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보상-교통대책… 갈 길 먼 3기 신도시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2월 26일 03시 00분


남양주 왕숙지구 주민들 첫 반대집회

24일 경기 남양주시청 앞에서 주민들이 3기 신도시 개발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남양주=김재명 기자 base@dona.com
24일 경기 남양주시청 앞에서 주민들이 3기 신도시 개발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남양주=김재명 기자 base@dona.com
정부가 3기 신도시 개발계획을 공개하자 곳곳에서 이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택지지구 수용·개발 과정에서 으레 발생하는 현상이지만 이번에는 토지보상비를 둘러싼 갈등 외에 인근 지역 교통 대책 확충 요구까지 가세했다.

경기 남양주시 주민 등 약 300명은 24일 남양주시청 앞에서 신도시 개발 반대 집회를 열었다. 3기 신도시 관련 첫 집회다. 이들은 ‘수용 반대’라고 적은 붉은색 머리띠를 머리에 두르고 ‘왕숙1, 2지구 강제수용 결사반대’라고 쓴 피켓을 들었다. 집회 참석자들은 ‘남양주 개발제한구역 국민대책위원회’ 소속으로 신도시가 들어설 남양주시 왕숙지구 일대에서 농업, 창고임대업 등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왕숙지구가 조성되는 남양주시 진접읍, 진건읍, 양정동 등은 48년간 그린벨트로 묶여있었는데, 이번에 우리가 강제로 쫓겨나게 생겼다. 주민들을 삶의 터전에서 내쫓는 강제수용에 반대한다”고 했다.

신도시가 들어설 남양주시 왕숙지구 전경. 남양주=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신도시가 들어설 남양주시 왕숙지구 전경. 남양주=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왕숙지구에 들어서는 주택 수가 많다보니 이로 인한 교통 체증과 집값 하락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왕숙지구에는 3기 신도시 전체(12만2000채)의 절반 이상(6만6000채)이 배정돼 있다.

남양주시 다산신도시 주민들로 구성된 다산신도시총연합회는 21일 “3기 신도시 조성에 따른 교통문제 등 시급한 현안 해결이 선행돼야 한다”며 정부에 추가 대책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또 “남양주의 교통지옥을 해소할 실질적 철도 교통대책은 미확정된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B노선뿐인데 이게 실현된다는 보장이 없다. 지하철 9호선과 6호선의 남양주 연장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왕숙지구 인근 택지지구인 남양주시 진접지구 주민들도 같은 날 진접시민연합회 보도자료를 통해 “신도시 개발은 교통지옥을 초래할 것”이라고 했다.

왕숙지구 교통대책의 하나로 발표된 수석대교를 둘러싼 갈등도 불거졌다. 1km 길이의 이 다리는 남양주시 수석동과 하남시 미사동을 연결한다. 국토부는 19일 발표 때 “수석대교 신설로 왕숙지구에서 서울 잠실까지 걸리는 시간을 평균 15분 단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하남시 미사강변도시 주민들은 “지금도 올림픽대로 교통체증에 시달리는데 수석대교까지 건설되면 영구적 교통문제를 야기할 것”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미사강변도시총연합회는 최근 하남시와 시의회, 지역 국회의원에게 “이달 말까지 수석대교 건설에 대한 입장을 표명해달라”는 공문을 발송했다.

이번 대책에서 소외된 2기 신도시 주민들도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화성시 동탄신도시 주민들은 최근 ‘동탄신도시 교통망 확충’에 대한 국민청원을 제기했다. ‘현재 동탄에 30만 명이 거주하고 있는데 이번 수도권광역교통망 개선 방안에서 철저히 소외됐다. 트램 조기 착공, 분당선 연장, 광역버스 증차 등으로 교통지옥을 벗어나게 해 달라’는 청원에 25일 오후까지 1만8000여 명이 동참했다.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27일 동탄신도시 교통대책을 촉구하는 촛불집회를 열자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올해 상반기(1∼6월) 분양을 시작한 인천 검단신도시 등 개발이 더딘 2기 신도시에서도 3기 신도시 때문에 집값에 타격이 있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조주현 건국대 교수(부동산학)는 “과거와 달리 주택공급정책에서 주민 반대가 무시할 수 없는 비용이 됐다”며 “정부가 좀더 면밀하게 상황을 살피며 유연하게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주애진 기자 jaj@donga.com
#토지보상-교통대책#주민들 첫 반대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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