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야식 치킨-피자부터 떡볶이-자장면까지 가격 인상
원재료값-최저임금 인상 영향… 불황에도 물가 뛰어 가계 시름
인천에 사는 주부 반모 씨(42)는 요즘 장보기가 두렵다. 가족 3명이 일주일 동안 먹을 식료품만 사도 10만 원을 훌쩍 넘기 때문이다. 배달 음식을 시키거나 외식을 하려 해도 가격이 너무 올라 선뜻 지갑을 열기 힘들다. 반 씨는 “주변 사람들끼리 ‘자식 성적이랑 월급만 빼고 다 오른다’는 우스갯소리까지 한다”며 “물가는 앞으로 더 오를 텐데 주 52시간 근무로 생활비는 오히려 줄어 걱정”이라고 말했다.
연말을 앞두고 생활물가 인상 소식이 줄줄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 야식’으로 불리는 치킨과 피자는 물론 커피와 과자, 서민 음식의 대표 주자인 떡볶이와 자장면까지 잇달아 가격이 올랐다. 원재료 가격 상승과 최저임금 인상 등 여러 요인이 복합돼 생활물가 오름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19일 치킨 프랜차이즈 BBQ는 대표 메뉴인 황금올리브치킨 등 치킨 제품 가격을 1000∼2000원 올렸다. 기본 메뉴 가격이 1만8000원으로 오르면서 현재 일부 매장에서 추가로 받는 배달비까지 생각하면 치킨 2만 원 시대가 열린 셈이다.
피자 브랜드 빅3도 줄줄이 가격을 올렸다. 피자헛은 최근 주요 피자 가격을 1000원 인상하고 미스터피자도 400∼2000원 인상했다. 도미노피자는 4월 가격 인상에 이어 이달부터 고객 혜택을 줄였다. 가맹점 수 기준 커피 업계 1위인 이디야커피도 다음 달 1일부터 일부 음료 가격을 최대 15% 올릴 예정이다.
떡볶이와 갈비탕 등 대표적인 외식 메뉴들의 가격도 껑충 뛰었다. 통계청이 조사한 올해 1∼10월 외식 물가지수는 전년 동기 대비 2.7% 상승했다. 떡볶이 가격은 5.1%, 갈비탕은 5.9%, 자장면은 4.4%, 볶음밥도 4.0% 올랐다. 이들 품목 인상률은 최근 7년 중 가장 큰 폭이다.
식음료 업체들은 식품 원재료 가격 상승과 최저임금 인상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한다. 올해 8월 제과, 제빵 등 식품업에 영향을 끼치는 원유 가격이 오르면서 도미노 가격 인상이 일어났다. 서울우유는 흰 우유 1L 가격을 3.6%, 남양유업은 우유 제품 가격을 평균 4.5% 올렸다. 이 영향으로 SPC그룹이 운영하는 파리바게뜨는 이달부터 흰 우유 등 8종의 우유 제품 가격을 10% 올렸다. 롯데지알에스가 운영하는 크리스피크림도넛도 오리지널 도넛 12개 가격을 1000원 인상했다. 해태제과와 롯데제과도 부라보콘과 월드콘 가격을 1300원에서 1500원으로 상향 조정했고 제과업체 농심도 이달 스낵류 19개 브랜드의 가격을 평균 6.7% 올렸다.
이승신 건국대 소비자정보학과 교수는 “원재료 값과 최저임금 인상 부담에 소비자 지갑까지 닫히자 객단가를 높이기 위해 유통업체들이 가격을 인상하고 그 타격이 소비자에게 되돌아오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며 “서민들의 부담이 큰 식품·외식 물가 안정을 위해 정부가 물가 조정과 경기 부양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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