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가 14일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한 금융감독원의 재감리 안건 심의에 돌입했다.
증선위는 가급적 이날 중으로 최종 결론을 도출한다는 방침이어서 지난 4월 금감원의 감리 이후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의혹이 어떤 결말을 맞을지 주목된다.
증선위는 이날 오전 9시부터 정례회의를 열어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금감원의 재감리 안건을 상정했다.
지난달 31일 정례회의에서 금감원 보고와 삼성바이오로직스 및 회계법인 의견 청취 등을 진행한 증선위는 이번 회의에서 최종 결론을 도출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위해 통상 오후 2시에 개최되던 회의 일정도 오전 9시로 앞당겼으며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제외한 다른 안건은 뒤로 미뤄뒀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지난 증선위 회의 때부터 관련 내용이 심도 있게 검토돼 왔기 때문에 이번에는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최종결론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증선위 심의의 최대 쟁점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015년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의 회계기준을 변경한 것이 고의적 분식회계였느냐다.
앞서 금감원은 2011년부터 적자에 허덕이던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상장 직전인 2015년 자회사 회계 처리 기준 변경으로 갑자기 1조9000억원의 흑자를 기록한 과정에 고의적인 분식회계가 있었다고 판단하고 중징계를 의결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012년 미국 바이오젠과 합작해 설립한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전환하며 이 회사의 지분가치를 장부가액(2900억원)에서 시장가액(4조8000억원)으로 바꾼 게 뚜렷한 근거 없이 이뤄졌다는 것이다.
반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IFRS(국제회계기준)에 따라 모든 회계처리를 적법하게 이행했다며 금감원과 대립해 왔다.
이런 가운데 최근 금감원이 삼성의 내부 문건을 입수, 증선위에 제출한 것이 최종 결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해당 문건에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바이오젠에 부여한 콜옵션 평가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합작계약서상 콜옵션 조항을 수정해 소급적용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변경 ▲콜옵션 평가손실 최소화 등 세 가지를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에 보고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또 지난 7일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자체평가액은 3조원인데도 회계법인들은 8조원의 시장가치를 매겼으며 삼성은 이것이 ‘뻥튀기’라는 것을 알고 있었음에도 그대로 국민연금에 보고했다는 내부 문건을 추가 공개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는 이날 증선위에 출석하는 길에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본질을 보는게 좋다”며 “회계처리의 적법성에 대한 본질을 봐달라”고 말했다. 증선위 심의를 앞둔 심정에 대해서는 “정말 최선을 다하겠다”고 언급했다.
만일 증선위가 삼성바이로직스에 대해 고의적 분식회계라는 판단을 내려 검찰에 고발하고 회계처리기준 위반 규모가 자기자본의 2.5% 이상일 경우 주식 거래가 정지될 뿐만 아니라 한국거래소의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에 오른다.
지난해 말 기준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의 21.5%를 소액주주 8만여 명이 보유하고 있어 상장폐지가 현실화되면 주주 피해 가능성이 커 후폭풍이 거셀 전망이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시가총액이 20조원대에 달하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때 상장폐지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더 많다. 거래소에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제도가 도입된 이후 지금까지 회계문제로 인해 상장폐지된 회사도 없었다.
일각에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소송 제기로 법원에서 최종 결론이 나올 수 밖에 없는 사안이기 때문에 거래소가 상장폐지를 결정하기에는 부담스러울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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