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만 “정부도 경제해법 알지만 누구도 십자가 안지려해”

  • 뉴스1
  • 입력 2018년 12월 26일 11시 07분


“정부, 경제계 호소 반영은 긍정적…관건은 디테일”
“파격적 규제개혁 시급한데 과잉규제 입법만” 일갈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24일 서울 중구 대한상의 회관에서 출입기자단 신년인터뷰를 갖고 “파격적 규제개혁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대한상의 제공)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24일 서울 중구 대한상의 회관에서 출입기자단 신년인터뷰를 갖고 “파격적 규제개혁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대한상의 제공)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구조적 하향세에 접어든 경제 문제 해결은 구호도 선언도 아닌 ‘구체적 실행’ 여부가 좌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총론만 있고 각론은 없는 선언적 경제정책에 경제활력을 살리는 ‘디테일’을 붙이는 작업이 시급하다는 뜻이다.

정부가 원인과 해법을 모르지 않지만, 누구도 나서 ‘십자가’를 지려하지 않는다고 현 상황을 진단했다. 박 회장은 “번번이 이해관계에 막히거나 단기이슈에 매몰돼 해결이 안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어느 한 정부에 책임을 지울 수 없을 정도로 역대 여러 정부를 거치며 경제가 구조적 하향세로 가고 있다”고도 짚었다…

박 회장은 지난 24일 서울 중구 상의회관에서 가진 출입기자단 신년인터뷰에서 이분법적 프레임으로 갈등만 반복하며 활력을 잃어가는 경제상황에 답답함을 호소했다. 단편적인 해법이 아니라 근본적이고 통합적 관점에서 구조적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회장은 경제계 대표단체인 대한상의 수장으로서 올 한 해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광주형 일자리, 협력이익공유제, 상법개정안은 물론 남북 경제협력 등 복잡한 경제 현안의 중심에서 의견을 피력해 왔다.

박 회장은 먼저 최근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 선회 움직임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최저임금 관련 갈등과 ‘참사’ 수준인 고용 악화, 성장률 하향 등 한국 경제에 악재가 첩첩이지만, 정부가 경제계의 목소리를 완전히 외면하지 않은 점에 기대를 걸었다.

박 회장은 “(경제계의) 문제제기 또는 호소를 정부가 들어줬고 내년도 정책에 일부 반영이 된 점은 다행스럽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이제부터가 중요하다. 방향은 잘 잡았지만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고 하듯이 디테일이 살지 못하면 구호나 선언에 끝나지 않을까 그런 걱정이 한 편에선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우려했다.

‘총론’에선 경제계의 절박함을 반영해 경제 활력을 높이는 정책 방향이 섰으나 실제 정책의 빈틈들을 채울 ‘각론’이 부실하면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십자가 아무도 지려안해…과잉규제 입법 넘치는데 법이 만능?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오른쪽)이 15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규제개혁관련 정책건의서를 전달하고 있다. © News1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오른쪽)이 15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규제개혁관련 정책건의서를 전달하고 있다. © News1
박 회장은 최근 카풀 논란에 대한 질문에 대해선 직접적 평가를 유보했다. 그러면서도 “운수·소매·음식·숙박 등 생활서비스업에서 주로 갈등이 온다는 점을 잘 봐야 한다”며 “정부와 국회가 나서 갈등해결 메커니즘을 만들되, 져야 할 십자가는 좀 지고 설득할 것은 좀 하고 해결해 나가야 하는데 아무도 십자가는 안 지고 싶으니 해결이 안되는 것”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상법개정안 등에 대해선 ‘과잉입법’이라고 비판했다. 상법개정안은 Δ감사위원 분리선임 Δ집중투표제 의무화 Δ다중대표소송제 도입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경제계는 해외에서도 사례를 찾기 힘든 강력한 규제라며 재검토를 촉구하고 있다. 박 회장은 “법의 문제가 있고, 규범의 문제가 있는 것인데 우리 사회는 유난히 규범이라는 룰(Rule)이 작동을 안 하고 법만 작동한다”며 “규범으로 해야 할 일을 다 법으로 해결하려다보니 해결책이 안 나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20대 국회 들어와서도 기업관련 법안이 1500여개가 발의됐는데 800개 이상이 규제 법안”이라며 “지금도 규제 때문에 죽겠다는데 800개씩 더할 규제가 무엇인가”라고 반문했다.

박 회장은 “성장이 빠른 새 것을 집어넣어 줘야 하는데 정치적인 이유로 서비스산업발전은 과잉규제에 다 막혀있다”며 “성장을 등에 짊어지고 있는 사람들은 업종 자체의 성장률은 느려지는데 부담만 늘어 등골이 부러지고 있다”고 일갈하기도 했다. 골든타임을 놓쳐 기존 제조업과 신산업 모두에서 경쟁력을 잃게 될 위기가 코 앞에 닥쳤기 때문이다.

반도체 등 특정 제조업 분야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고, 선진국에 비해 서비스산업 발전은 미진하다. 학계와 재계에선 2%대 저성장 고착화를 전망하고 있다. 재원 투입에 의한 단기부양 효과가 아닌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경제해법 마련에 정부와 경제계가 힘을 모아야 한다고 박 회장이 수년째 외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박 회장은 정부의 내년도 경제과제로 규제개혁을 첫 손에 꼽았다. 그는 “뻔히 갈 길이 보이는데 안바뀌고 있고, 점점 (경제지표) 숫자들이 나빠지는 것을 지켜봐야 하는 무력감이 상당하다”며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고 더 늦기 전에 정부가 파격적인 규제개혁에 나서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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