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반도체 업황 둔화, 스마트폰 시장 성장세 위축, 중국 굴기 등 어려운 경영환경을 맞이한 삼성전자가 내년 경영전략의 밑그림을 짜고 위기 대응에 나섰다.
24일 삼성전자 등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주 수원과 화성 등 사업장에서 가정(CE), IT·모바일(IM) 등 세트 부문에 대한 회의와 반도체(DS) 등 부품 관련 회의를 열었다.
글로벌 전략회의는 매년 6월과 12월 두 차례 열리는 삼성전자의 정례회의다. 삼성전자의 주요 부문별 주요 임원과 해외법인장이 참석해 성과를 공유하고 향후 목표와 전략을 세우는 자리다. 회의는 각 부문별 수장인 김기남 DS부문장(사장), 김현석 CE부문장(사장), 고동진 IM부문장(사장)이 직접 주재했다.
이번 회의에서는 내년 글로벌 시장 환경 대응에 대한 논의가 중점적으로 펼쳐졌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의 글로벌전략회의에서는 본사가 중요시하는 사안 전달과 해외시장별 상황 점검 등이 집중적으로 이뤄진다”고 말했다.
이번 회의에서는 메모리 반도체 수요 둔화에 따른 대응이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의 DS부문은 올해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했지만, 메모리 반도체 업황 부진이 심화하며 위기 의식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3분기 17조원이 넘는 영업실적을 기록했는데, 이 중 반도체 부문에서만 영업이익이 13조6500억원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외국계 투자은행발 ‘반도체 고점론’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한 풀 꺾이나 했지만, 메모리 반도체 가격 하락이 이어지며 비메모리 부문의 육성 중요성도 대두됐다.
특히 중국 업체들이 중국 정부의 정책적 뒷받침을 등에 업고 ‘반도체 굴기’에 나서며, 중장기적 관점에서 불확실성이 심화될 수 있다는 분석도 이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사업과 시스템LSI 등 비메모리 분야 사업 확대 방안도 지속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회의에서는 또한 중국 내 스마트폰 사업 실적 부진 등에 대한 논의도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지난 3분기 삼성전자의 중국 시장점유율은 0.7%에 그쳤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장에서 화훼이, 샤오미, 오포, 비보 등 현지 업체에 밀려나며 시장점유율이 1% 이하로 쪼그라들었다.
현지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며 결국 중국 톈진 휴대전화 공장의 철수도 현실화됐다. 톈진 공장은 주로 수출 스마트폰을 담당한 공장이다. 중국 내 사업 부진에 대한 위기의식과 함께, 내년 출시 예정인 신제품들의 전략에 대한 의견도 오고간 것으로 알려졌다.
TV·가전 부문에서는 중국을 비롯한 글로벌 시장 공략 방안에 대한 의견을 주고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당장 눈앞으로 다가온 CES 2019 등에 대한 논의보다는, 환경 변화에 따른 시장 대응 등 전략 방향 수립에 방점을 찍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이번 회의에서 김현석 CE부문장 사장은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스파이 이용 ‘방해공작 현장 매뉴얼’을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매뉴얼에는 스파이가 상대 조직의 경쟁력을 훼손하는 방법들이 담겼는데, 이를 통해 임직원들의 경각심을 고취시키려 한 것으로 풀이된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