닛산과 르노, 미쓰비시 최고경영진들이 카를로스 곤 전 르노닛산 회장이 일본 검찰에 체포된 후 처음으로 회의를 갖고 ‘확고한 결속’을 선언했다.
하지만 곤 회장이 체포 전 추진했던 것으로 알려진 닛산-르노 합병의 진행 여부 등을 둘러싼 닛산과 르노간의 주도권 다툼은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외신에 따르면 사이카와 히로토 닛산 사장과 티에리 볼로레 르노 임시 최고경영자(CEO), 마스코 오사무 미쓰비시 CEO 겸 회장은 29일 화상통화를 갖고 공동발표문을 채택했다.
3사는 공동발표문에서 “르노 그룹, 닛산자동차, 미쓰비시자동차의 이사회는 지난 며칠 동안 각각 또는 공동의 입장으로 동맹의 강력한 결속을 여러 차례 강조해왔다”며 “동맹은 지난 20년 동안 유례없는 성공을 거둬왔으며, 앞으로도 확고한 결속을 유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3사 최고경영진들은 연합의 의사결정 방식 등 향후 채택할 운영체제에 대해서는 구체적 논의를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르노·닛산 얼라이먼트는 20년 가까이 동맹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세계 2위 자동차동맹이다.
1999년 르노가 위기에 빠진 닛산을 도와준 후 20년 가까이 동맹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르노는 닛산 지분의 43.4%를, 닛산은 르노 지분의 15%와 미쓰비시 지분의 34%를 보유하며 3개 회사간 동맹이 맺어졌다.
카를로스 곤 회장은 2005년부터 르노·닛산 얼라이먼트 회장을 맡으며 두 회사의 성장을 이끌어왔고, 동맹은 지난해 기준 글로벌 시장에 1061만대의 차를 판매했다. 1999년에 비해 2배가 넘는 수치다.
하지만 르노 지분 15.01%를 가진 최대주주 프랑스 정부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프랑스의 이익을 보호해야 한다며 곤 회장에게 르노-닛산 합병을 압박하고, 닛산이 르노 지분 15%를 사도록하면서까지 합병에 반대했던 곤 회장이 마음을 돌려 합병을 추진하면서 동맹은 급격히 악화됐다.
닛산 임원들이 사법거래(플리바기닝)를 통해 이번 수사에 적극 협조한 것으로 알려지며 곤 회장 체포가 일종의 쿠데타 아니냐는 분석까지 나왔다.
일본과 닛산, 미쓰비씨 최고경영진은 프랑스 정부의 뜻대로 르노-닛산이 합병할 경우 생산기지를 프랑스로 옮기는 등 시실상 닛산과 미쓰비씨를 프랑스에 빼앗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사이카와 히로토 닛산자동차 사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26일 직원 설명회에 앞서 언론과 인터뷰를 갖고 “르노는 닛산에 43%를 출자하는 한편, 닛산이 르노에 출자하는 비율은 15%에 그친다”며 양사의 관계가 대등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히로토 사장은 그동안 곤 회장만 르노와의 협상을 맡아왔지만 앞으로는 자신이 직접 협상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이날 직원들에게 “동맹은 이어질 것”이라며 “힘들지만 노력하자”고 말했다.
르노는 닛산에 경영진 임명권 등 지배력을 행사해 왔다. 하지만 프랑스 국내법(플로랑주법)에 따라 닛산은 최대주주 프랑스 정부와 지분차이가 0.1% 밖에 나지 않음에도 임명권과 의결권 등을 행사하지 못했다.
업계 관계자는 “르노 그룹, 닛산자동차, 미쓰비시 3사가 공동발표문을 통해 ‘확고한 결속’을 선언했지만 향후 프랑스는 닛산에 대한 강한 지배력을 유지하려 하고 있고, 닛산은 대등한 관계를 원하고 있다”며 “르노와 닛산이라는 글로벌 자동차기업간의 다툼을 넘어 자국 산업을 지키고자 하는 프랑스 정부와 일본 정부가 관여하고 있는 만큼 첨예한 주도권 다툼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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