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후 일본 아이치(愛知)현 나고야(名古屋)시 나카무라(中村)구 JR게이트타워에서 열린 ‘한국인재 일본취업 세미나 및 면접회’. 대기실에서 만난 권기문 씨(27)는 면접을 앞두고 예상 질문에 대한 답을 점검하고 있었다. 체육학과 출신인 권 씨가 도전장을 낸 곳은 전공 분야와는 다른 공업용 공구 제조 회사의 영업직이었다.
권 씨는 대학 졸업 후 진로를 정하지 못한 채 특별비자(워킹 홀리데이 비자)를 받아 나고야에 온 적이 있다. 의류회사, 한식당 등에서 아르바이트로 생활비를 벌며 힘든 일을 하는 과정에서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특히 자격증 같은 ‘스펙’보다 업무에 대한 적극성 및 태도를 중시하는 회사 분위기, 동료들과 함께 하는 ‘팀플레이’ 등을 통해 일본 기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 韓 구직자들 “日 기업은 스펙보다 적극성 중시”
한국에 돌아와 ‘일본 취업’이라는 목표를 세운 권 씨는 매일 아침 일어나 일본 뉴스를 청취하는 등 일본어 공부를 했다. 1년 만에 일본어능력시험 N1(1급) 자격증도 얻었다. 이번 나고야 방문은 권 씨에게 있어 본격적으로 취업 시장에 문을 두드리는 뜻깊은 자리다. 권 씨는 “취업에 꼭 성공해 비슷한 길을 가려는 한국의 후배들에게 힘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주나고야 대한민국총영사관과 KOTRA 나고야무역관이 주최하고 동아일보·채널A 청년드림센터가 후원하는 한국인재 일본취업 세미나 및 면접회는 일본 취업을 희망하는 한국 구직자와 이들을 채용하고자 하는 일본 기업을 연결해주는 자리다. 이날 현장에는 1차 서류 심사에 통과한 한국인 구직자 30여 명이 참가해 오전에는 일본 내 외국인 취업 현황에 대한 설명과 취업에 성공한 선배 직장인의 조언 등을 듣고, 오후에는 희망 기업 부스를 방문해 담당자들 앞에서 면접을 봤다. 이날 참가한 기업은 제조업, 정보기술(IT)업, 소매업 등 다양했다.
행사장에는 일본에서 대학을 졸업한 한국인 구직자도 있었다. 윤효섭 씨(25)는 나고야에 있는 대학 졸업 후 일본 IT 회사에 취업했다가 진로 변경을 위해 면접회장 문을 두드렸다. 그는 “특정 인재상에 맞는 지원자를 선발하는 것이 한국 채용 시장의 특징이라면 일본 기업은 인재상이 있다기보다는 지원자의 적극성을 보려는 면이 강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대학 졸업 후 올해 3월 일본 IT 기업에 취업한 정유민 씨는 ‘멘토’로 등장해 자신의 취업 과정을 설명했다. 정 씨는 “일본 기업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만큼 취업 박람회나 면접회 등에 최대한 많이 참여해 회사의 정보도 얻고 자신과 맞는 업체가 있는지 등을 미리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 日 기업 “적극성 추진력은 韓 인재의 특징”
일본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일본 내 외국인 근로자 수(지난해 10월 기준)는 약 127만8600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넘었다. 이 중 한국인 근로자 수는 5만5000명으로 주로 전문직 종사자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저출산 고령화로 일손 부족 현상을 겪는 일본 내 기업들에 외국 인재 채용은 선택이 아닌 필수로 여겨지고 있다. 인재 관련 조사 기관인 퍼솔종합연구소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30년에는 노동 수요가 7073만 명인 반면 노동 공급은 6429만 명에 그쳐 일손 부족 현상이 현재보다 5배나 심각해질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상황 속에서 한국 구직자에 대한 일본 기업의 선호도는 높은 편이다. 소프트웨어 설계 개발 업체인 ‘CAL주식회사’ 인사담당 무쿠노키 사치카(椋木佐親) 사업부장은 “적극성, 추진력은 물론이고 채용 후 바로 현장에 투입해도 될 정도의 업무 전문성 등은 일본 직원들에게서 찾을 수 없는 한국 인재의 특징”이라고 말했다. 이 회사는 4년 전부터 한국인 직원을 채용해 현재 전체 직원의 10%에 가까운 70명이 근무 중이다. 우수한 한국인 인재를 뽑기 위해 지난해에는 서울에도 사무소를 설립했다. 대형 유통업체 ‘돈키호테’도 최근 채용한 한국인 직원이 40여 명에 이른다.
김삼식 KOTRA 나고야무역관장은 “도요타자동차 본사가 있는 나고야는 기계 항공 등의 산업이 발달한 곳”이라며 “단순히 한국의 취업난 해소를 위한 것이 아니라 이곳의 선진 기술을 습득해 세계로 뻗어 나갈 수 있는 국제적인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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