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신설법인 등 장기적 철수 시나리오 의혹”
미국 자동차업체 제너럴모터스(GM)가 북미 시장에서 인력감축과 공장 폐쇄 등 대규모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하면서 한국GM 철수설이 다시 도마에 오르고 있다. 우리 정부가 한국GM의 철수를 포함한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만반의 준비를 해야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GM은 27일 북미 5곳과 해외 2곳 등 총 7곳의 공장 가동 중단에 나선다고 밝혔다. 외신들은 북미에서 최대 1만4000여명이 감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내 자동차 업계는 최근 한국GM의 신설 법인 설립 등을 근거로 언제든 철수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정부가 철저히 대비를 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한국GM이 장기적으로 철수 시나리오를 짜놓고 전략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GM은 지난 7월 경영정상화 과정의 일환으로 부평공장에 5000만달러의 신규 투자계획을 내놓으면서 글로벌 제품 개발 업무를 전담할 신설 법인을 설립하겠다고 밝혔다. 디자인과 연구개발(R&D) 부문을 분리해 별도의 법인을 설립하는 것이 골자다. 그러나 노조는 국내 시장 철수를 위한 준비작업이라고 반발했다.
한국GM은 이어 지난 10월 제2대 주주인 산업은행이 불참한 가운데 주주총회를 열고 법인분리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대해 앞으로 진행할 구조조정을 위한 움직임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업계 관계자는 “산은의 반대에도 일방적으로 법인분리를 추진하고 있는데 구조조정과 철수의 사전준비 작업이 아니라면 이처럼 강행할 이유가 없다”며 “지난해 산은이 비토권을 상실하기 전에 한국GM과 협의를 잘 진행했어야 하는데 실패해 정책적으로 실기한만큼 혹시 모를 철수에 만반의 준비를 해야한다”고 말했다.
GM의 독주에 산은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당초 경영정상화를 위해 GM에 투자하기로 약속한 8400억원 중 나머지 4200억원 지급 여부를 저울질하고 있다. 만약 GM에 돈을 주지 않을 경우 기본계약이 파기돼 한국GM에게 철수의 빌미를 줄 수도 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한국GM도 당초 철수 대상에 있었기 때문에 정부에서 투입한 금액과 상관 없이 결국 구조조정에 나설 것”이라며 “국내에서도 타이밍을 보고 희망퇴직 등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김 교수는 “철수는 100% 결정돼 있는데 선순위냐 후순위냐의 문제고 구조조정은 철수를 좋게 만들어주는 정리수순”이라며 “신설 법인은 가성비가 좋은 것과 나쁜 것을 구분해 매각하려는 속셈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한국GM이 4월 산은과 맺은 경영정상화 기본계약에 따라 철수가 이뤄질 가능성은 없다고 보고 있다. 한국GM과 산은은 ‘한국에서 10년 간 생산계약과 설비투자를 이어간다’고 계약을 맺은 바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GM의 발표가 나온 이후 한국GM에서 64억달러를 투자해 생산시설을 개선하고 글로벌 신제품 2개 차종을 한국에 배정한 계획이 차질없이 진행되고 있다고 들었다”며 “만약 10년 전에 철수를 한다면 계약위반”이라고 일축했다.
(세종=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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