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도 ‘골드만삭스’가 충분히 나올 수 있습니다. 금융회사들이 글로벌 시장을 향한 도전을 멈추지 않도록 정부가 가속 페달을 꾸준히 밟아줘야 합니다.”
권용원 금융투자협회장(사진)은 27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국내 금융사들이 해외 영토를 넓힐수록 국민의 부(富)도 함께 커진다”며 이같이 말했다. 권 회장은 “해외 유수의 금융회사들은 미래 먹거리 발굴을 위해 ‘투자 전쟁’에 뛰어들었다”며 “핀테크 등 혁신 산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정부가 글로벌 기준에 맞는 규제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 회장은 기술고시 출신으로 옛 통상산업부 등에서 15년간 공직생활을 하면서 한국 반도체 산업의 성장을 눈앞에서 지켜봤다. 그는 “5년 전만 해도 일본 노무라증권과 국내 톱 증권사의 자본금 차이는 10배가 넘었지만 이제는 3배 수준으로 줄었다”며 “후발 주자였던 한국 반도체 산업이 세계 1위에 오른 것처럼 금융투자업도 전략산업으로 육성하면 해외 시장에서 충분히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선 정부가 규제 완화는 물론이고 신산업의 성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명확한 규제 방향을 제시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권 회장은 “어느 나라나 이해 관계자들의 갈등은 존재한다. 금융 선진국은 이를 조율해 선도적으로 혁신 산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규제를 정비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국도 핀테크 기업에 대한 금융사의 투자 제한, 증권사의 해외 법인 신용 공여 제한 등 투자와 성장을 가로막는 규제부터 손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 금융사들도 외형적 성장에만 치우치지 말고 금융 혁신에 대한 고삐를 바짝 조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권 회장은 “골드만삭스, 블랙록 등 글로벌 금융회사들은 실리콘밸리의 핀테크 기업과 제휴하거나 적극적인 인수를 통해 정보기술(IT) 기업으로 진화하고 있다”며 “후발 주자인 한국 금융사는 더 적극적으로 신기술 흡수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갈수록 뒷걸음치는 ‘금융허브’로서의 경쟁력도 다시 끌어올려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권 회장은 “글로벌 제조업체가 한국을 떠나면 떠들썩하지만 해외 금융사가 한국에서 철수하는 것은 이제 큰 이슈가 안 될 정도”라며 “세계적 금융사들이 한국 시장으로 몰려와야 자본시장도 더 활성화되고 고급 일자리도 만들어진다”고 지적했다.
그는 “금융과 실물경제는 결코 따로 갈 수 없는 관계”라며 “금융기업과 자본시장의 육성은 저성장과 고용 부진 등 경제 위기를 돌파할 수 있는 지렛대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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