만, 우리가 개발한 초소형 AR용 광학렌즈가 언젠가 세계적인 제품에 들어가는 꿈을 포기하기는 싫었다. “지금 아니면 언제 우리가 스타트업을 해보겠어?”라는 호기로운 마음도 들었다. 서로에 대한 믿음과 제품에 대한 확신으로 우리는 앞으로 가보기로 했다.
 

▼초기 창업가 위한 포털 ‘K스타트업’▼

창업준비 Tip

스타트업 창업 관련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대표적인 사이트는 중소벤처기업부가 운영하는 창업 포털사이트 ‘K스타트업’이다. 창업 자금을 마련하려 창업경진대회나 공모전을 두드리는 이들을 위해 정부 산하기관 및 각 대학, 기업이 주최하는 대회 정보를 모아놓았다. 이화종 창업진흥원 정보관리부장은 “공모전은 주로 상반기에 많은 편”이라며 “특히 상금이 많은 대규모 행사는 4, 5월경 지원을 받아 하반기까지 예선과 본선을 거쳐 진행된다”고 말했다. 공모전 정보뿐 아니라 사무실이 필요한 스타트업을 위해 입주 업체를 모집하는 지방자치단체의 창업지원센터나 민간회사도 소개한다. 입주 업체는 입주비를 전액 또는 일부 감면받을 수 있다.

정리=권기범 기자 kaki@donga.com
#스타트업#창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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