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 처분에 대한 소송을 제기하면서 분식회계 논란이 ‘제2라운드’에 접어든 가운데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국내 상장 자격 논란에 대해서도 다시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2016년 11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미국 나스닥이 아닌 한국 증시에 상장했던 배경을 두고 2년 만에 다시 원점에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재계 관계자는 “이번 논란에서 잘못 알려진 점 중 하나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사실은 미국 나스닥에는 상장할 자격도 안 되는 상태였는데, 한국에서 상장 규정까지 바꿔가며 상장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3년 전인 2015년 7월로 거슬러 올라가 보면 나스닥 상장 추진 계획은 삼성바이오에피스가 먼저 발표했다. 2015년 들어 국내외에서 제품 판매승인을 받는 등 본격적인 사업 성과를 내기 시작한 에피스는 그해 7월 1일 나스닥에 상장하겠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일주일 뒤엔 삼성바이오로직스도 김태한 사장이 직접 “나스닥 상장을 검토 중”이라고 발표했다.
두 회사가 삼성 계열사로는 처음으로 미국 상장을 추진했던 이유는 당시 한국과 달리 미국은 적자 기업도 상장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미국 테슬라도 설립 6년 만인 2010년 적자 상태로 나스닥에 상장했고, 2015년 이후 나스닥에 상장한 기업 절반 이상이 적자 상태였다.
반면 당시 한국 유가증권시장의 상장 규정에는 최근 매출액 1000억 원 이상, 이익 30억 원 이상 등의 조건이 있었다. 이 때문에 당시 국내 시장에선 “상장 요건 때문에 국내 투자자들이 국내 신생 기업 및 성장 유망 기업에 대한 투자 기회를 놓치고 있다”며 요건을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이어졌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 한국거래소는 2015년 11월 ‘공모 후 시가총액 6000억 원 이상 자기자본 2000억 원 이상’인 회사는 적자여도 상장이 가능하도록 규정을 개정했다.
바뀐 규정에 따라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를 고려하더라도 한국 시장 상장 요건을 갖추게 됐고 결국 이듬해 11월 코스피에 상장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 목적으로 회계처리를 변경했다는 의혹에 대해 삼성 측이 강하게 반박하는 배경이다.
당시 상황을 잘 아는 삼성 고위 관계자는 “미국 상장 계획이 알려지자 ‘그래도 한국 기업인데 국내에 상장을 하는 게 국내 투자자들을 위해 좋지 않겠느냐’고 한국거래소에서 직접 연락을 해왔다”며 “삼성 내부적으로도 심사숙고하다가 정부가 나서 상장 규정까지 바꿔주겠다며 붙잡는데 한국에 남는 게 여러모로 좋을 것 같아 결정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당시 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 관계자들은 삼성바이오로직스 최고경영진과 직접 만나 코스닥 상장에 대한 프레젠테이션을 하며 설득했다.
일각에선 한국거래소의 상장 규정 개정이 사실상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위한 혜택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지만 이 역시 사실이 아니다. 2016년 11월 한국거래소는 보도 해명자료를 통해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은 회사 측 요청이 아닌 코스피 시장의 적극적 상장 유치 활동의 일환으로 이루어진 것”이라고 반박했다. 상장 요건 완화는 해외 주요 거래소가 기업의 미래 성장 가능성을 중심으로 상장을 적극 유치하고 있는 점을 감안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실제 홍콩증권거래소는 지난해 상장을 위한 시가총액과 매출 기준을 완화하고 차등의결권을 도입해 샤오미의 상장 유치에 성공했다. 그 전까지 홍콩증권거래소는 ‘1주 1표’ 원칙을 고수했는데 2014년 알리바바가 미국 뉴욕거래소에 상장하자 미래 혁신기업 상장을 적극적으로 유치하겠다며 기준을 개정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