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위기의 한국차’ 조언
최근 한국 자동차 산업의 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1∼10월 누적 국내 자동차 생산량이 전년 동기 대비 4.8% 감소했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가 북미 공장 5곳의 폐쇄를 결정하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이 수입하는 자동차에 25% 관세 부과를 다시 언급하는 등 글로벌 불확실성도 큰 상태다.
전문가들은 한국 자동차 산업이 위기를 극복하려면 내연기관 자동차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미래형 자동차의 장기 경쟁력 확보가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온실가스, 배출가스 등 환경 이슈로 친환경차 보급이 늘어나고 있지만 한국 자동차가 우위를 점하고 있는 내연기관 기술력에 대한 연구개발(R&D) 역시 중요하다는 의미다.
주요 자동차 생산국은 국가별 자동차 파워트레인(동력전달 시스템) 정책을 친환경, 에너지, 기술 등 다양한 요인을 고려해 해당 국가에 적합한 정책을 시행한다. 미국은 휘발유차 중심의 산업구조를 바탕으로 한다. 유럽연합(EU)은 경유차에 유리한 환경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경차와 하이브리드차 우위인 일본은 이들 차에 유리한 정책을 편다. 중국은 전기차 육성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종화 한국자동차공학회 신임 회장은 “국가·이해관계별로 각국이 집중하고 요구하는 게 다르다”며 “수출 비중이 큰 국내 자동차 업계는 어느 한 방향으로만 가서는 위험하고, 장기적으로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준비하는 게 적절하다”고 지적했다.
한국 자동차 정책은 자동차 산업 경쟁력과 직결되는 실질적 R&D에 대한 투자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 분야 R&D 총액은 증가하는 추세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전략에 따른 배분이 아니라 지역별 중소기업 지원 등으로 분산돼 있다”며 “정작 필요한 곳에 자금이 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산업통상자원부 자동차 산업 핵심기술 개발사업 중 2011년 1088억 원으로 23%인 지역 사업 비중은 2015년 68.2%(1413억 원)로 늘어났다. 반면 그린카 사업은 65.8%에서 17.5%로 감소했다.
내연기관에 대한 정부 R&D 축소도 성급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신개념 연소 기술, 배기 후 처리 기술 등 핵심 기술 확보 곤란으로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그나마 적은 정부 지원이 미래차 등 특정 분야에 집중돼 내연기관 분야의 대학, 연구소 등에 고급인력이 오지 않는 문제도 제기된다.
전기차는 아직 산업 시작 단계여서 향후 언제 시장에서 자생력을 가질 수 있을지 불확실한 상황이다. 지난해 5월 스위스 투자은행 UBS증권의 전기차 보고서에 따르면 GM의 전기차 볼트는 대당 약 7400달러(약 820만 원), 테슬라의 모델3는 약 2800달러(약 310만 원)의 손실이 발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자동차 기업은 현재 시장 판매의 99%를 차지하는 내연기관차에서 나오는 수익을 기반으로 미래 자동차에 대한 투자 재원을 마련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내 자동차 산업 경쟁력을 높이고 지속적인 성장을 하려면 전기·수소차, 자율주행차 연구와 더불어 내연기관·하이브리드 자동차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민관이 협력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민경덕 서울대 기계공학과 교수는 “2030년에도 내연기관을 사용하는 자동차 비율은 전 세계적으로 80% 이상으로 예상된다. 여전히 내연기관은 주력 파워트레인이라는 지위를 유지해 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배석준 기자 eul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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