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경제성장률이 갈수록 곤두박질치는 가운데 공공 부문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성장세를 보이며 ‘나 홀로 호황’을 이어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공무원, 공기업 등 재정을 투입해 만드는 공공 분야 일자리만 대폭 늘린 탓이다.
이와 달리 경기 침체와 최저임금 인상 등의 직격탄을 맞아 제조업, 도소매업, 숙박·음식업 등 민간 ‘3대 업종’의 일자리는 사상 처음으로 감소세로 돌아섰다. 취약계층이 몰려 있는 단순노무 종사자도 사상 최대 폭으로 줄었다.
소득주도성장 등 분배에 치우친 정책이 오히려 공공과 민간 부문의 경제 양극화를 더 심화시킨다는 지적이 나온다.
○ 공공 부문 성장률, 금융위기 이후 최고
18일 한국은행이 집계한 3분기(7∼9월) 실질 국내총생산(속보치)에 따르면 ‘공공행정 및 국방’ 부문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7% 성장했다. 금융위기를 겪은 2009년 4분기(4.0%) 이후 9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2%대를 유지했던 이 분야의 성장률은 올해 1분기 3.3%, 2분기 3.5% 등으로 3%대를 넘어 갈수록 뛰고 있다.
올해 경제성장률이 잠재성장률을 밑도는 수준으로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공공 부문 성장세만 두드러진 것은 정부 재정이 투입되는 공무원과 공공기관 일자리가 대거 늘어났기 때문이다.
현 정부 출범 첫해인 지난해에만 공무원은 1만4145명 늘었다. 내년 정부 예산안에도 공무원 3만6000명을 증원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2만8000명 채용 계획을 세웠던 공공기관 일자리는 상반기에만 1만5347명 늘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10월 공공행정·국방·보건·사회복지 서비스업 등 공공 부문 취업자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만7000명 급증했다. 3년 전인 2015년 1~10월 증가 폭(3만7000명)의 4배를 웃도는 규모다.
○ 민간 빅3 업종 일자리, 처음으로 줄어
이와 달리 민간 부문 성장세는 눈에 띄게 둔화하고 있다. 지난해 4%를 웃돌았던 제조업 성장률은 올 들어 3% 안팎을 오르내리고 있다. 도소매·숙박음식업 성장률도 올해 1분기 1.4%에서 3분기 1.2%로 하락했다.
민간 부문 일자리 상황은 더 심각하다. 제조업, 도소매업, 숙박·음식점업 등 3개 업종의 취업자는 올 들어 10월까지 16만3700명 감소했다. 이 3개 업종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내는 대표 ‘빅3’ 업종으로, 전체 취업자의 39%를 차지한다. 빅3 업종의 취업자가 감소한 것은 2013년 관련 통계가 작성된 이후 처음이다.
취업자 수가 크게 감소하면서 전체 고용 상황도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올해 1∼10월 월평균 취업자 수는 2680만4000명으로 1년 전보다 9만6900명 증가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 같은 기간 취업자 수가 평균 32만8000명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70% 줄어든 것이다.
○ 단순노무 일자리도 사상 최대 폭 감소
지난달 단순노무 종사자도 356만1000명으로 1년 전보다 9만3000명 감소했다. 2013년 관련 통계가 작성된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줄어든 것이다. 단순노무 종사자는 올해 4월 1만9000명 줄어들기 시작한 이후 지난달까지 7개월째 감소세다. 감소 폭도 커지고 있다. 8월 5만 명, 9월 8만4000명 줄어든 데 이어 지난달에는 10만 명 선에 근접했다.
통계 분류상 단순노무는 건설현장의 ‘막노동’이나 주유, 음식배달 등 보조 업무 성격의 일을 의미한다. 서민들을 위한 최저임금 인상이 오히려 서민의 일자리를 줄이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 주도로 공공 부문 일자리는 늘었지만 경기 악화에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까지 겹쳐 민간 일자리는 줄고 있다”며 “정부가 규제를 풀고 특단의 부양책을 내놔야 민간 경기가 활성화되고 전체 일자리가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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