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적 해외진출 뒤엔 장수CEO
장기비전 갖고 뚝심있게 밀어붙여… 수익성 지표서도 모두 우수한 성적
글로벌 금융사들의 성공적인 해외 진출에는 능력 있는 최고경영자(CEO)가 오랫동안 자리를 지키는 문화도 한몫했다. 장수 CEO들이 단기 성과에 연연하지 않고 장기적인 안목에서 뚝심 있게 해외 진출을 밀어붙인 것이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2001∼2016년 재임한 미국 5대 투자은행(IB) CEO의 평균 재임 기간은 69.6개월(5.8년)에 이른다. 2005년 JP모건 수장을 맡아 자산 및 시가총액 기준 미국 최대 은행으로 키워낸 제이미 다이먼 회장은 올해 초 또다시 임기가 5년 연장됐다. 10월 사임한 로이드 블랭크파인 전 골드만삭스 회장도 2006년부터 12년 동안 회사를 이끌었다.
하지만 같은 기간 한국 증권사의 전문 CEO들은 평균 38.9개월(3.2년) 재직하는 데 그쳤다. 심지어 국내 16개 은행의 현직 은행장들은 20일 현재 평균 재임 기간이 22개월(1.8년)밖에 되지 않는다. 2014년 10월 취임해 4년을 넘긴 박진회 한국씨티은행장이 최장수 은행장으로 꼽힐 정도다.
국내 금융사 CEO들은 기본 2년의 임기 이후 1년 단위로 연임 여부를 평가받는 게 일반적이다. NH농협금융 자회사 CEO들의 기본 임기는 1년에 불과하다. CEO에 오르며 수립한 경영 전략이 현실화되기도 전에 후임 CEO가 자리에 올라 사업 전략을 다시 수정하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
해외 금융권에서는 확고한 철학을 가진 장수 CEO들이 장기 비전을 갖고 해외 진출을 추진해 성공한 사례가 많다. 피유시 굽타 싱가포르개발은행(DBS) 회장은 2009년 취임 후 ‘아시아 최고 은행’과 ‘디지털 혁신’이라는 비전을 내걸고 10년 가까이 해외 진출을 이끌었다.
자본시장연구원이 국내 증권사의 CEO 재임 기간과 경영 성과를 분석한 결과에서도 7년 차 이상 CEO들이 단기(1∼3년 차) 또는 중기(4∼6년 차) 재임 CEO보다 수익성 지표에서 모두 우수한 성적을 냈다. 이석훈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해외 진출, 수익원 다각화 등에 필요한 역량은 단기간에 축적될 수 없다”며 “장기 비전과 전략을 수립하고 꾸준하게 추진할 수 있는 CEO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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