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대기업집단의 절반가량이 공시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나타났다. 계열사간 내부거래 규모를 숨기는 등 대규모 내부거래 관련 위반사례가 특히 많았다. 위반 기업들에게 부과되는 과태료는 총 23억원 규모다.
20일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2018년 대기업집단 공시이행 점검 결과에 따르면 60개 공시대상기업집단 가운데 35개 집단의 139개 회사가 194건의 공시의무를 위반했다.
기업집단별로는 금호아시아나가 18건으로 가장 많았고 오씨아이(OCI), 케이씨씨(KCC), 한국타이어 등의 순이었다.
공정위가 올해 들여다본 공시의무 위반 점검 분야는 ▲대규모 내부거래 공시 ▲기업집단 현황공시 ▲비상장사 중요사항 공시 등 3개다.
점검결과 대규모 내부거래 공시에선 23개 집단 소속 55개 회사가 적발됐고 기업집단 현황공시에선 25개 집단 87개 회사가 적발됐다. 비상장사 중요사항 공시 분야에선 6개 집단 6개 회사의 위반사실이 드러났다.
내부거래 공시위반의 경우, 사익편취규제상회사와 규제사각지대회사들의 위반 사례가 74.7%에 달했다. 이들은 계열사간 자금대여나 차입, 신주인수, 유가증권 거래, 상품용역 거래 등을 하면서 이사회 의결도 하지 않고 공시도 하지 않았다.
사익편취규제대상회사란 총수일가 지분율이 30% 이상인 상장사와 20% 이상인 비상장사를 말한다 규제사각지대회사는 총수일가 지분율이 20%는 넘지만 30%까지는 되지 않는 상장사와 사익편취규제대상회사의 자회사를 의미한다. 둘 다 총수일가의 지배력이 강해 일감몰아주기 등 부당한 내부거래가 이뤄질 소지가 있는 회사들이다.
일례로 부영그룹 소속 ㈜동광주택은 2015년 동일인인 이중근 회장에게 50억원을 대여하고도 이를 공시하지 않았다. 신세계그룹 소속 ㈜몽클레르신세계는 계열회사인 ㈜신세계와 지난해 4분기 172억원 규모의 상품용역 거래를 하면서 공시는 33억원으로 해놨다.
교묘하게 감시를 피하기 위한 ‘쪼개기’ 거래도 적발됐다. 공시기준금액(18억2200만원) 미만 액수로 잘게 쪼개 수차례 거래하는 방식이다. 금호아시아나 소속 아시아나개발㈜은 지난해 6월 금호티앤아이㈜에게 자금 100억원을 대여하면서 15억~18억원씩 총 여섯번 분할대여했다.
공정위는 이 방식을 ‘공시의무 회피 목적’이라고 판단하는 근거로 “6차례의 거래 모두 금리나 대여기간 등 거래조건이 같았고 상환일도 같은 날이었다”고 설명했다. 또 “그룹 전체 자금운용을 총괄했던 전략경영실이 계열사들의 현금시재를 매일 파악하면서 주도적으로 기획, 실행했다”고 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자금차입 등을 받으면서 회사의 어려운 자금상황이 공시를 통해알려지는 것을 원하지 않았을 것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기업집단 현황공시 분야에선 이사회·주주총회 운영 등 지배구조 관련 위반이 85.5%로 가장 많았다. 이사회 안건을 누락하거나 사외이사 참석자수를 허위로 공시한 경우들이 적발됐다.
또 상법에 나와있는 서면투표제, 집중투표제를 도입하지 않고도 허위로 공시하는 등 주주총회 운영 관련 위반도 50건이었다.
공정위는 “사익편취 규제대상회사나 규제사각지대회사에서 위반행위가 많이 발생하고 있어 집중적인 감시와 개선이 요구된다”며 “또 쪼개기거래 등 새로운 유형의 공시의무 면탈행위가 나타나고 있어 보다 세밀한 이행점검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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