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새해 기대감, 연말 보너스 지출 등으로 글로벌 증시가 상승하는 ‘산타 랠리’가 연출된다. 하지만 올 크리스마스에는 선진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증시가 폭락했다. 이에 글로벌 투자자들의 심리가 급랭했고 한국 증시 공포지수는 급등했다.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공포지수’라고 불리는 코스피200 변동성지수(VKOSPI)는 이날 오전 9시 56분 현재 전 거래일보다 9.03포인트(1.76%) 오른 21.25포인트로 집계됐다. 지난 20일(18.57포인트)부터 이날 현재까지 4거래일째 오르막길을 걷고 있다. 또 지난 10월 31일(20.49포인트) 이후 다시 약 두 달 만에 20포인트대로 올라섰다.
거래소가 집계하는 VKOSPI는 코스피200 옵션 가격을 토대로 한 달 뒤 지수가 얼마나 변동할지 예측하는 지표이다. 이 지수가 커질수록 주가가 큰 폭으로 움직일 것으로 예상하는 사람이 많다는 뜻이다. 보통 주가가 급락할 때 이 지수가 높아진다. 변동성지수가 커질수록 비관적인 투자자들이 많다는 의미에서 이 지수는 공포지수로도 불린다.
공포지수가 높아진 데는 미국과 일본 증시가 급락한 타격이 반영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 25일 개장한 일본 닛케이지수는 전날대비 5.01% 폭락한 1만9155.74에 마감, 약 1년 3개월 만에 2만선이 붕괴됐다.
미국은 24일 현지시각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2.91%)·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2.71%)·나스닥 지수(-.2.21%) 등 증시 3대 지수가 모두 2% 이상 하락했다. 특히 다우지수는 크리스마스 이브 기준으로 이 지수가 만들어진 이후 133년 가운데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양대 선진국 증시가 폭락한 배경에는 미중 간 무역 갈등과 내년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가 지속되는 가운데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 장기화 전망,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 의장 해임 가능성까지 겹쳤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한국을 포함한 신흥국 증시는 상대적으로 타격이 덜하다. 코스피지수는 이날 오전 10시 40분 현재 전 거래일보다 22.21포인트(1.08%) 떨어진 2032.80을 기록하고 있다. 같은 시각 코스닥지수는 6.14포인트(0.92%) 내린 663.65로 집계됐다. 또 24일 현지시각 MSCI 선진국지수가 1.74% 떨어진 것과 비교해 MSCI 신흥국지수는 0.47% 하락하며 비교적 낙폭이 적었다.
이렇게 국내 증시를 포함한 신흥국 증시가 크리스마스 전날과 다음날에 큰 폭의 낙세장은 면했지만 이는 펀더멘털 요인보다 과거 조정폭이 더 컸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한지영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신흥국 증시의 상대적 선방은 연초 이후 10월까지 한국 등 신흥국이 선진국 증시에 비해 하락폭이 심했던 영향 때문”이라며 “현재 선진국과 신흥국 증시 간 키 맞추기가 종료 혹은 임박된 상황이라면 이제 신흥국 증시도 변곡점에 도달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한국뿐만 아니라 글로벌 투자 심리가 극도로 나쁘다는 진단이 나온다. 한지영 연구원은 “미 증시 시장 심리를 판별하는 데 활용되는 공포&탐욕 지수(Fear&Greed index)는 최근 잇따른 주가 급락 여파로 극도의 두려움 영역에 진입했다”며 “모든 시장의 신호를 악재로 해석할 정도로 시장 심리가 훼손됨에 따라 결국 선진국 신흥국 투자자에 관계없이 연준 의장의 해임 논란과 셧다운 사태가 진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내년 1월 초까지는 관망하는 자세로 투자에 임하는 것이 적절하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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