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택 줄어도… 다주택자, 집팔기 대신 버티기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1월 23일 03시 00분


10월 임대사업자 등록 1만1524명… 9·13대책에도 1년전의 2배 넘어
稅혜택 축소 크지않아 전략적 선택… 당국 “증가세 당분간 지속될듯”

정부가 9·13부동산대책을 통해 민간 주택임대사업자의 혜택을 줄였지만 임대사업자 증가세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9·13대책 전에 집을 갖고 있던 다주택자들이 시장에 집을 내놓는 대신 임대 등록을 선택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집을 팔지 않는 ‘버티기’에 들어갔다는 것이다.

22일 국토교통부의 임대사업자 등록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새로 임대사업자로 등록한 사람은 1만1524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5006명)과 비교할 때 2배 이상으로 늘었다. 월별로는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를 앞둔 올해 3월(3만5006명)과 임대사업자 혜택 축소가 예고된 올해 9월(2만6279명) 다음으로 많다.

당초 부동산업계에선 10월 임대사업 신규 등록자 수가 예년 수준으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임대등록자 세제 혜택이 과하다”고 언급한 이후 관련 혜택을 축소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10월 등록자 수는 여전히 예년을 크게 뛰어넘는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다만 9월에 비하면 등록자 수는 줄어들고 있다.

임대사업자가 늘어난 데는 다주택자들의 ‘전략적 선택’이 큰 영향을 미쳤다. 우선 세제혜택 축소의 영향이 생각보다 크지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정부는 그동안 집주인이 보유한 주택을 8년 장기 임대주택으로 등록하면 양도세 중과 및 종합부동산세 합산 대상에서 빼 줬다. 9·13대책을 발표하면서 이 혜택을 없앴지만 ‘조정대상지역 내에서 올해 9월 13일 이후 새로 산 주택’만 아니라면 여전히 기존 규정이 적용된다. 이미 집을 사 놓은 사람이라면 임대사업 등록을 꺼릴 이유가 없다는 의미다.

앞으로 혜택이 추가로 줄어들 수 있다는 ‘불안감’도 임대주택 등록이 늘어나고 있는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국토부 관계자는 “10월 임대주택 등록 가운데 상당수는 향후 임대사업자 혜택 축소를 우려한 신청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서울 서초구에서 임대사업자 등록을 한 이모 씨(56)는 “집을 팔지 않고 장기간 월세를 줄 것이라 아직 세금이나 건강보험료 혜택을 볼 수 있을 때 사업자 등록을 하기로 했다”고 했다.

당국은 임대사업자 증가세가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당분간 월별로 7000명에서 1만 명 정도가 꾸준히 임대사업 등록을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임대 등록이 활발한 강남구 관계자도 “다주택자들이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는 관행이 정착된 만큼 증가 추세가 갑자기 꺾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올해 초 26만8000명이던 임대사업자 수는 10월 말 현재 38만3000명으로 42.9% 늘어났다.

이현석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그동안 임대 등록을 준비한 사람이 많아 민간 임대주택 증가 추세는 유지될 것”이라며 “정부가 임대사업과 관련해 적극적인 육성 방침을 밝히다가 갑자기 ‘집값 상승 주범’으로 모는 등의 들쑥날쑥한 대책 대신 장기적인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다주택자#집팔기 대신 버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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