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법 “한국GM 법인분리 멈춰야”… 회사측 “밀고 나갈 것”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1월 29일 03시 00분


27일(현지 시간) 미국 오하이오주 로즈타운 입구에 ‘쉐보레 크루즈의 로즈타운 홈’이라고 쓰인 광고판이 붙어 있다. 제너럴모터스(GM)는 크루즈를 생산하는 이곳 공장을 포함해 북미 5개 공장을 폐쇄하겠다고 밝혔다. 로즈타운=AP 뉴시스
27일(현지 시간) 미국 오하이오주 로즈타운 입구에 ‘쉐보레 크루즈의 로즈타운 홈’이라고 쓰인 광고판이 붙어 있다. 제너럴모터스(GM)는 크루즈를 생산하는 이곳 공장을 포함해 북미 5개 공장을 폐쇄하겠다고 밝혔다. 로즈타운=AP 뉴시스
법원이 한국GM의 법인 분리 추진에 제동을 걸었다. 한국GM은 항소 등 모든 방안을 강구해 법인 분리를 밀고 나갈 방침이다.

28일 서울고등법원 민사40부는 한국 GM 2대 주주인 KDB산업은행이 한국GM을 상대로 낸 주주총회 분할계획서 승인 건 결의의 효력을 정지해 달라고 낸 가처분 신청을 일부 인용했다. 원고 패소 판결을 낸 1심을 뒤집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셈이다.

재판부는 “지난달 19일자 임시주주총회에서 결의한 분할계획서 승인의 효력을 정지한다. 한국GM은 결의를 집행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한국GM의 법인 분리 작업은 중단된다. 한국GM은 12월 3일까지 연구개발(R&D) 전담 법인인 GM테크니컬센터코리아의 사업 등기 등 분리를 완료할 계획이었다. 미국 GM은 지난달 로베르토 렘펠 GM 수석엔지니어를 대표이사로 임명하는 등 GM테크니컬센터코리아 이사회에 속할 GM 본사 임원 6명의 명단을 발표하기도 했다.


앞서 한국GM은 산은 참석을 배제한 채 임시주총을 열고 기존 회사를 생산과 R&D 법인으로 분리하는 내용의 안건을 의결했다. R&D 법인을 분리해야 글로벌 협업과 신차 연구개발 효율성이 높아진다는 논리였다. 하지만 산은과 노조는 한국GM이 향후 R&D 법인만 존속시키고 생산 법인은 정리할 가능성이 있다며 반대했다. 산은은 주총 직후 법원에 주주총회 결의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한국GM 관계자는 “항소 등 모든 법적 대응을 검토할 것”이라며 “GM테크니컬센터코리아 설립이 한국GM의 경영 정상화 방안에 최선”이라고 밝혔다.

한국GM은 경영 정상화에 R&D 법인 분리가 필요하다고 주장해 왔다. GM의 차세대 중형급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등 한국에서 생산하지 않는 신차 개발을 지원해야 한국GM의 경쟁력이 강화된다는 논리였다.

이와 관련해 GM 본사가 26일(현지 시간) 발표한 대규모 구조조정이 주목받고 있다. GM은 이날 미국 4곳, 캐나다 1곳 등 공장 5곳을 폐쇄하고 직원 1만4000여 명을 줄이는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했다. 2019년까지 해외 공장 두 곳을 추가로 폐쇄하겠다고도 발표했다. 지난해 영업이익 128억 달러를 기록하며 사상 최고 실적을 냈지만 글로벌 자동차 과잉생산과 미래차 시대에 대비하겠다며 선제적 구조조정에 나선 것이다. 수익이 떨어지는 사업을 붙들고 있지 않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GM의 북미 공장 5곳 폐쇄 기준은 수익성, 가동률 측면이었다. 한국 공장은 둘 다 미달 상태다. 협상의 달인인 GM은 일부러 내년에 폐쇄할 공장을 밝히지 않고, 이를 협상의 지렛대로 사용하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GM은 미주와 중국 시장 중심으로 사업을 운용하겠다고 여러 차례 밝혀 왔다.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 지역 공장이 폐쇄 대상이 될 가능성을 높게 보는 이유다. 한국GM은 “추가 생산 계획 조정은 없다”고 밝히고 있지만 내년 한국 창원, 부평공장의 라인 감소 카드를 내놓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군산공장 폐쇄 결정을 한국 지방선거 직전에 터뜨려 협상력을 높였다. 내년에 2020년 총선 국면으로 접어들 때 공장 구조조정 카드를 활용할 수 있다”고 관측했다.

미국 금융 시장에서는 GM의 선제적 구조조정을 환영하는 추세다. GM 주가는 구조조정 발표 직후 4.79% 올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7일(현지 시간) “전기차 보조금을 포함한 GM 보조금 전액을 삭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하락하긴 했지만 시장은 GM의 방향이 맞다고 보는 셈이다. CNN은 “GM의 결정은 고통스럽지만 구조조정이 없다면 더욱 고통스러워질 것이다. 제2의 코닥, 시어스가 되지 않기 위한 결단”이라고 평가했다. 필름시장 1위였던 코닥은 디지털카메라에 밀려 무너졌다. 미국 유통의 상징이던 시어스 백화점은 아마존에 밀려 최근 파산을 신청했다. 영국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 등 외신들은 “다른 자동차 업체들도 미래차 대비를 위한 구조조정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기찬 가톨릭대 경영학부 교수는 “미래차로 바뀌는 국면에 한국은 전략이 없다. 노사 문제에만 함몰돼 있다. 전략이 없어 규제도 풀지 못하고 기업도 준비를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한국gm#법인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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