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운용 직원들 조직력이 年 10% 고수익 비결”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2월 15일 03시 00분


[투자 고수의 한 수]김기현 키움투자자산운용 채권운용본부장

김기현 본부장은 “지금과 같은 경기 침체기에는 채권투자가 유리하지만 국내 채권 투자는 당분간 신중해야한다”고 조언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김기현 본부장은 “지금과 같은 경기 침체기에는 채권투자가 유리하지만 국내 채권 투자는 당분간 신중해야한다”고 조언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오랫동안 함께 호흡을 맞춰온 직원들이 조직력을 발휘한 결과입니다.”

5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본사에서 만난 키움투자자산운용(키움) 김기현 채권운용본부장(51·전무)은 최근 키움이 운용하는 채권형펀드의 성과가 좋은 비결을 묻자 직원들에게 공을 돌리면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이어 “키움의 채권운용본부는 인력 이동이 심한 자본시장에서는 이례적일 정도로 15년 가까이 함께 일해 온 직원이 많다. 직원 간 신뢰도나 조직력은 업계 최고”라고 자랑했다.

올해 들어 국내 증시 약세로 개인 투자자들이 주식시장에서 큰 손실을 내면서 채권시장이 상대적으로 돋보이고 있다. 특히 ‘키움KOSEF10년국고채레버리지ETF’와 ‘키움KOSEF10년국고채ETF’의 수익률은 눈에 띈다. 펀드 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5일 기준 두 펀드의 올해 수익률은 각각 10.35%와 5.95%로, 채권형 펀드 가운데 1, 2위를 차지했다.

두 펀드는 각각 20년, 10년 만기의 국고채 수익률을 추종하는 채권ETF(상장지수펀드)다. 두 펀드의 운용을 총괄하는 김 본부장은 “채권은 기관투자가끼리 100억 원 단위로 거래하기 때문에 개인들이 투자하기 어렵다”며 “대신 채권ETF는 거래 비용도 거의 없고 소액 투자가 가능해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고 설명했다.

채권ETF 시장은 2009년 7월 말 삼성자산운용과 KB자산운용이 3년국고채ETF를 상장하면서 출범했다. 하지만 이후 채권ETF 시장을 현재 수준까지 키운 것은 김 본부장이 이끄는 키움 채권운용본부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김 본부장은 레포(Repo) 시장 활성화에도 큰 기여를 했다. 이는 기관투자가들끼리 채권을 담보로 자금을 빌리고 빌려주는 시장을 말한다. 자산운용사는 채권형 펀드를 통해 확보하게 된 채권을 담보로 은행 등에서 자금을 빌려 다른 채권을 더 살 수 있다. 리스크 관리만 잘한다면 보유 채권의 활용도를 높이고, 수익을 그만큼 올릴 수 있는 수단이다.

김 본부장은 이를 통해 회사 자산을 크게 늘렸다. 2010년 그가 키움의 채권운용본부장으로 취임할 당시 각각 7조 원, 6조 원 수준이던 채권과 수시입출금식 상품 머니마켓펀드(MMF)의 자산 규모는 이달 초 배 이상인 18조 원, 9조 원으로 성장했다.

김 본부장은 성장 못지않게 리스크 관리에도 신경 쓴다. 그는 “지금까지 크게 손실을 낸 적은 없다”고 말할 정도로 철저하게 리스크 요인을 관리한다. 그 결과 키움은 2016년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 사태가 발생하기 전 관련 회사채를 모두 매각해 손실을 피할 수 있었다. 또 올 들어 문제가 되고 있는 중국국저에너지화공집단(CERCG) 자회사인 CERCG캐피털과 카타르국립은행의 자산유동화어음(ABCP)에도 투자하지 않았다.

그는 서강대 경제학과 졸업 후 외국계 생명보험회사에 다니다 1년 반 만에 사표를 내고 같은 대학원에 입학해 석사 학위를 받았다. 또 주경야독을 하면서 한국은행 통화정책을 주제로 경제학 박사 학위까지 따낸 학구파다. 그가 채권 분석과 인연을 맺은 것은 대학원 졸업 후인 1995년, 지금은 없어진 한화그룹 계열 제일경제연구소에 입사하면서부터다. 당시 이 연구소가 금리나 채권시장에서 전문성을 인정받고 있다는 점에 끌렸다. 이후 1999년 삼성증권 리서치센터 채권 애널리스트를 거쳐 2002년 삼성자산운용으로 옮기면서 채권펀드매니저로 변신했다. 현재 회사(당시는 우리자산운용)로 스카우트된 것은 2005년이다.

김 본부장은 “애널리스트라면 대체로 자신의 채권 분석에 대한 지식을 활용해 직접 채권을 운용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데 운 좋게 뜻을 이룰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채권시장과 인연을 맺은 이후 국내 채권시장의 성장과 발전에 일부 기여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돼 보람을 느낀다”며 활짝 웃었다.


▼장기투자땐 꼭 채권 포함… 이머징 국가 국채 유망▼


김기현 본부장은 “채권은 주식보다 기대수익률이 낮지만 시간이 지나면 확정된 수익을 보장하는 매력적인 상품”이라고 설명했다. 긴 기간에 걸쳐 자산 배분을 할 때는 반드시 채권을 포함시켜야 하는 이유다. 그는 “최근 일반인들도 채권의 이런 특성을 이해하고 직접 투자에 나서는 경우가 많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 국내 자산 비중 줄여야

일반적으로 경기가 좋아지고 소득이 늘어나 수요가 증가하면 주식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다. 그러나 돈에 대한 수요가 많아지면서 금리는 상승(채권 가격 하락)하기 때문에 채권시장에는 악재로 작용한다. 지금과 같은 경기 침체기에는 주식보다는 채권이 상대적으로 유리한 투자 대상이라는 얘기다.

다만 국내 채권 투자는 당분간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김 본부장은 강조했다. 경제 성장 둔화가 예상되는 데다 부동산 등 국내 자산 가격이 많이 상승해 국내 채권의 매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또 국내 투자자 대부분이 국내 자산의 비중이 높아 한국 경제가 휘청거릴 경우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점도 우려를 키운다.

그는 따라서 “대안으로 해외 자산 등에 분산 투자해 리스크를 줄이고 수익률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 해외 국채를 노려라

김 본부장은 “해외 자산 중에선 외국 국채를 눈여겨봐야 한다”고 했다. 채권과 외환 투자의 장점을 모두 갖췄기 때문이다. 그는 “외국 국채 투자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이자를 받을 수 있는 외환에 대해 투자하는 것”이라고 말할 정도다.

그는 선진국뿐만 아니라 성장률이 높은 이머징 국가의 국채도 좋은 투자 대상으로 추천했다. 이머징 국가 국채는 단기적인 환율 변동으로 손실이 발생해도 만기까지 보유하면 이를 상쇄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투자 열풍을 일으켰던 브라질 국채가 대표적이다. 올 들어 브라질 통화가치 하락으로 환차손을 기록하기도 했지만 채권 금리가 10% 안팎이어서 만기까지 투자하면 웬만한 환차손은 커버할 수 있다.

김 본부장은 “이머징 국가의 경우 장기적으로 성장성도 높다”며 “단기적인 환율 변동에 지나치게 예민한 반응을 보일 필요가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윤영호 기자 yyoungho@donga.com
#키움투자자산운용#채권형펀드#채권et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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