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을 웃게한 SK하이닉스… 신규 ‘M16’ 20兆 추가투자 장전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2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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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신년기획 기업이 도시의 미래다]<2> SK 만난 이천 부활 날갯짓

쉼 없이 돌아간다… 불 밝힌 SK하이닉스 경기 이천시 부발읍에 위치한 SK하이닉스의 이천캠퍼스. 
SK하이닉스는 15조 원을 들여 이천캠퍼스에 반도체 공장 ‘M14’를 2015년 준공한 데 이어 총 20조 원을 투자하는 
‘M16’ 착공에 들어갔다. M16은 5만3000㎡의 부지(사진 오른쪽 공사 현장)에 지어진다. 이천=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쉼 없이 돌아간다… 불 밝힌 SK하이닉스 경기 이천시 부발읍에 위치한 SK하이닉스의 이천캠퍼스. SK하이닉스는 15조 원을 들여 이천캠퍼스에 반도체 공장 ‘M14’를 2015년 준공한 데 이어 총 20조 원을 투자하는 ‘M16’ 착공에 들어갔다. M16은 5만3000㎡의 부지(사진 오른쪽 공사 현장)에 지어진다. 이천=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30년 전 이천시에서 택시 운전을 시작했을 때만 해도 SK하이닉스 앞에는 기사식당과 주유소밖에 없었어요. 그 자리에 지금은 아파트와 상가가 가득 들어섰죠. 지금도 새로 짓고 있는 오피스텔이 7, 8개는 됩니다.”

1989년 경기 이천시에서 택시 영업을 시작해 이천의 변천 과정을 직접 목격해온 홍순돈 이천경찰서모범운전자회 회장(62)은 “SK하이닉스로 이천 경제가 얼마나 좋아졌느냐”는 질문에 이같이 말했다. 지금은 이천을 대표하는 상징적 기업이지만 이천 지역경제는 SK하이닉스의 부침에 따라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SK하이닉스의 전신인 ‘현대전자산업’이 2000년 유동성 위기로 부도 직전까지 몰리고 여러 차례 주인이 바뀌다 2011년 SK그룹에 인수되기까지 10여 년은 이천 주민들에게 ‘잃어버린 10년’과도 같았다. 이 기간에 공장 주변의 상점들은 문을 닫았고 한때 이천 도심 상권의 공실률이 50%에 이를 정도였다.

4일 찾은 이천의 경제는 다시 한 번 들썩이고 있었다. 이천시 부발읍의 SK하이닉스 정문에 들어서자 바리케이드가 쳐진 땅에서 타워크레인 7대가 분주히 돌아가고 있었다. SK하이닉스가 2020년 10월 완공을 목표로 총 20조 원을 들여 짓고 있는 신규 메모리반도체 공장 ‘M16’ 현장이다. SK하이닉스가 2015년 총 15조 원을 투자해 준공한 차세대 D램 생산 라인 ‘M14’ 이후 이뤄진 대규모 투자다. 19일 열리는 M16 공장 기공식에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비롯해 조대식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등 SK그룹 주요 경영진이 모두 참석한다.

○ ‘M16’으로 다시 경제 활기 도는 이천


내년 상반기부터 본격적인 건축공사가 시작되면 하루 최대 2만 명이 공사에 투입될 예정이다. M14의 경우 건축공사에 동원된 협력사만 160여 개에 달했다. 2020년 10월 완공 후 M16에서 근무하게 될 인원도 SK하이닉스 측은 2000∼3000명으로 예상하고 있다. 김형주 SK하이닉스 이천 CPR 팀장은 “M16에서 근무하는 직원만 2100명 이상이고 M16을 위한 연구개발 인력도 추가로 늘어나기 때문에 간접적 고용 효과는 더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M16 공장 덕분에 새롭게 유입된 인구는 이천 상권에도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이천시청에서부터 SK하이닉스 정문까지 이동하는 10분 동안 시내 곳곳에 신축되고 있는 오피스텔이 세 곳이나 눈에 들어왔다.

실제로 SK하이닉스가 M14를 착공한 2014년 7월 이후 이천시에 무려 13개의 오피스텔이 들어섰다. 그중 5개는 SK하이닉스가 있는 부발읍에 있다. 이천 부동산 관계자는 “2010년 이전에는 이천에 오피스텔이라고 할 만한 건물도 거의 없었다”면서 “M16이 신축되면서 인부들의 거주용 수요는 물론이고 협력사들이 쓸 사무실 수요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라고 했다.

SK하이닉스의 직원 기숙사가 있는 후문으로 가보니 4, 5층 규모의 상가들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었다. 대부분 SK하이닉스 직원들을 대상으로 장사를 하는 식당 카페 슈퍼마켓 등이었다. 1997년부터 이곳에서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류억식 씨는 “2001년 하이닉스의 사세가 위축되면서 세 들어있던 사람들이 다 나가 건물이 거의 비었다”면서 “하루가 멀다 하고 상가건물이 하나씩 경매로 나왔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하지만 2014년 이후부터는 상황이 180도 바뀌었다. 아침에는 공장에 투입되는 공사 인부, 점심과 저녁에는 식사를 하는 SK하이닉스 직원들로 인근 식당들이 모두 꽉 찬다고 했다.

○ 역대 최대 지방세… 지자체도 전폭 지원 화답


2014년부터 이어지는 조 단위 투자로 SK하이닉스가 이천에 내는 지방세도 크게 늘었다. 2014년 이전까지는 지방세를 납부하지 못했지만 2015년 530억 원을 냈고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1903억 원을 냈다. 올해는 사상 최대 실적 기록이 예상돼 내년에 SK하이닉스가 이천에 납부하는 지방세 역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가 처음 지방세를 내기 시작한 2015년 이천의 재정자립도는 47.9%에서 올해 52.9%로 올랐다.

이 덕분에 이천시는 예산 부족으로 추진하지 못했던 사업들에 투자할 수 있게 됐다. 이천의 내년도 본예산은 올해보다 21.7% 증가한 1조183억 원이다. 이천시 본예산이 1조 원을 넘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명교 이천시산업환경국장은 “도시계획도로로 지정만 해놓고 공사를 시작조차 못했던 사업이 하나둘 추진되고 있다”며 “도로가 없어 주민들이 불편을 호소했던 지역의 교통 인프라가 SK하이닉스의 재정적 뒷받침 덕분에 개선되고 있다”고 했다.

이천시도 SK하이닉스에 적극적인 행정 지원으로 화답하고 있다. 이천시는 지난해 3월 태스크포스를 만들어 공장 신설 및 증축 시 필요한 각종 인허가를 비롯해 환경, 교통, 용수, 전기 등 행정적으로 해결해야 할 사항을 SK하이닉스로부터 직접 듣고 이를 신속히 해결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정 국장은 “SK하이닉스의 지속적인 대규모 투자로 이천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만큼 윈윈의 전략으로 다가서고 있다”면서 “이천이 도내 지자체 중 고용률 1위, 재정자립도 7위의 경제성적표를 거둔 데도 기업의 힘이 컸다”고 말했다.

이천=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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