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이 ‘안정 속 변화’를 택했다. 지주사인 ㈜LG를 포함해 LG전자, LG화학, LG디스플레이, LG유플러스 등 LG그룹 주요 계열사는 28일 이사회를 열고 2019년도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부회장단 6명 중 5명을 유임시켜 조직 안정을 꾀하면서도 상무급 신규 임원을 대거 발탁해 미래 성장을 이끌 인재 풀을 확대했다. 전체 임원 승진자는 185명으로, 임원 승진자가 가장 많았던 지난해(157명)보다 무려 28명이 늘었다.
구광모 ㈜LG 대표이사(회장)가 6월 취임한 만큼 자신의 색깔을 드러내기 위해 CEO급 인사 변동이 클 것이라는 예측도 있었다. 신학철 3M 수석부회장(61)을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내정한 LG화학을 제외한 5인의 부회장은 유임됐다. LG관계자는 “내년에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까지 저성장이 예상되고 글로벌 기업과의 경쟁은 심화돼 경영 환경이 어려워질 것을 고려한 인사”라며 “신규 임원을 대거 발탁해 각 계열사를 이끌 CEO 후보 풀을 넓혔다”고 말했다.
○ 미래 먹거리 경쟁력 강화 위한 조직 개편
LG그룹은 조직 개편을 통해 자동차용 전자장비(전장·電裝), 로봇, 인공지능(AI) 등 계열사 미래 먹거리 사업 역량을 강화하는 토대를 다졌다. ㈜LG에는 자동차부품팀이 신설돼 LG전자, LG화학, LG이노텍 등 각 계열사의 자동차 부품 사업의 시너지를 내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게 된다. 자동차부품팀장(부사장)에는 김형남 전 한국타이어 연구개발본부장(56)을 영입했다. 기아자동차와 르노삼성자동차를 거쳐 한국타이어 글로벌 구매부문장과 연구개발본부장을 맡은 만큼 LG가 육성하고 있는 자동차부품사업의 포트폴리오 전략을 짜는 데 적임자라는 평가다. 미래 먹거리 발굴을 담당하는 경영전략팀장(사장)으로 홍범식 전 베인앤컴퍼니 코리아 대표(50)를 영입했다. 홍 사장은 베인앤컴퍼니에서 다양한 산업분야의 포트폴리오 전략, 성장 전략, 인수합병 등 다수의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외부에서 전문가를 영입하자는 구 회장의 의사가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는 로봇, 전장, 인공지능(AI) 등 미래 먹거리 관련 부서를 신설했다. CEO 직속으로 생기는 로봇사업센터는 최고기술책임자(CTO), H&A사업본부, 소재·생산기술원 등 그동안 분산돼 있던 로봇 관련 조직 및 인력을 통합한다. ㈜LG 기획팀장이었던 노진서 전무가 센터장을 맡는다. 자율주행사업태스크는 자율주행 관련 중장기 투자 및 역량 개발을 맡는다. 윤용철 전무가 리더에 선임됐다. 또 AI 연구개발 강화를 위해 미국, 캐나다 등 북미 지역 연구조직을 통합한 ‘북미 R&D센터’도 신설된다.
○ 전체 임원 승진자 185명, 역대 최대
LG그룹의 이번 임원 승진자는 185명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전체 임원 승진자 중 134명이 신규 선임된 상무급이다. 사장급 인사는 2018년 임원 인사에 비해 줄었지만 상무 및 전무급 임원 인사를 확대하며 중장기적 관점에서 계열사별로 인재를 조기 육성하는 데 방점을 뒀다.
LG전자 내에서는 부사장 5명, 전무 12명, 상무 39명 등 총 56명의 승진 인사가 있었다. 지난해(67명)보다는 줄었다. 기존 전장사업을 담당했던 VC사업본부의 명칭을 VS(Vehicle component Solutions)사업본부로 바꾸고, VS사업본부장 자리에 기존 스마트사업부장을 지낸 김진용 부사장을 선임했다. 사업본부장은 기존 권봉석 HE사업본부장(사장)이 스마트폰 사업을 담당하는 MC사업본부장을 겸임하며 역할이 확대됐다. 권 사장은 HE사업본부에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를 성공시킨 경험이 있어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MC사업본부 실적 개선을 노린 인사라는 평가가 나온다. 기존 황정환 MC사업본부장(부사장)은 융복합사업개발부문장을 유임한다.
LG화학의 승진자는 사장 1명, 부사장 1명, 전무 5명, 상무 28명, 수석연구위원 4명 등 총 39명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전지사업본부장을 맡고 있는 김종현 부사장은 폴크스바겐, GM 등 글로벌 핵심 고객사 수주의 공을 인정받아 사장으로 승진했다. LG디스플레이는 부사장 3명, 전무 6명, 상무 19명 등 총 28명이 임원으로 승진했다.
한편 구 회장 취임 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있던 구본준 ㈜LG 부회장은 이날 이사회에서 부회장 및 사내이사직에서 2019년 3월 퇴진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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