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쉐린과 한몸처럼 129년 동고동락… 미래 향한 투자도 함께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2월 26일 03시 00분


[2019 신년기획 기업이 도시의 미래다]‘미쉐린의 도시’ 佛 클레르몽페랑

프랑스 중부 도시 클레르몽페랑에 있는 미쉐린 본사 건물. 129년째 변함없이 카름 광장 근처에 자리 잡고 있다. 올해 미쉐린과 클레르몽페랑시는 합작투자를 통한 대대적인 미쉐린 본사 리모델링 계획을 발표하며 미래도 함께하기로 약속했다. 미쉐린 제공
프랑스 중부 도시 클레르몽페랑에 있는 미쉐린 본사 건물. 129년째 변함없이 카름 광장 근처에 자리 잡고 있다. 올해 미쉐린과 클레르몽페랑시는 합작투자를 통한 대대적인 미쉐린 본사 리모델링 계획을 발표하며 미래도 함께하기로 약속했다. 미쉐린 제공
1950년대부터 미쉐린타이어가 사용해 오던 프랑스 중부 클레르몽페랑의 카타루 부지에선 요즘 학교를 짓는 공사가 한창이다.

1만3400m²의 큰 부지에 지어지는 학교의 이름은 ‘홀(hall) 32’. 취업준비생 300명의 교육과 1800명의 직업 재교육을 담당하게 될 이곳은 기존의 학교나 직업훈련 개념을 뛰어넘어 ‘캠퍼스 컴퍼니’(학교 회사)로 불린다. 최첨단 기계와 로봇이 배치되고, 인공지능(AI)을 포함한 미래 제조업의 첨단 정보 습득과 훈련이 이뤄진다. 또 학생과 교수, 기업이 프로젝트별로 자유롭게 의견과 지식을 교환하는 네트워킹을 형성해 새로운 기업 혁신 모델을 개발하는 장이 되도록 할 계획이다.

5년 동안 드는 총 3000만 유로(약 384억 원) 중 미쉐린이 1380만 유로(약 176억 원)를 부담하고 클레르몽페랑이 포함된 오베르뉴론알프스 지역과 국가 은행이 1260만 유로(약 161억 원)를 대는 민관 합작 투자 프로젝트다.

프랑스 국민에게 클레르몽페랑은 ‘미쉐린의 도시’로 유명하다. 1889년 앙드레, 에두아르 미쉐린 형제가 클레르몽페랑의 카름 광장 근처에 고무 브레이크 패드를 만들고 농기계와 자전거를 수리하는 회사를 설립한 이후 미쉐린과 클레르몽페랑은 129년 동안 변함없이 한 몸처럼 함께해 왔다.

1895년 세계 최초로 공기주입식 고무타이어를 개발한 미쉐린은 지난해 연매출 219억 유로(약 28조320억 원)를 기록한 글로벌 기업이 됐다. 설립 초 52명이던 직원은 1905년 4000명에 이어 1980년대 3만 명으로 늘었다. 설립 당시 인구 3만 명 수준이던 시골 마을 클레르몽페랑은 1901년 5만2933명, 1926년 11만1711명, 1975년 15만6763명으로 늘며 산업도시로 변모했다.

클레르몽페랑 주민 사이에선 미쉐린과 연을 맺지 않은 가족을 찾기 힘들다. 1914년 제1차 세계대전 때 미쉐린 공장은 전투기 2000대를 만드는 생산기지로 변신해 독일에 맞섰다. 타이어 저장창고는 침대 320개가 놓인 병원으로 개조돼 부상한 군인들을 돌봤다. 이 모든 작업은 주민들과 함께 이뤄졌다.

클레르몽페랑시 홈페이지에선 미쉐린박물관에서 진행되는 ‘비벤덤(Bibendum) 탄생 120주년’ 행사 홍보가 한창이다. 비벤덤은 하얀색 타이어로 표현한 미쉐린타이어의 마스코트다. 미쉐린박물관은 2009년 이후 방문객 60만 명이 다녀간 클레르몽페랑의 대표적 관광명소로 뿌리내렸다.

미쉐린이 클레르몽페랑에 지은 럭비 주경기장은 ‘AS 미쉐린 클럽’과 함께 주민들이 가장 사랑하는 경기장이 됐다. 미쉐린은 직원과 주민을 위한 탁아소, 영어와 프랑스어를 함께 쓰는 초·중·고등학교, 전문 직업학교를 운영 중이다. 미쉐린이 지은 교회도 두 곳 있다.

최근 들어 위기도 있었다. 파리에서 400km나 떨어진 지방도시 클레르몽페랑에 본사를 두는 것은 비효율적이라는 비판이 미쉐린 안팎에서 제기됐다. 17개국에 68개 공장을 둔 글로벌 기업이 되면서 클레르몽페랑의 미쉐린 직원 수도 1만 명으로 줄어들었다.

그러나 미쉐린은 올 4월 클레르몽페랑과 함께 새로운 미래 공동 투자방안을 발표했다. 2020년까지 미쉐린이 2000만 유로(약 256억 원), 클레르몽페랑이 800만 유로(약 102억 원)를 공동 투자해 미쉐린 본사를 리모델링하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미쉐린은 클레르몽페랑 지역에 1000명을 추가 채용하기로 했다. 특히 디지털, 첨단 기술 연구개발(R&D) 분야의 인력을 늘릴 계획이다. Hall 32 건설도 그 일환이다.

장도미니크 세나르 미쉐린 최고경영자(CEO)는 “프랑스 지방 도시에 글로벌 그룹이 있다는 건 자랑스러운 일로 우린 이곳에 계속 머무를 것”이라며 “미쉐린과 클레르몽페랑은 대도시가 아니더라도 파워풀한 경제, 혁신, 서비스를 이룰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자랑스러워했다. 그는 “미쉐린과 클레르몽페랑 사이에 쌓여온 신뢰가 공공-민간 파트너십을 가능하게 했다”며 “지역 주민들에게 최고 수준의 일자리를 제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올리비에 비앙시 클레르몽페랑 시장은 “우리는 미쉐린과 과거 함께해 온 가치를 자랑스러워하며 공동의 미래를 위해 새로운 장소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미쉐린은 지역 관광객 유치를 위해 본사의 안내데스크 공간을 현재 200m²에서 2000m²로 10배로 늘리고 대형 테라스와 문화행사장, 폭포 분수 등 각종 전시물과 조형물을 배치하기로 했다. 올해 7월부터 시작된 공사 자재의 75%는 클레르몽페랑이 소속된 오베르뉴론알프스 지역에서 쓰고 있으며 공사 인력도 대부분 이 지역 사람들이다.

미쉐린 직원들은 이 지역 학생들과 대부 대모를 맺어 한 달에 4시간씩 만나 직업과 인생 상담을 해주는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 7개월 전부터 딜랑(21)의 대모 역할을 하고 있는 미쉐린 구매파트 직원 클레르 아르노 씨는 “딜랑이 대학 진학에 실패해 힘들어하는데 그가 직장을 잡도록 도움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미쉐린의 도시#프랑스 클레르몽페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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