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생산, 투자, 그리고 소비까지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3대 지표가 일제히 ‘플러스(+)’를 기록했다. 3대 지표가 모두 증가한 것은 지난 1월 이후 9개월 만이다.
다만 현재와 미래 경기 상황을 각각 보여주는 동행지수·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동반 하락했다. 특히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7개월째 내림세를 이어가 경기가 꺾였다는 신호가 더욱 뚜렷해진 모습이다.
정부는 고용 지표와 함께 투자 부문이 여전히 미흡하다고 평가하며 우리 경제가 정상 궤도를 회복할 수 있게 관련 대책들을 차질없이 추진해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통계청이 30일 발표한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전체 산업생산은 전월보다 0.4% 증가했다.
산업생산은 한 달만에 상승 전환한 것이다. 지난 7월(0.7%)과 8월(0.4%) 전월 대비 두 달 연속 증가했다가 9월(-1.2%)에 감소로 돌아섰었다.
광공업 생산이 전월보다 1.0% 증가했다. 자동차(-2.5%)가 감소했음에도 조선·자동차부품 등 전방산업 수요가 늘면서 금속가공이 6.4% 늘어난데다 최근 선박 수주량 증가에 따른 수주잔량 부족 완화와 인도기일 도래물량 증가로 기타운송장비도 8.0% 확대된 영향이다.
서비스업 생산은 전월보다 0.3% 늘었다. 은행과 저축기관의 대출 확대 영향으로 금융보험(1.6%)과 함께 전문·과학·기술(2.7%)이 증가한 덕분이다.
제조업 생산은 전월보다 0.8% 올랐다. 제조업 출하가 0.1% 감소했지만 재고는 0.6% 증가했다.
제조업 재고를 출하로 나눈 비율인 재고율은 107.7%로 전월에 비해 0.8%포인트 상승했다. 생산이 얼마나 활발하게 이뤄졌는지를 볼 수 있는 제조업 평균 가동률도 전월에 비해 0.2%포인트 상승한 74.0%였다.
소비를 의미하는 소매판매는 전월보다 0.2% 올랐다. 지난 9월(-2.1%) 넉달 만에 하락했다가 한 달만에 다시 상승 전환한 것이다. 전월 감소에 따른 기저효과에 하이브리드차량 구매 보조금 지급 종료 임박에 따른 선(先)구매와 할인 행사 효과가 더해져 승용차 등 내구재가 1.7% 오른 영향이 크다. 날씨가 추워지며 겨울 의복상품의 선구매 등으로 준내구재 판매가 0.4% 늘어난 것도 소비 상승을 견인했다.
설비투자도 전월보다 1.9% 늘었다. 지난 9월(3.3%)에 이어 두 달 연속 오름세다.
특수산업용기계 등 기계류(-0.9%) 투자는 감소했지만 자동차 등 운송장비 투자가 전월보다 10.0% 늘어나서다. 승용차 수입이 늘어나면서 투자에 포함되는 기업 및 정부 구매가 늘어난 영향이 컸다는 설명이다. 다만 ‘본래적 의미에서의 설비투자’란 기계류 투자 중심으로 이뤄지는 것이 바람직하단 측면에서 “내용적으론 좋지 않다”는 것이 통계청의 시각이다.
이미 이뤄진 공사실적을 의미하는 건설기성은 최근 수주 부진 등으로 토목(-5.5%)과 건축(-1.2%) 공사 실적이 모두 감소, 전월보다 2.2% 줄었다.
현재 경기상황을 보여주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전월보다 0.2포인트 하락한 98.4를 기록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인 2009년 5월(97.9) 이후 가장 낮으며, 지난 4월 이후 7개월 연속 내림세다.
이 지표가 7개월째 하락한 것은 2004년 4~10월 이후 처음이다. 1970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7개월째 상승 또는 하락이 이어진 횟수는 총 8차례 였고, 이중 통계청이 경기가 전환됐다고 공식 선언한 것은 5차례였다. 경기의 국면 전환을 선언하지 않은 3차례는 이후 흐름이 역전돼 하나의 ‘소순환’으로만 본 경우를 의미한다.
통계청은 동행지수 순환변동치가 전월 대비 6개월 이상 연속 하락하면 경기가 상승에서 하강으로 꺾이는 전환점을 맞은 것으로 잠정적으로 판단한다. 경기 전환에 대한 최종 판정은 동행지수 순환변동치와 국내총생산(GDP) 변화, 전문가 의견 등을 종합해 통상 3년 가량 지난 후 내려진다.
앞으로의 경기 국면을 예고하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도 0.4%포인트 내려 98.8을 기록해 지난 6월부터 5개월째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갔다. 이 역시 2009년 4월(98.5) 이후 최저치다. 건설수주액, 코스피 지수, 기계류 내수출하지수 등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다.
어운선 통계청 산업동향과장은 “건설기성을 제외한 지표가 모두 증가하면서 전월에 비해 개선된 모습이지만 개선 강도와 속도가 경기 전환을 가져올 정도로 강하진 않다”며 “개선 흐름도 2개월 이상 지속돼야 ‘상승’으로 볼 수 있으나 다음달에도 좋은 흐름을 유지할 지 낙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어 과장은 “동행지수 순환변동치가 7개월 연속 하락했다는 점에서 경기 상황이 좋지 않다는 점을 부정하긴 어렵다”며 “기본적으로 경기가 좋지 않을땐 동행지수와 선행지수 순환변동치가 모두 하락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지금은 두 지수가 시차 없이 함께 하락한다는 것이 특징적이다. 저성장 국면에 들어서면서 선행지수들의 선행성이 약화돼 나타난 현상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경기 전환점 발생 신호로 보고 이전보다 상황을 (좀더) 모니터링하고 있지만 기준 순환일이 선언되지 않아 공식적으로 국면 전환했다고 하기엔 아직 곤란하다”며 “내년 3월엔 기준 순환일 설정에 필요한 대부분의 지표가 확정되거나 확정에 준하는 수준으로 나와 명확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한편 기획재정부는 대내외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함과 동시에 고용을 비롯한 우리 경제 지표가 정상 궤도로 복귀할 수 있도록 총력을 다 하겠다는 입장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가계부채, 부동산 시장 등 대내 리스크를 철저히 관리해 나가는 한편 대외 통상 현안 등에도 적극 대응할 것”이라며 “재정 보강 등을 통해 경제 활력을 높이고 저소득층·자영업자 지원 대책 및 혁신성장·일자리 창출 지원 대책 등을 차질없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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