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중국 왕융 국무위원, 반기문 보아오포럼 이사장 등과 조찬 회동을 가졌다. 최 회장은 20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리는 보아오포럼 서울회의 개막 전 조찬을 갖고 중국 사업에 대한 협력을 타진했다.
중국 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는 최 회장은 보아오포럼 등 참석차 방한한 중국 정부 고위인사와 만나 환담을 나눴다. 조찬을 마친 후 행사장을 빠져나오면서도 최 회장은 왕 국무위원과 복도에 서 길게 악수를 나눠 눈길을 끌었다. 최 회장은 무슨 대화를 나누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SK그룹은 삼성과 함께 이번 보아오포럼 서울회의 후원사로 참여했다.
최 회장은 중국에 제2의 SK를 건설하겠다는 ‘차이나 인사이더’를 직접 구상, 실행해 옮기고 있다. 차이나 인사이더(China insider)란 SK가 중국에 진출하는 외국 기업이 아니라, 현지에서 사업을 추진해 중국에 재투자하는 ‘내부자’로 역할을 하겠다는 사업전략이다.
현지사업의 안착을 위해 최 회장은 현지에서 광범위한 인적교류에 주력하고 있다. 특히 중국은 사업의 성패가 인맥에 의해 좌우되는 ‘꽌시’(관계)의 나라다. 최 회장은 2006년부터 2012년까지 보아오포럼 상임이사로 활동하면서 중국 정·관계 인맥을 착실히 쌓아왔다. 지난해에는 SK그룹의 중국 현지 지주사 역할을 하는 SK차이나의 CEO를 현지인으로 선임했다. 지난해 SK이노베이션의 화학사업 자회사 SK종합화학과 중국 최대 석유기업인 시노펙이 합작해 설립한 중한석화가 7400억원을 투자하며 생산량을 늘려 화제를 모았다. 중국 우시성에 메모리반도체 생산공장을 두고 있는 SK하이닉스는 우시 현지에 약 3000억원을 투자해 종합병원을 짓는 등 사회적가치 창출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최 회장의 차녀 최민정씨도 중국 투자회사인 ‘홍이투자’에 입사해 글로벌 인수합병(M&A) 팀에서 근무 중이다. 최 회장은 보아오포럼 서울회의 오후 세션에서 ‘개방적이고 혁신적인 아시아’를 주제로 반기문 이사장에 이어 주제발표자로 이름을 올렸다.
한편 보아오포럼은 지난 2001년 창설된 지역 경제 포럼으로, 세계 각국의 정·재계 거물들이 모여 아시아의 경제 현안을 논의하는 ‘아시아판 다보스포럼’으로 자리 잡았다. 형식상으로는 민간 주최의 경제포럼이지만 사실상 정부가 주도하는 대규모 외교무대로 여겨진다. 지난 4월 중국 하이난(海南)성 충하이(?海) 보아오(博鰲)에서 열린 18회 포럼에는 시진핑 주석이 3년 만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했다. 우리 경제계에서는 정의선 부회장과 최태원 회장, 권오현 회장 등 4대그룹 주요그룹 경영진이 중국 보아오로 총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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