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불황에 경제단체 수장들의 내년 ‘신년사’ 키워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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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년 12월 27일 17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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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단체 수장들이 내년도 신년사에서 ‘희망’보다는 ‘우려’를 강하게 표시했다. 올해 신년사에서 ‘규제 혁신’을 일제히 외쳤던 재계가 지지부진한 개혁에 절망감을 내비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들은 규제 혁신이 뒷받침되지 않은 상황에서 글로벌 경기 불황, 미중 무역갈등으로 인한 대외 환경 악화로 내년 한국 경제가 악화될 수밖에 없다는 메시지를 공통적으로 담았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27일 발표한 신년사에서 “올 한해 우리경제의 구조적 문제들을 치유하고 중장기 하향세를 바꿀만한 물꼬를 트지 못한 점은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며 “우리 기업을 둘러싼 법, 제도 같은 플랫폼도 시대 흐름에 맞게 고쳐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미국 실리콘밸리의 성공 배경에는 제도와 시장생태계의 뒷받침이 있다”며 “우리도 규제를 포함한 법과 제도의 패러다임을 과감히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도 “현재로서는 우리 경제를 이끌어갈 신성장동력이 뚜렷하지 않은 것이 가장 뼈아픈 대목”이라며 “최소한 외국에 있는 기업이 할 수 있는 것은 우리 기업도 할 수 있게 길을 터줘야 한다. 규제개혁은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라고 말했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올해 생산과 투자가 부진하고, 취업자 수 증가폭이 줄어드는 ‘트리플 부진’이 가시화되면서 경기가 하강국면에 진입하고 있다는 분석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서 “새해에는 공정거래법, 상법 등 기업 경영을 위축시키는 법 개정이 빠르게 추진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기업의 과감한 투자와 경영 활동을 저해하지 않도록 기업의 목소리를 대변하겠다”며 사실상 정부, 국회에 대한 ‘전투 의지’를 내비쳤다.

주 52간 근로제도, 최저임금 인상 등 정부 정책의 직격탄을 맞은 중소기업계는 제도 개선을 직접적으로 주문했다.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은 “급격한 노동환경 변화로 벼랑 끝에 몰린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위해 최저임금의 차등화와 주휴수당 폐지, 탄력근로의 요건 완화 및 기간 연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한국경제연구원이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새해 1월 전망치는 92.7로 집계됐다. 기준선인 100을 한참 밑돌뿐만 아니라 올해 1월 전망치인 96.5, 같은 달 실적인 95.4보다도 더 우울한 전망을 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의 신년 경제정책 발표에도 불구하고 대내외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기업들의 부정적 심리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삼성전자가 올해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음에도 불구하고 최근 열린 하반기 글로벌 전략회의에서 ‘위기 대응’을 강조한 것도 내년 경제에 대한 우려가 반영됐다는 평가다.

송원근 한국경제연구원 부원장은 “정부의 생활형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증액, 일자리 예산 확대 등 정책들이 실제 경제회복으로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라며 “장기적 경제구조 개선을 위한 정책개발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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