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자회사 회계 처리 변경해 실적 부풀렸다”
즉시 거래정지·상장폐지 심사…삼바 “행정소송”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의 자회사 회계 처리 위반 여부에 대해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가 ‘고의적 분식회계’ 결론을 내렸다. 지난해 4월 금융감독원이 특별감리에 착수한 지 19개월 만이다.
김용범 증선위원장 겸 금융위 부위원장은 14일 정례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증선위는 삼성바이오와 김태한 대표를 검찰에 고발했다. 김 대표와 담당 임원을 해임 권고하고 삼성바이오에 대한 과징금 80억원을 의결했다. 과징금은 향후 금융위 정례회의에서 최종 결정된다.
증선위는 삼성바이오가 지난 2015년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바이오에피스)에 대한 지배력을 상실했다면서 회계 처리 방식을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바꾼 것을 고의적인 회계 조작이라고 봤다.
삼성바이오는 2015년 미국 합작사 바이오젠이 가진 콜옵션(특정값에 주식을 살 권리) 행사 가능성이 커졌다며 바이오에피스에 대한 회계 기준을 바꿨다. 증선위는 이 회계 처리 변경으로 2011년 설립 이후 2014년까지 4년간 적자 회사였던 삼성바이오가 1조9000억원의 흑자 회사로 탈바꿈했다고 판단했다.
증선위는 삼성바이오의 2012~2014년 회계 처리에 대해서도 금감원 손을 들어줬다. 금감원은 지난 1차 감리와 달리 재감리 조치안에 삼성바이오가 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가 아니라 관계사로 처음부터 처리했어야 한다고 명시했다. 증선위는 2012~2014년 회계 처리 위반은 ‘중과실’로 결정했다.
금감원은 지난해 4월부터 특별감리를 진행하고 삼성바이오가 2015년 말 바이오에피스 기업 가치를 부풀리는 분식회계를 저질렀다고 봤다. 이후 대표이사 해임 권고와 대표 및 법인 검찰 고발, 과징금 60억원 부과 등 제재 조치안을 증선위에 제출했다. 하지만 증선위는 지난 6~7월 1차 심의에서 콜옵션 공시 누락에 대해서만 ‘고의’로 판단하고, 핵심 지적사항인 회계 처리 변경은 재감리를 요구했다.
금감원은 재감리를 진행하면서 삼성 내부문건을 확보해 증선위에 제출했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해당 문건을 지난 7일 공개하기도 했다. 삼성바이오와 그룹 미전실 사이 오간 문건에는 삼성바이오가 스스로 가치를 3조원으로 평가해 시장평가액(8조원)과 차이가 커 대응이 필요하다는 대목이 나온다. 이를 두고 삼성바이오 회계 처리 변경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사후 정당화하려는 조처가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이 문건은 증선위원들 판단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시가총액(13일 기준) 9위인 삼성바이오는 즉시 주식시장에서 거래가 정지된다. 한국거래소의 상장폐지 심사도 받는다. 회계 처리 위반 금액이 시가총액 2.5%를 넘으면 상장폐지 심사 대상이다. 삼성바이오는 행정 소송 등 법적 대응에 나설 방침이다. 삼성바이오 관계자는 “증선위 심의 전 과정에서 최선을 다했지만 유감스러운 결과가 나왔다”면서 “가능한 모든 방법으로 대응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삼성바이오는 지난 10월 서울행정법원에 증선위 1차 심의 결론에 대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