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만원 이사비도 드릴께요”…서울 세입자 모시기 新 풍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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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년 12월 6일 06시 05분


공급늘어 전셋값↓·급매물↑, 세입자 구하기 경쟁 치열
가격조정·도배·청소·이사비 지원 등 파격 유인책 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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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입자 분의 이사 부담을 덜어드리고자 이사비를 지원해 드립니다”

서울지역에 전세물량이 넘쳐나면서 파격적인 조건을 내건 집주인들의 세입자 경쟁이 본격화 되고 있다.

6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송파구, 강동구, 마포구 등 주요 지역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전세 급매물이 늘어나고 있다. 처음에는 새 아파트 입주 시기가 임박했거나 전세 재계약 시점이 도래한 지역에서 급매물이 나오다 시간이 지나면서 인근지역으로 확산되는 모습이다.

실제 이러한 분위기는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한국감정원의 ‘주간아파트가격동향조사’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지난주 -0.06% 떨어져 5주 연속 하락세가 이어졌다. 낙폭도 -0.01%에서 -0.03%로, 다시 -0.06%로 갈수록 커지고 있다. 11월 전세 시세가 하락한 것은 2012년 이후 6년 만이다.

하락 지역도 빠르게 늘어 25개 자치구 중 성동·노원·양천·구로구 4개구를 제외한 21개구 지역 전셋값이 모두 보합(0%) 또는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급매물들은 보통 2~3개월 전 시세 대비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까지 낮은 가격에 나오고 있다.

이달 말 입주가 예정된 국내 최대 재건축 단지 송파구 헬리오시티(9510가구)의 경우 전용면적 84㎡ 전셋값이 10월 7억~8억원 수준이었는데, 수요보다 공급이 많아 세입자 구하기가 어려워지자 지난달 6억원 중후반으로 떨어졌고, 이달 들어서는 6억원 초반 가격에 전세가 나오고 있다.

송파구 가락동 A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전세 수요보다 공급되는 물량이 많은 데다 겨울 비수기에 접어들면서 급매물이라해도 세입자 구하기가 만만치 않다”며 “전세 대기자들은 가격이 더 떨어지길 기다리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동남권에서는 헬리오시티 뿐만 아니라 내년엔 강남구 ‘래미안블레스티지’(1957가구), 강동구 ‘고덕그라시움’(4932가구) 등의 입주가 줄줄이 예정돼 있어 일대 전셋값 하락은 장기화될 전망이다.

강북권에서는 특히 마포구 일대가 전셋값 하락과 급전세 매물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마포래미안푸르지오’(3885가구)의 전세 재계약 시기가 도래한 가운데, 마포자이3차(927가구), 마포한강아이파크(385가구) 등의 입주가 맞물려 전세공급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세입자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자 집주인들도 전셋값을 내리는 것 외에 전세 대기자들의 관심을 끌기 위한 차별화된 조건들을 내놓고 있다.

주요 부동산 중개 사이트나 관련 커뮤니티 등을 보면 ‘급전세’, ‘급급전세’ 광고를 넘어서 ‘파격적으로 싼 가격에 맞춰드리겠다’, ‘임대사업자 등록해 저렴한 가격에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다’ 등의 게시물들이 심심치 않게 올라오고 있다.

예전엔 세입자가 먼저 어렵게 부탁해야 했던 도배, 장판 교체, 수리, 청소 등도 이젠 집주인이 나서서 선결조건으로 제시하는 전세매물이 눈에 띄게 많아졌다.

급기야 최근엔 전셋값 조정에 더해 세입자의 이사비용까지 지원해주겠다는 등의 파격 조건들도 등장했다.

마포구 B중개업소 관계자는 “입주 아파트의 경우 전세금으로 잔금을 치러야 하기 때문에 조급한 경우가 많다”며 “세입자에게 200만원 가량의 이사 지원비를 제공하겠다는 집주인도 있다”고 말했다.

내년과 내후년에도 서울 동남권을 중심으로 상당한 입주물량이 예정돼 있어 전세시장은 당분간 안정을 이어갈 전망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내년 서울 입주예정물량은 5만1000여 가구로 올해의 2배에 달한다. 송파구와 강동구 입주물량이 각각 1만 가구가 넘는다. 2020년에도 동남권을 중심으로 아파트 4만여 가구가 입주한다.

아파트값을 뒷받침하는 전셋값이 안정되면서 집값도 상승동력이 둔화돼 이같은 추세는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율)은 59.6%를 기록해 5년2개월 만에 60%의 벽이 깨졌다. 9·13 부동산대책 여파로 집값이 최근 3주 연속 하락세(감정원 기준)를 보이고 있으나, 전셋값은 그보다 앞서 더 큰 낙폭으로 떨어지면서 전세가율이 하락했다.

집값은 안오르는데 전셋값이 떨어져 전세가율이 낮아지면 전세를 끼고 집을 산 갭투자자들의 부담감이 커지게 된다. 전문가들은 대출·세금 규제가 강화된 상황에서 금리마저 오르면 제일 먼저 갭투자자들이 급매물을 쏟아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리서치본부장은 “연말 송파 헬리오시티를 시작으로 내년에도 동남권을 중심으로 대규모 입주물량이 계속 나오기 때문에 전세 시장은 안정을 유지할 것”이라며 “전셋값이 집값의 선행지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전셋값이 뒷받침 되지 않으면 집값도 오르는데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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