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부동산 시장은 롤러코스터처럼 크게 출렁였다. 서울은 상승 흐름이 어느 정도 유지됐지만 전국적으로는 가격이 떨어지고 거래도 줄어드는 양극화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경남 창원, 울산 등은 조선 자동차 화학산업 침체로, 경기 화성과 용인 등 수도권 외곽 지역은 입주량 증가로 가격 하락세가 이어졌다.
세제 개편의 영향도 컸다. 올 4월부터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가 시행됐고 이로 인해 매도 물량이 크게 줄었다. 주택임대사업자 절세 혜택이 부각되면서 규제지역 내 인기 매물이 소진돼 값이 더 올랐다.
9·13 대책은 부동산 시장의 변곡점이 됐다. 정부는 주택임대사업자 혜택 축소와 종합부동산세 강화, 대출 제한 등으로 수요 억제를 통한 집값 잡기에 나섰다. 이후 서울 등 수도권 규제지역의 매수 물량이 급감하며 집값은 하락세로 전환된 상황이다.
가장 큰 변수는 정부의 부동산 규제 정책이다.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강화, 종부세 인상, 강한 대출 규제 적용으로 주택 구매 여력은 더 떨어질 수 있다. 여기에 집주인의 호가 담합, 중개업자의 시세 왜곡 등을 제재하는 법안이 국회 계류 중이다. 법안이 통과되면 부동산 가격 인하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입주 물량도 변수다. 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내년 아파트 입주 물량은 41만 채로 올해 대비 9%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전국 아파트 입주 물량은 올해부터 2020년까지 3년간 공급량이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될 예정이고, 수급 불일치 지역은 주택 가격의 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유동성 제약 움직임도 눈여겨봐야 한다. 집값이 지속적으로 오를 것이라고 전망해 온 전문가들이 내세운 가장 큰 근거는 1100조 원에 이르는 시중의 부동자금이다. 하지만 이에 못지않은 1500조 원 규모의 가계부채는 한국 경제의 뇌관이라고 볼 수 있다. 이 가운데 주택담보대출은 590조 원으로 총 가계부채의 39%를 차지한다. 미국의 추가 금리 인상으로 국내 주담대 금리가 오르면 부동산 투자는 더욱 어려워진다. 다만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춘다면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다.
물론 부동산 가격 상승 여력이 모두 사라진 것은 아니다. 수도권 등 인기 지역 신축 아파트 재고량은 줄어드는 추세이고, 고소득층의 소득 증가로 투자 여력이 있는 계층은 늘었다. 양도세 중과세와 주택임대사업자 등록 증가에 따른 인기 매물 부족이 부동산 가격을 견인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내년 전망은 부동산 시장의 위험요소가 더 크게 부각되는 상황이다. 부동산 및 경제 관련 연구기관들은 대체적으로 가격 하락 국면을 예상하고 있다. 부동산 가격이 급격히 올랐던 영국 런던, 호주 시드니, 캐나다 밴쿠버, 미국 뉴욕 등의 주택 가격도 이미 하락세로 전환했다. 국내 인기 지역 부동산도 9·13 대책 시행 후 상승세가 꺾였다.
내 집 마련을 준비 중이거나 부동산 투자에 관심 있다면 몇 가지 고려할 사항이 있다.
우선 정부 정책에 따라 세분화된 전략을 세워야 한다. 9·13 대책 전까지 인기 지역의 전용면적 85m² 이하 중소형 아파트가 크게 올랐던 만큼 관심이 덜했던 대형 아파트와 규제 지역 밖의 수도권 사회간접자본(SOC) 개발 호재가 있는 지역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임대사업자 등록에 따른 절세 혜택이 소멸되면서 중소형 아파트 투자 유인이 줄어드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무주택자는 다주택자의 입주권 매각 물량이나 청약 시장에 집중하는 것이 유리하다. 내년 이후 입주하는 입주권은 임대사업자 등록 기준이 강화돼 시장에 다주택자의 입주권 매각 물량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인기 지역의 청약 시장도 사실상의 분양가 상한제로 실거래 가격과의 차이가 발생하기 때문에 높은 청약 가점을 보유한 무주택자는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리스크를 고려한 투자를 신경 써야 한다. 특히 다주택자들은 투자 환경이 악화돼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확실한 물건이 아니라면 추가 주택 구입을 피하는 것이 좋다. 연내 임대주택 등록을 통해 절세 전략을 짜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