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설문에 참여한 금융권 최고경영자(CEO)들은 한국이 ‘아시아 금융허브’로 도약하려면 금융당국의 혁신이 우선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금융사의 손발을 묶는 규제 족쇄 대신 혁신을 지원하는 ‘건강한 규제’를 기반으로 금융업을 육성하려는 비전을 보여야 한다는 주문이 잇따랐다.
설문을 통해 익명으로 다양한 제언을 내놓은 CEO들은 “한국에선 규제 때문에 할 수 없는 게 너무 많다”고 입을 모았다. C은행장은 “다양한 융복합 사업을 금융사 주도로 추진하고 싶은데 정부 규제 때문에 할 수 없어 주택담보대출 같은 리스크 낮은 사업에만 집중하게 된다”고 말했다. D보험사 사장은 “개인정보 활용 범위가 좁고 해외 투자 진출 규제가 까다로워 신상품과 서비스 개발이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법령에 규정되지 않은 구두 지침, 행정지도, 가이드라인 같은 ‘숨어 있는 규제’가 경영의 예측 가능성을 떨어뜨리는 것도 문제로 꼽았다. E카드사 대표는 “정권에 따라 달라지는 규제 방향도 사업을 힘들게 한다”며 “사업하다 문제가 생기면 그 책임을 금융사가 떠안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더 보수적인 경영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특히 시장 영역에서 결정돼야 할 가격 문제에 정부가 개입해선 안 된다는 지적이 많았다.
국내 금융사들이 해외로 발을 넓혀 시장을 확대할 수 있도록 정부가 가교 역할을 더 해달라는 주문도 나왔다. F은행장은 “나라마다 영업 환경과 규제 수준이 다른 만큼 신속한 인허가나 협력을 위해 감독당국 간의 대화 채널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CEO들은 한국이 금융 혁신을 게을리 하면 그 피해는 소비자에게 돌아간다고 지적했다. G핀테크 기업 대표는 “혁신적 금융 서비스가 꾸준히 나와야 금융 소비자들의 자산 증식 기회도 늘어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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