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회장이 그룹 성장의 근간이 되어 준 형제 등 친족들에게 SK㈜ 주식을 증여한 것이 알려지면서 SK家의 돈독한 형제애가 눈길을 끌고있다.
최 회장은 동생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166만주)를 비롯해 사촌형인 故 최윤원 SK케미칼 회장 가족(49만6808주),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과 그 가족(83만주) 등 친족들에게 SK㈜ 주식 329만주(4.68%)를 지난 21일 증여했다.
SK그룹에 따르면, 최 회장은 친족들에게 마음의 빚을 갚는 차원에서 지분 증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고 최근 가족모임에서 이 같은 제안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재계 관계자는 “SK그룹은 지난 20년 동안 형제 경영진들 모두가 하나가 돼 외환위기(IMF)와 글로벌 금융위기 등을 극복하는 과정 등 늘 함께했다”면서 “이들의 남다른 형제애는 선대 회장때부터 이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SK그룹은 창업주 이후 두 번의 승계과정에서 다른 재벌가들과 달리 단 한번의 잡음 없이 ‘사촌 경영’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SK그룹은 최태원 회장의 큰 아버지 故 최종건(1926~1973) 회장이 창업했다. 창업주 최종건 회장은 故 최윤원 회장(1950~2000), 최신원 회장, 최창원 부회장을 아들로 뒀다. 최종건 창업주는 1953년 경기 수원 평동에서 선경직물을 인수해 사업을 시작하면서 SK그룹의 서막을 열었고 국내 대표적인 섬유기업으로 성장시켰다.
하지만 최종건 회장이 1973년 비교적 이른 나이에 폐질환으로 별세하면서 사업을 함께 하던 동생 故 최종현 회장(1929~1998, 최태원 회장 부친)이 책임지게 됐다.
최종현 회장은 조카들인 故 최원윤 회장, 최신원 회장, 최창원 부회장 들을 자신의 친아들처럼 돌봤고, 이들 5명 SK家 2세들은 모두 친형제처럼 지내며 우애를 이어왔다.
이후 최종현 회장이 1998년 폐질환으로 별세하면서 아들 최태원 회장이 30대의 젊은 나이에 그룹을 승계했다.
당시 이들이 한자리에 모인 자리에서 최종건 회장의 장남 故 최윤원 전 SK케미칼 회장은 최태원 회장이 이들 중 제일 뛰어나다며 SK그룹 승계자로 추천했다. 이 과정에서 가족 친지들이 만장일치로 지분 상속을 포기하면서 지분이 최태원 회장에게 대부분 승계됐다.
이들은 이번 증여 건뿐 아니라 집안의 행사 때 모두 모여 친목을 다지는 등 남다른 형제를 이어왔다.
이들 네 형제는 최근엔 잠실 야구장에서 한데 모여 야구 관람을 하면서 SK와이번스(구단주 최창원 부회장)의 우승을 함께 했다. 앞서 지난 8월 최종현 선대회장의 20주기 사진전과 추모전에도 이들은 모두 한자리에 모여 끈끈한 모습을 과시했다.
당시 남은 4형제 중 맏형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은 “선대에서 ‘형제경영’을 통해 그룹의 발전을 이뤘듯이 우리 형제들도 이러한 전통과 신뢰와 믿음을 바탕으로 그룹의 위기와 시련을 극복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신원 회장은 이번 증여와 관련, “최태원 회장이 먼저 친족들에게 지분을 증여하겠다는 뜻을 제안했다”면서 “SK그룹을 더욱 튼튼하고 안정적인 그룹으로 만들어 가겠다“고 밝혔다.
최윤원 회장 별세 이후 SK케미칼은 그의 동생 최창원 부회장이 이끌고 있다. SK케미칼은 최창원 부회장이 지배권을 갖고 있는 SK디스커버리의 자회사다. 지분 관계상 SK그룹과 계열분리된 상황이나 다름없지만 ‘따로 또 같이’ 경영을 이어나가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최태원 회장이 강조하는 ‘사회적 가치 창출’ 역시 단순히 돈을 번다는 의미에서 더 나아가 ‘상생’과 ‘화합’을 강조한 선대의 정신과 맥을 같이 한다“면서 ”SK그룹이 믿음을 바탕으로 한 형제 경영을 통해 성장해온 과정 속에 직접 체득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편 최 회장의 증여금액은 증여 전날 20일 종가(주당 28만500원) 기준으로 환산하면 약 9228억원, 23일 종가 기준(주당 27만500원)으로는 약 8899억원으로 추산된다. 여기에 최태원 회장의 여동생 최기원 SK행복나눔재단 이사장도 취지에 공감해 SK㈜ 주식 13만3332주(0.19%)를 친족들에게 나눠줬다. 최 회장과 최 이사장이 형제, 친족들에게 증여한 주식을 모두 합치면 약 9600억원(20일 종가기준)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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