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바이오팜이 자체적으로 개발한 뇌전증 신약후보물질인 ‘세노바메이트’의 신약판매허가신청서(NDA)를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제출했다. 국내 기업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신약에 대해 기술 수출을 하지 않고 FDA에 바로 NDA를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사진)의 신약 개발에 대한 의지가 반영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 2020년 상반기 중 미국 시장 판매
26일 SK바이오팜은 세노바메이트의 NDA를 FDA에 23일 제출 완료했다고 밝혔다. 서류가 제출되면 FDA는 해당 서류가 심사에 적합한지 검토한 뒤 승인 여부를 결정한다. 제약업계에 따르면 승인 절차는 통상 10개월에서 1년가량 걸린다. SK바이오팜 관계자는 “허가 절차를 거치면 2020년 상반기에는 미국 시장에서 신약 판매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세노바메이트는 2001년 SK바이오팜이 유공(현 SK그룹)의 대덕기술원 소속 신약개발연구팀일 당시 신약후보물질로 탐색하기 시작했다. 뇌전증으로 치료받는 환자 가운데 기존 치료제로 효과를 보지 못하는 난치성 환자들을 대상으로 개발됐다. 세노바메이트의 임상은 2007년 북미 유럽 아시아 중남미 등에서 시작된 후 2016년 8월부터 임상 3상이 진행 중이다. 현재까지 2400명가량이 임상을 거쳤다. SK바이오팜 관계자는 “세노바메이트의 3상 시험은 진행 중이지만 NDA에 필요한 데이터는 다 모은 상태”라고 말했다.
제약업계에 따르면 FDA는 기존 신약에 비해 안전성이나 효과 등에서 뛰어나야 신약 판매를 승인한다. 세노바메이트는 난치성 뇌전증 환자를 대상으로 해 현재 판매 중인 글로벌 제약사 UCB의 ‘빔팻’보다 효과가 앞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NDA는 국내 기업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신약을 기술 수출을 거치지 않고 직접 FDA에 낸 첫 사례라는 데 의의가 있다. 통상 제약바이오업계에선 신약 개발 과정에서 글로벌 제약회사에 기술 수출을 해 위험부담을 줄인다. 2003년 LG생명과학의 항생제인 ‘팩티브’가 국내 제약업체로는 처음으로 FDA의 판매허가를 받은 이후 현재까지 총 9개의 제품이 FDA 판매 승인을 획득했지만 모두 기술 수출한 제품이나 복제약이었다.
○ 2022년 7조8000억 원 시장 시장조사기관인 글로벌데이터에 따르면 미국 등 전 세계 뇌전증 치료제 시장은 2018년 현재 62억 달러(약 7조60억 원) 규모다. 2022년엔 69억 달러(약 7조7970억 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시장 규모도 같은 기간 48억 달러(약 5조4240억 원)에서 54억6000만 달러(약 6조1698억 원)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제약업계에서는 세노바메이트가 지난해 미국 시장에서만 약 1조 원의 매출을 올린 빔팻과 경쟁을 벌일 것으로 보고 있다.
재계에서는 SK바이오팜의 이번 NDA 제출에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SK바이오팜 관계자는 “2007년 지주회사 체제 전환 이후에 신약 개발 조직을 지주회사 직속으로 두고 그룹 차원에서 신약 개발을 챙겨왔다”고 설명했다. SK바이오팜은 지난해 12월 미국의 제약업체인 재즈와 공동개발한 수면장애 신약 ‘솔리암페톨’에 대한 NDA를 FDA에 제출하기도 했다. SK바이오팜이 FDA로부터 임상시험 승인을 받은 신약후보물질은 16개나 된다. 이는 국내 제약업체 가운데 가장 많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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