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민간합동조사단이 BMW화재 원인과 함께 제작사 측의 조직적인 결함 은폐·리콜 축소 정황을 밝혀내면서 소비자에 대한 차량업계의 갑질이 개선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4일 정부 관계자 등에 따르면 BMW차량화재 관련 민간합동조사단은 BMW 화재사고 원인으로 제작사의 주장과 달리 냉각수의 끓는 현상(보일링)을 지목했다.
조사단 관계자는 “특히 조사과정에서 EGR쿨러 내 냉각수가 끓는 현상(보일링)을 확인했다”며 “이는 쿨러의 열용량 부족 등 EGR 설계 결함에 기인한 것이며 당초 사측이 주장한 원인과는 상이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BMW사측의 결함 은폐와 리콜 축소 의혹에 대한 조사단의 조사 결과는 다소 충격적이다.
조사내용에 따르면 BMW사측은 일부 BMW 디젤차량의 경우 1차 리콜(520d 등 42개 차종 10만6317대)차량과 같은 엔진과 EGR을 사용하고 있음에도 리콜대상에서 제외했다.
또 지난 4월 환경부 리콜이 국토부 리콜과 방법상 완전히 동일해 리콜 필요성을 인식했음에도 불구하고 화재사고가 연이어 발생한 뒤에야 리콜을 추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제가 불거지자 시행한 최초 1차 리콜도 시정대상까지 축소했다는 지적이다.
이밖에 BMW는 지난해 7월에 EGR결함과 화재간 상관관계를 인지했다고 밝혔지만 이미 2015년 10월 BMW 독일본사에서 EGR쿨러 균열문제 해결을 위한 TF팀을 구성해 설계변경 등 화재위험을 줄이기 위한 조치에 착수한 정황이 드러났다. 리콜 실시 전 올해 상반기에 제출의무가 있었던 EGR결함-흡기다기관 천공관련 기술분석자료를 최대 153일 지연해 리콜 이후인 9월에 정부에 제출한 것으로 밝혀졌다.
112억원의 과징금과 별개로 국토부의 검찰고발을 통해 이 같은 정황이 모두 사실로 밝혀진다면 국내 소비자 안전을 볼모로 한 BMW의 도덕적 해이가 뚜렷해지는 셈이다.
문제는 BMW사측의 이 같은 ‘갑질’정황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선 이를 강력히 규제할 마땅한 제도가 없다는 점이다.
국토부는 이와 관련 앞서 피해액의 5배까지 징벌적 손해배상을 가할 수 있는 자동차관리법 개정안을 추진 중이지만 법안이 국회를 통과해도 소급적용이 어려워 BMW의 직접규제가 불가능하다.
다만 법안이 통과되면 이후 국내외 자동차업계는 고의적으로 제작결함을 은폐, 누락할 경우 징벌적 손배제도가 적용돼 상대적으로 약자인 소비자 보호가 확대될 수 있다.
하지만 당초 당정이 나서 9월 중 처리하려고 했던 법안은 지난달에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 상정됐고 현재 법안소위원회 심사도 받지 못한 상태다. 국회 관계자는 “일각에선 부실차량 제작에 대한 리스크가 커지는 자동차업계의 로비로 법안이 멈춰있다는 지적도 나온다”고 언급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는 제작관련 기술자료를 독점하고 있는 제작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자인 소비자를 보호하고 공공이익을 확보하기 위해 꼭 필요한 제도”라며 “이미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소비자 보호를 위해 이미 최대 10배 수준의 징벌적 손해배상이 도입됐다”고 설명했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리콜제도 개선과 더불어 이번 조사결과가 안일한 자동차업계에 경종을 울린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제2의 BMW화재사고를 막기 위해선 보다 강력한 제도적 규제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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