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정위, “모두 일방적 주장일 뿐” ● “공정위 4년 생활 탈탈 턴다고 들어” ● “주의조치 소청, 소송하니 보복” ● “위원장이 내부개혁·검찰수사 방해” ● “로비 막기 위해 회의 녹음 남기는 것 극구 반대” ● “퇴직자의 현 직원 면담 허용은 로비 길 터준 셈” ● 공정위 “피해자 보호 차원 직무정지” ● 공정위 “조사 완료되면 소명 기회 부여” ● 공정위 “헌소에는 관련법령 따라 대응”
유선주(51) 공정거래위원회 심판관리관(2급·국장)이 11월 7일 김상조(56) 공정거래위원장을 상대로 헌법소원을 냈다. 유 국장은 김 위원장을 상대로 성신양회 과징금 감경과 관련해 자신이 받은 주의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소송도 10월 19일 서울행정법원에 제기했다. 현직 고위공무원이 장관급 기관장을 상대로 헌소와 행정소송을 동시에 청구한 것. 중앙 부처 현직 간부가 기관장을 상대로 헌소를 제기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유 국장은 곧 국민권익위원회에도 부패 신고를 할 계획이다. 잠시 시간을 10월 10일 오후로 돌려보자. 이날 김 위원장은 오후 5시를 기해 유 국장의 직무를 정지한다고 통보했다. 유 국장이 ‘신동아’에 건넨 A4 용지 52쪽 분량의 헌소 청구서에는 그 시간 유 국장과 김 위원장 간 대화가 다음과 같이 적혀 있다. ‘김: 위원장의 권한과 책임으로 이 순간 이후부터 직무를 전부 정지할 것을 명령한다. 유: 사무실 돌아가서 결재 버튼 하나라도 누르면 지시불복종으로 징계하겠다는 건가? 김: 그렇다. 위원장의 말이 전면적 직무정지의 근거다. 심판관리관실 소속 직원들 다수가 국장이 갑질을 했다고 익명 제보했다. 익명 제보라 내용을 말해줄 수 없다. 노조 설문조사에서도 직원들이 국장을 ‘나쁜 사람’이라고 한다. 이제부터 조사를 해서 감사, 징계를 하겠다. 유: 탄핵사태를 촉발시킨 사건 중 하나가 전직 대통령이 문체부 일반직 공무원인 노태강 국장을 ‘나쁜 사람’이라고 언급한 거다. 위원장 직위에 있다고 해서 말 한마디로 한 공직자의 삶을 파괴할 수 있는 건가? 일반직 공무원인 나에게 무슨 연유로 이런 위헌적 행위를 하나?’
“출근이 고문”
유 국장은 10월 15일 공정위에 대한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김 위원장이 내부개혁을 방해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파장을 일으켰다. 유 국장은 2001년부터 2014년 9월까지 13년 6개월간 창원·대전지법, 대전고법 등에서 판사로 일했다. 이후 2014년 9월 11일 공정거래위원회 심판관리관에 임명됐다. 10월 23일과 11월 5일, 두 차례에 걸쳐 대전역 인근에서 유 국장을 만났다.
- 요새 출근하면 하루를 어떻게 보냅니까?
“교류할 사람을 차단당해서 혼자 있는 게 정말 보통 힘든 일이 아니에요. 친하게 지내던 직원들과도 간단한 대화나 식사조차 못 하고 있습니다. 고문이에요.”
- 공정위 부하 직원들에게 갑질을 했습니까?
“아니요. 행정부에서 부이사관(과장)이 국장한테 갑질당했다고 신고하는 거 본 적 있으세요? 과장이 갑질로 신고당하는 고위직급이에요. 판사만 하다가 외부 개방형직위로 온 여자 국장이 공정위에서 잔뼈 굵은 내부 출신 과장을 상대로 어떻게 갑질을 합니까.
심판관리관실 인적 구성 다수가 올해 4월 이후 바뀌었어요. 그사이에 20여명에게서 단체로 신고당할 만큼 제가 갑질을 했다는데, 그게 가능한가요? 그나마 그중 여럿은 저와 딱히 얼굴 마주칠 일도, 업무상 보고받을 일도, 부대낄 일도 없는 직원들이에요.”
- 갑질 신고는 언제부터 된 겁니까?
“갑질 신고는 추석 이후, 그러니까 국감 직전에 서명날인 형태로 받았다고 해요.”
- 국감 당시까지 20여 건이라는데, 비교적 짧은 시간이네요.
“그러니 조작이라고 확언드리는 거예요. 여기 20년 이상 근무한 직원 한 분이 서명해야 할지 고민하면서 상의했다고 그래요. 그만큼 오래 일한 분이 고민하는 정도면 이건 양심을 고문하는 강요죄잖아요. 국정감사 끝나고 추가로 서명을 더 받았습니다. 그걸 저한테 말해준 직원이 ‘국장님의 4년치 생활을 탈탈 털기식으로 이야기를 모으고 갑질행위로 구성하고 있다’고 말하더군요. 보복행위 아닌가요? 민병두 국회 정무위원장이 국감장에서 국회 증언감정법률에 따라 제게 불이익 주지 말라고 지시했어요. 법과 국회의원들의 의결을 위반한 거잖아요.”
이에 대한 ‘신동아’의 질의에 공정위 대변인실은 “갑질 신고가 조작됐다는 것은 당사자의 일방적인 주장이며, 신고를 한 대다수 직원은 유 국장이 소관 업무에 대한 최종 결정권자이면서 관리·감독 권한을 갖고 있는 심판관리관실 소속”이라고 반박했다.
또 “현재 갑질 신고 건에 대한 조사가 진행 중인바 조사와 관련된 구체적 사항은 언급할 수 없다”면서도 “국감 이후 갑질 신고가 추가적으로 있었다면, 이는 개개인의 판단에 의한 것일 것이며 조직 차원에서 유 국장과 관련한 어떠한 조치나 행위를 한 바 없다”고 덧붙였다.
이어 “7월 범정부 차원에서 발표한 ‘공공분야 갑질 근절 종합대책’에 의거해 갑질 신고가 있는 경우 피해자의 희망에 따라 피해자와 가해자를 격리하는 등의 기관장 보호조치를 규정하고 있다. 이에 위원장이 피해자 보호 차원에서 사실조사가 완료될 때까지 일시적·잠정적으로 그 직무를 정지한 것”이라고 밝혔다. 김상조 위원장은 11월 8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출석해 “잠정적으로 직무를 정지한 것은 징벌이 아니다”라고 밝힌 바 있다.
“쭈쭈바 과장은 징계 안 했는데…”
2017년 9월 6일, 국가공무원노동조합 공정거래위원회 지부는 5급 이하 전체 직원 410명 중 설문지 제출자(228명, 약 56%)들에게서 제보받은 간부들의 주요 갑질 사례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일명 ‘쭈쭈바 과장’은 사무실 냉장고에 아이스크림(쭈쭈바)을 사놓지 않으면 조사관에게 짜증을 냈다. 또 자신의 퇴근버스 예약, 여행 시 가족과 머물 숙소 예약 등 사적 업무까지 직원들에게 시켰다는 게 공정위 노조의 폭로다.
- 지난해 노조 설문조사 발표로 떠들썩했습니다. 당시 문제 된 사람들도 즉시 구두 명령으로 직무배제 됐나요?
“아니요. 그분(쭈쭈바 과장)은 물론이고, 어린 여자 사무관들을 술자리에 부르고 사적인 노무를 시킨 분도 있었지만 별다른 징계가 없었습니다. 김상조 위원장이 어떤 조치를 취한 바 없어요. 현직 1급 간부는 2012년에 대기업 임원에게서 전자제품을 받고, 최근에는 수수금액을 낮게 책정했다는 보도까지 났지만 기사에도 실명은 나오지 않습니다. 공정위 안에서는 그들이 누군지 다 알지만 저처럼 이름은커녕 성조차 밝혀진 적이 없어요.”
유 국장이 언급한 기사는 ‘국민일보’ 2018년 10월 1일자 ‘[단독] “54만원 구입 TV가 28만원으로” 공정위 ‘제 식구 감싸기 감사’ 의혹’이다. 보도에 따르면 김선동 자유한국당 의원은 “공정위가 징계 수위를 낮추기 위해 수수금액을 짜 맞춘 것으로 의심된다”고 말했다.
공정위 대변인실은 ‘쭈쭈바 과장과 전자제품을 받은 간부 등 다른 갑질 의심 전례와 달리 유 국장에게만 직무배제를 한 이유가 뭔지’를 묻는 ‘신동아’ 질문에 “다수의 심판관리관 소속 직원들의 갑질 신고가 있었고, 피해자 보호 조치 차원에서 직무를 정지했다”고만 답했다.
- 김 위원장은 익명 제보라 알려줄 수 없다고 했는데, 어떻게 알려지게 된 겁니까?
“어떤 기자가 10월 11일경 전화해서는 ‘국장님, 제가 안 써도 어차피 다음 주 월요일 정도엔 다른 기자들이 갑질 직무정지 기사 쓸 것 같아요’라는 식으로 이야기하더라고요. 흘린 거라고 생각할 수밖에요.”
한편 ‘한겨레’는 10월 25일 ‘수장 김상조 공격하는 ‘내부자’…공정위 초유 사태 전말’ 제하의 기사에서 “유 국장의 공정위 생활은 평탄치 않았다”며 공정위 간부를 인용해 “(유 국장이) 낮은 고과점수 때문에 위원장 등에게 불만을 나타낸 일도 있었다”고 보도했다.
유 국장은 해당 보도를 정면 반박했다. 그는 자신이 2017년 성과평가에서 A등급을 받았다고 했다. 유 국장은 “2018년 초 전임 사무처장이 S등급을 부여했는데 사무처장, 부위원장 교체 후 A등급으로 한 단계 낮췄고, 이 과정에서 부위원장에게 문제 제기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유 국장은 “4년간 공정위의 거의 모든 주요 사건에 다 관여해왔다. 모든 회의에 나를 다 참여시켰다. 사연 있는 몇 명을 제외하고는 직원, 간부들과 무난하게 지냈다”고 말했다.
그는 “국정농단 국면에서 공정위 관련 기사가 막 터지고 있을 때다. 한번은 모 고위간부가 회의에서 법률 조언하는 내게 ‘답답하네. 지만 바르게 사나’라고 해서 사과를 요청한 적이 있다. (서로) 감정이 아주 안 좋았다”고 말했다. 앞선 노조 설문조사에서 유 국장은 ‘조직의 이익에 반하는 자, 불협화음을 일으키는 자’로 꼽혔다. 김 위원장은 국감에서 유 국장을 두고 “판사 출신이라 경직돼 있다”고 평했다. 이유가 무엇이건 공정위 안에서 불편한 기류를 형성한 직원들은 있었다는 방증인 셈.
- 김상조 위원장과 처음부터 갈등이 있었나요?
“아니요. 김 위원장이 처음 왔을 때 어떻게든 업무개선안을 보고하려고 했어요. 이분만 오면 하고 싶었던 개혁을 다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김 위원장이 취임 후 첫 전원회의 합의장에서 저한테 왜 앉아 있냐고 묻더라고요. 저는 심판관리관이기 때문에 합의 기록 만들어야 하고, 의결서 써야 하고, 검토의견을 낼 권한이 있다고 답했어요. 그랬더니 김 위원장이 ‘그러면 거기 앉아 있되 우리 위원들이 질문하는 내용에 대해 기술적인 얘기만 하세요’라고 답했어요.”
- 기술적 얘기?
“네. 이것도 제 권한을 침해한 직권남용이에요. 심판관리관은 각 회의에 참석해 의안과 관련한 법리 등 기타 의견을 진술할 수 있다고 절차규칙에 정해져 있어요. 저는 이 규칙 때문에 판사 하다가 공정위 개방형직위에 도전한 거예요. 그게 제 계약 조건이었습니다.”
“훈장 받을 줄 알았더니…”
- 그런데 왜 지금 김 위원장과 이런 상황에까지 이르렀다고 봅니까?
“제가 그분 마음속에 들어가 본 건 아니니 정확히는 알 수 없죠. 다만 김 위원장이 저에게 관리감독 책임을 물어 주의조치를 한 사건은 성신양회 이의신청 사건입니다.”
공정위는 2016년 3월 성신양회를 비롯한 7개 시멘트 제조회사의 담합 사건에 과징금을 부과했다. 그런데 성신양회를 변호한 김앤장의 A변호사가 같은 해 5월 공정위에 과징금을 감경해달라며 이의신청을 냈다. A변호사는 공정위에서 5년간 일한 이른바 ‘전관’이다.
A변호사는 최근 3년간 적자를 기록한 재무자료를 제출하고 과징금 437억 원 중 218억원을 감경받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뒤늦게 공정위는 해당 재무제표가 담합으로 부과될 과징금을 미리 반영해 허위로 꾸민 사실을 확인하고 과징금 감면을 취소했다. 이 과정에서 공정위 B사무관이 A변호사에게 전화를 걸어 “적자인데 왜 감경 주장을 안 하느냐”고 새로운 신청서 제출을 권유하고 도와준 사실이 드러났다. 김 위원장은 성실의무를 다하지 못했다며 담당 실무자와 담당 과장, 그리고 유 국장에 대해 관리감독 책임을 물어 주의조치를 내렸다.
- 성신양회 건으로 행정소송을 제기하셨죠?
“그 건은 실무자가 저에게 사실을 은폐하고 자료등록도 누락한 채 공정위 퇴직자와 사적으로 연락해 문제를 일으킨 사건이에요. 후에 잘못이 드러나자 제가 적법한 회수절차를 진행했고, 소송에서도 이겼습니다. 오히려 국고금 회수를 성과 상향 근거로 인정받았어요. 저는 훈장 받을 줄 알았더니 주의를 줬어요. 소청심사 냈는데 ‘계약직 공무원은 이익을 받을 일이 없기 때문에 소청 대상이 아니다’라는 이유로 각하됐습니다. 그래서 지금 행정소송을 제기한 거예요. 그랬다고 보복 조치하는 겁니다.”
이에 대해 공정위 대변인실은 “성신양회 건과 관련해, 유 국장이 위원장을 상대로 제기한 행정소송과 이번 직무 정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반박했다.
유 국장은 헌소 청구서에서 지난 6월 20일 단행된 검찰의 공정위 압수수색을 언급했다. 당시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는 세종시 공정거래위원회 기업집단국과 운영지원과를 압수수색했다. 공정위가 대기업과 유착관계를 맺고 퇴직 간부들의 불법 재취업을 알선한 혐의였다. 현행 공직자윤리법은 4급 이상 고위공직자는 퇴직 후 직전 5년간 본인 업무와 관련 있는 기관·기업에 3년간 재취업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검찰 ‘재취업 비리’ 조사 후 보고 지시”
이후 7월 30일 정재찬 전 위원장과 김학현 전 부위원장이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구속됐다. 신영선 전 부위원장은 한차례 영장 기각 끝에 같은 혐의로 8월 9일 구속됐다. 검찰 조사에 따르면 공정위는 운영지원과를 중심으로 ‘재취업 리스트’를 만들어 관리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 당시 유 국장을 포함해 공정위 직원 다수가 검찰에 불려가 조사를 받았다. 이와 관련해 앞선 ‘한겨레’ 기사에는 다음과 같은 대목이 적혀 있다.
‘유 국장은 조사받은 내용을 보고하라는 윗선의 지시를 거부했다. 공정위 한 직원은 “공정위 수사 차원에서 불려갔는데 보고를 거부한 것은 다른 직원 같았으면 용납이 안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정위 안팎에서는 유 국장이 공정위에 불리한 진술을 했다는 소문이 돌았다. 공정위 한 직원은 “국회·감사원 등에도 내부비리를 제보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사에 나온 공정위 직원의 발언은 보기에 따라 내부고발을 무력화하는 인식으로 비칠 수 있다. 경우에 따라 수사 방해에 해당할 수도 있다. 유 국장은 “법률전문가 자문에 의하면 (조사 내용 보고는) 위법 소지가 크므로 지양돼야 할 관행”이라고 말했다.
‘신동아’는 ‘검찰 소환조사 내용 작성 양식’이라는 제목이 붙은 해당 문건을 입수했다. 문건은 ‘[긴급] 위원장님 지시사항’이라는 제목의 e메일로 내부에서 회람됐다. 문건은 담당 검사(수사관) 소속과 직책, 성명을 기재토록 했다. 또 진술 주요 내용에 대해 ‘최대한 구체적으로 기재하라’는 표현도 있다. 또 “검찰에 제출 또는 압수된 자료 목록을 상세히 작성해 즉시 감사담당관실에 제출할 것”이라는 ‘위원장 지시사항’도 있다.
이와 관련해 유 국장이 김 위원장을 상대로 낸 헌소청구서에는 이런 대목이 있다.
“김상조 위원장은 검찰 조사를 받은 직원들에게 검찰청에서 작성한 진술조서를 외워서 무슨 질문과 답변이 있었는지 보고 양식에 맞게 기재한 뒤 보고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청구인은 이와 같은 지시가 어디에도 적법한 근거가 없고 수사를 방해하고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라고 판단했고, 더구나 무슨 질문과 답변이 있었는지 일일이 기억해서 기재하는 것 자체가 사실상 불가능했으므로 개괄적인 내용을 기재한 보고서를 1회 제출했습니다.”
- ‘공정위에 불리한 진술을 했다는 소문이 돌았다’는 식의 보도가 나왔더군요.
“제가 검찰에 수첩 2권 내지 장부 2권을 가져다줘서 압수수색이 온 것이라는 허위 소문까지 들었어요. 전혀 사실이 아닙니다. 저는 압수수색을 당하고 나서야 검찰이 공정위를 수사하고 있다는 걸 인지했어요. 상식적으로 심판관리관이 운영지원과장, 사무처장, 부위원장, 위원장의 보고 내용이나 퇴직자들의 재취업 자료에 어떻게 접근하겠어요?
이에 대해 공정위 대변인실은 ‘신동아’에 “기관장으로서 기관에 대한 검찰 수사가 개략적으로 어떻게 진행되는지, 직원들이 수사를 받는 과정에서 불합리한 부분은 없었는지, 기관에 대한 검찰 수사에 대해 개인의 책임이 아니라 국·과장 또는 위원회 전체 차원에서 지원할 사항은 없는지 등을 파악하는 것은 기관장의 당연한 책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어 “검찰 조사 후 개략적인 조사 내용을 파악한 바 있으나, 유 국장 주장대로 검찰조사를 받은 직원들에게 진술조서를 외워 이를 보고하라고 지시하거나 수사를 방해할 의도는 없었다”고 덧붙였다.
- 또 무리한 지시라고 생각하신 게 있습니까?
“지난해 말, 전 직원 지시 사항이라면서 ‘공정위 비리를 외부에 알리면 법 위반으로 처벌 대상이 되니 각오하고 하시라’라는 취지의 말을 한 적이 있어요.”
- 각오하시라?
“당시 공정위 전원회의에서 다룬 특정 징계에 대한 합의 내용이 12월 3일 ‘OO경제신문’에 거의 그대로 보도된 일이 있었습니다. 김 위원장이 화가 많이 났던 것 같아요. 저와 직원들에게 해당 기사 복사본을 나눠주고는 (위와 같은 자신의) 발언을 그대로 받아 적고 정리해 전 직원에게 뿌리라고 했어요. 저는 그 지시대로 위원장이 한 말을 정리해서 부하 과장에게 e메일로 뿌리라고 했습니다.”
‘신동아’가 유 국장에게서 입수한 당시 문건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2017년 12월 6일 공정위 전원회의에서 “녹음돼 전달됐다고 볼 정도로 그대로 (기사에) 나갔다. 분명 위원·직원 중 누군가 (유출)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면서 “사태가 재발하면 징계로 끝나지 않고 검찰에 수사 요청할 것이다. 위원회 비리를 외부에 알려야겠다고 하는 분은 공익신고자법에 따라 각오하고 하시라”라는 취지로 말했다.(정확한 문건 내용은 사진 참조) - 공정위 퇴직 후 민간에 재취업한 사람들의 로비가 심각한 상황인가요?
“재취업자가 (공정위에) 오고 그러면 저도 한 번은 어울려요. 하지만 그 다음에는 안 가요. 이런 모임 다시는 만들지 말라고 하고. 누가 전화하거나 찾아와서 사건 얘기하려고 하면 냉정하게 거절하고 돌려보냈어요. 이런 태도를 보이니 삽시간에 (공정위 내·외부에) 소문이 났습니다. 그러니 몇 달 후에는 개미 한 마리 안 찾아오고 전화도 안 오더군요. 처음에는 새벽까지 연락 와서 합의 결과 알려달라고 한 사람들도 있었어요. 출근을 못 할 정도였습니다.
“기록 남겨야 유착 끊어져”
유 국장이 이끈 심판관리관실은 2015년 ‘심리·합의·회의록 생산 및 관리에 관한 지침’(회의록 지침)을 만들었다. 이를 통해 공정위 전원회의, 소회의에서 위원별 발언 내용과 표결 결과를 회의록에 기록하고, 필요할 경우 일부를 공개토록 한 것. 공정위의 사건 처리를 둘러싸고 의혹이 끊이지 않으니 심의 투명성을 확보해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취지다. 기록으로 남기지 않으면 문제가 생겼을 때 실체적 진실에 다가가기 어렵다는 점도 도입 취지 중 하나다.
이와 관련해 공정위가 지난해 6월 접수한 ‘직원 건의사항’에는 “전원회의, 소회의의 합의 과정 및 결과 투명화 필요, 합의 과정에서의 폐쇄성으로 인해 합의 결과에 대해 감사원, 국회 등에서 문제로 지적되는 경우가 많음”이라는 내용이 있다. 공정위 내부에서도 회의 과정의 투명성을 개혁의 가늠자로 보고 있었다는 뜻. 그런데 유 국장은 10월 15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공정위 국정감사에서 “회의록 지침을 공정위 내부에서 폐지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다”고 폭로했다.
김 위원장은 같은 자리에서 “공정위 전원회의는 심리와 합의로 구분돼 있는데 어디까지 속기록을 작성해야 하느냐에 대한 문제였다. 심리 부분은 당연히 속기록을 남기기로 했지만 합의 부분의 경우 다른 법원이나 특허심판원에서도 유사 사례를 찾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해 기록을 남기지 않기로 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문제 있다고 하면 국가기록원 최종 유권해석 받아서 문제가 있다면 그에 맞춰 개선하겠다”고 덧붙였다.
- 기록 남기는 걸 최우선 개혁과제로 본 이유가 뭡니까?
“우리나라에는 책임을 안 지려고 위원회를 만드는 일이 부지기수입니다. 거기에 기록까지 없으면 어떡합니까. 중차대한 일이 생겨도 역사 속으로 사라져버리는 거예요. 투명하게 드러나야 공무원들이 퇴직 후에 ‘알선업’에 나서지 않죠. 일부 현직에 있는 직원조차 ‘정보교환업’을 하고 있잖아요. 부임 초부터 제 윗사람들조차 알선업 행태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렇게 말하니 제가 나섰지, 법원에서 왔는데 그런 은밀한 행태를 어떻게 알았겠어요? 제가 법원에서 형사재판을 많이 했어요. 뭐가 범죄고 뭐가 구속 사유에 해당하는지 알잖아요. 그런 것들을 공정위 안에서 지적해주고 법치행정 하자고 얘기한 거예요.”
- 회의록 지침이 국감에서 논란거리로 떠올랐습니다.
“회의록 지침을 예규로 격상시키고 국가법령정보센터에도 등록하는 방안을 추진했는데, 갑자기 법적 구속력도 없는 ‘관리방침’으로 만들어버린 거죠. 노무현 정부가 만든 공공기록물 관리법이 있어요. 이명박, 박근혜 정권 시절에도 국가기록원과 감사원에서 공정위가 녹음 기록을 보관하라는 취지로 명시적 유권해석을 내리고 감사 조치를 내렸습니다. 그런데 위원장 바뀌었다고 국가기록원에 또 유권해석 받겠다는 건 압력 아닌가요?”
- 그래서 녹음도 해야 한다?
“(김 위원장의 부임 전) 심판관리관실 직원들과 토론해서 새로 지침 만들고 녹음 의무까지 규정했어요. 그런데 녹음은 상임위원 이상의 동의와 협조가 있어야 가능한데 반발이 거세서 안 됐죠. 김 위원장 오니까 2년 이상 시행된 회의록 지침을 통해 녹음까지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국정농단 사건을 발판으로 탄생한 정권의 대표 개혁자라고 하니까요. 녹음을 못 했기 때문에 삼성물산·제일모직 건이나 가습기 살균제 건을 막을 수 없었던 거예요. 녹음을 안 해놓으니 사건이 계속 미궁에 빠진 거잖아요. 4대강 사건은 녹음은 물론이고 합의 기록조차 없었기 때문에 그 지경이 된 겁니다.”
“유출 우려? 어불성설”
김 위원장은 10월 25일 국회 정무위 종합감사에서 “국가기록원이 통상적인 공식회의가 아닌 대화는 공정위가 판단하도록 답변했다”며 “합의 과정은 공공기록물 관리법 적용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앞서 10월 15일 공정위에 대한 국회 정무위 국감에서 김 위원장은 “(회의록 파기가 아니라) 합의사항 녹음파일 폐기인데, 합의사항은 외부에 유출되면 안 되기 때문에 합의문을 작성하면 위원 간 확인 후에 파기하기로 위원회 9인의 의결을 통해 결정했다”고 밝힌 바 있다. - 김 위원장은 유출을 우려하던데요.
“녹음이나 기록을 남기는 순간 유출된다? 유출되니까 안 남긴다? 어기는 사람이 있기 때문에 만들지 말아야 한다는 말이잖아요. 어떤 분들은 법원 합의부도 합의 내용을 기록에 남기지 않는다고 하던데, 이건 법원의 합의와 전혀 다른 겁니다. 법이 정한 그대로 기록을 남겨 보관하자고 했지, 그때그때 일반에 공개하자는 게 아니잖습니까. 보관하되 비밀유지 위반 시 엄벌하라는 게 명시적 법 규정이에요. 회의록 지침 개정안에 합의사항(기록)을 외부에 유출하면 수사 의뢰한다는 내용도 넣었어요. 그런데 무슨 공정위 독립성을 침해한다는 거예요?”
- 개혁안이 시행되면, 공개는 어떤 경우에 할 수 있는 겁니까?
“4대강이나 가습기살균제 사건같이 국민적 의혹이 들끓고 공정위 기록을 열어보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게 국회 의결로 정해지는 등 합리적 조건을 만들어서 여는 거죠. 열고 나서 문제가 있으면 책임을 져야 하는 겁니다. 10년 후에 공개될 때 잘못된 행위로 처벌받을까 무서우면 조심하죠. 책임 있는 자세로 토론하고 결론 낼 수 있어요. 그러면 정치적 영향 안 받고 소신대로 할 수 있으니 공정위 공무원들이 원하는 독립적 위원회가 될 수 있다는 겁니다. 그런데 지금 김 위원장과 공정위 주류 라인이 이걸 반대하는 거죠.”
- 기록과 녹음으로 그간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까?
“대형 로펌과 대기업 가 있는 재취업자들과 정보 교환하고 사건을 무력화하는 행위를 단절할 수 있죠. 그리고 회의록 지침을 예규 이상으로 격상시키라는 건 문재인 대통령 지시입니다. 저는 그 지시에 따른 거예요. 투명하게 대국민 공개를 함으로써 국가법령정보시스템에 올리자는 겁니다.”
유 국장은 국감에서 “공정위 상임·비상임위원들과 사건 관계자 간 접촉이 가능하도록 면담 지침을 개정하라는 압박도 받았다”고 밝혔다. 지상욱 바른미래당 의원은 2016년 10월 국정감사에서 “공정위에서 피심인과 위원 간 면담이 불투명하게 이뤄졌다”고 지적한 바 있다. 지 의원의 지적 이후 공정위는 제도 개선에 나섰다. 이는 ‘공정위 면담지침 제정 방향 검토’라는 보고서로 작성됐다. ‘신동아’ 취재 결과, 해당 보고서에는 2가지 안이 있다. 1안은 ‘의견청취절차 外 사건설명면담 금지’다. 2안은 ‘의견청취절차 外 사건설명면담 허용’이다. 각 안에는 시행 시 장·단점이 기재돼 있다.
1안의 장점은 ‘현행 사건설명만남(면담) 관행을 의견청취절차로 공식화하고, 의혹 제기 가능한 비공식 개별 사건설명만남(비상임 포함)을 금지’할 수 있다는 것. 대신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아 절차 미실시할 경우 사건 설명 기회가 사라진다는 오해 우려’가 있다는 건 단점이라는 게 보고서의 설명이다.
2안의 장점은 “사건 관계자의 만족도를 제고하고, 개별면담을 통해 피심인과 심사관에게 조건 없는 사건 설명 기회 및 편의 보장을 할 수 있다”는 점. 다만 이는 달리 보면 불투명한 접촉이 이뤄질 여지가 있다는 뜻이 된다. 또 “특별히 개선된 바가 없다는 비판을 초래할 수 있다”는 단점도 적혀 있다. “사건 관련 면담을 모두 금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공정위의 내부 의견을 고려”한 안이리는 게 보고서의 설명.
“퇴직자에 문호 열어줘”
- 2안은 보기에 따라 사건에 관여할 여지가 있을 것 같은데요.
“2안대로 하면 의견청취절차가 사문화되는 셈이죠. 비공식 면담을 열어놓으면 공식 적법절차를 이용할 이유가 사라지잖아요. 퇴직자의 사건 관여 통로를 대놓고 만들어주려는 뜻을 숨기기 위한 그럴싸한 방어 논리입니다. 제 직속 사무관, 과장과 함께 논의하고 고민하면서 최종 수정했기 때문에 보고서 문구 하나하나가 왜 만들어졌는지 다 알고 있어요. 원래 2안은 없었던 건데, 윗선의 입김 때문에 추가된 겁니다.”
- 조사받는 대상의 방어권 보장을 위해 불가피한 경우 면담을 허용할 수 있다는 반론도 있는데요.
“면담이 아니어도 방어권을 충분히 보장할 수 있습니다. 서면 제출하지, 조사과정에서도 계속 반박, 의견 진술 기회 있지, 의견청취절차도 진행하지, 심의하지, 심의속행도 하지, 또 법원도 가지. 진짜 방어권을 보장해주고 싶으면 증거 조사를 할 수 있는 심판기구를 만들든지, 아니면 위원들이 독립한 제3자로서 직접 증거 조사를 해야죠. 지금은 준사법기관을 자처하면서도 조사관이 해놓은 조사가 올라왔을 때 이를 그대로 판단할 뿐, 위원들이 자체적으로 증거 조사를 하기 어려운 구조잖아요.”
유 국장은 10월 15일 공정위에 대한 국회 정무위 국감에서 “김 위원장 취임 전, 윗분들이 기존에 있던 면담지침을 없던 것으로 하고 새로 면담을 허용하는 내용으로 개정하라고 압박했다”고 주장했다. 지상욱 의원은 2012년부터 공정위에는 이와 관련한 지침(‘공정위 위원의 면담 등에 관한 지침’)이 존재해왔다고 밝힌 바 있다. 지 의원에 따르면 당시 만들어진 지침 제2조는 현재 법원과 같이 ‘위원은 원칙적으로 심판정 이외의 장소에서 현재 처리 중인 사건 관련 당사자와 면담하거나 접촉할 수 없다’는 강력한 규정을 담고 있다.
지 의원은 “가장 강력했던 2012년 지침에서 ‘원칙적으로 금지’됐던 면담 규칙이 (김상조 위원장 취임 후 나온 신뢰 제고 방안에서는) ‘사적접촉 금지’로 변경돼 퇴직자들의 ‘공적 접촉은 가능하다’라는 여지가 생겼다”면서 “김상조 위원장의 가짜 개혁”이라고 질타했다. - 지상욱 의원은 퇴직자의 ‘공적 접촉은 가능하다’는 여지가 생겼다고 말하더군요.
“퇴직자가 공정위에 사건을 설명하러 오는 것 자체가 사적 사건 관여입니다. 퇴직자는 사건에 관여할 그 어떤 권한이나 근거가 없어요. 공무원 전체 윤리강령에 퇴직자건 현직 직원이건 이해관계자가 사적으로 사건에 관여하면 안 된다고 쓰여 있어요. ‘공적으로 관여해서는 안 된다’라는 말은 전제 자체가 잘못됐으니 쓸 수가 없죠. ‘남자는 여자 화장실에 가지 말아야 한다’는 말을 꼭 명시적으로 해야 할 필요는 없는 거잖아요.”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10월 15일 공정위에 대한 국회 정무위 국감에서 “(유 국장과) 위원회 내에서 위원들끼리 합의하에서 이뤄진 결과 또는 사건처리절차 규칙을 비롯해 법령의 개선에 관해 의견이 다른 부분이 있었다”고 말했다.
한편 공정위 대변인실은 “유선주 국장이 제기했다는 갑질 신고가 조작됐다는 주장, 본인에 대한 직무정지가 성신양회 건 관련 행정소송 제기에 따른 보복조치라는 주장, 본인만 특정해서 불합리하게 직무배제를 하였다는 주장, 속기사, 검찰수사 등과 관련한 주장 등은 모두 객관적인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유 국장의 일방적인 주장임을 알려드린다”는 내용을 신동아에 전해왔다.
또 “빠른 시일 내에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사실조사를 마무리할 것이며, 갑질 신고에 대한 사실조사가 완료되면 유 국장에게도 충분한 소명 기회를 부여하여 그 결과를 바탕으로 관련 규정에 따른 후속조치를 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더불어 “유 국장이 제기한 헌법소원에 대해서는 관련법령에 따라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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